▲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현지시간으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 권한대행과 나눈 대화 주제를 상세히 열거했다. 그는 한국의 거대한 대미 무역 흑자와 관세,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및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타결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며 재협상의 명분을 쌓았다. 그는 "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 달러의 군사적 비용 지불을 시작했으나, 바이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하기로 합의된 기존 협정이 미국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2026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된 1조 5,192억 원으로 정하고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훌륭한 합의'의 실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방위비 증액을 넘어 관세 면제와 에너지 구매, 조선업 협력 등 경제적 현안과 안보 이슈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거래하려는 '빅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막대한 무역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적 보상 없이는 현재 수준의 군사적 보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번 통화와 관련해 "협상을 진전시켜 부담을 벗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압박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상향과 무역 조건 변경이라는 '트럼프발 청구서'를 받아 들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고난도 협상이 임박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정밀한 대응 시나리오 마련이 시급해진 시점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