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미시간주 경제를 강타하며 가시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현지시간으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무역전쟁의 첫 희생자: 미시간 경제'라는 보도를 통해, 과거 '러스트벨트'의 상징이었던 이 지역이 현재 무역전쟁의 가장 치열한 물리적 전장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 자동차 제조사의 핵심 기지가 밀집한 미시간은 주 경제의 약 20%를 자동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인상의 충격파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미 이 지역 기업과 노동자들은 잇따른 관세 폭탄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산 제품 추가 관세를 시작으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25% 관세, 그리고 이 달 3일부터 발효된 자동차 및 부품 대상 25% 관세는 제조업계에 유례없는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은 생산라인 이전 등 고육지책 마련에 분주하며, 수입 부품 단가 상승에 따른 대대적인 신차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업계의 한 임원은 이번 관세 조치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지역 경제가 '체르노빌 사태'와 맞먹는 재앙적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경제적 수치도 암울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트럼프 관세 여파로 신차 가격이 대당 최소 2,500달러에서 최대 1만 2,000달러(약 1,760만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트릭 앤더슨 대표는 급격한 가격 상승이 판매 급락과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인한 일자리 손실의 진원지는 미시간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윈저 접경 지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관세 대응을 이유로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9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하는 조치를 단행하며 위기설을 현실로 증명했다.
고용 시장의 위축은 제조업을 넘어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질 기세다. 미시간대 가브리엘 에를리히 교수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만으로도 내년 말까지 자동차 제조직 600개와 연관 서비스직 1,7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으며, 자동차 완제품 관세가 본격화되면 그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사무직은 물론 지역 농업과 외식업, 주택 시장까지 위협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도 장기적인 제조업 부활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을 비롯한 일부 근로자들은 과거 자유무역 체제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던 일자리들이 이번 관세 조치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단기적인 가격 상승과 고용 불안이라는 '감내할 가치가 있는 고통'을 거치면, 결국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확대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