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뉴스` 티셔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가벼운 거짓말로 즐거움을 나누던 만우절의 전통이 언론계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거 외신들이 앞다투어 기발한 농담 기사를 쏟아내며 독자들과 교감하던 모습은 이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적 파도 속에 옛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1957년 선보인 '스파게티 수확 나무' 보도는 언론사 만우절 농담의 전설로 통한다. 당시 스파게티가 생소했던 영국인들 중 상당수가 이를 사실로 믿었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외신들은 만우절용 기사를 별도의 묶음으로 보도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근본 원인으로 저널리즘의 신뢰 문제를 꼽는다. 영국 카디프대 스튜어트 앨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편집자들에게는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으며, 이런 시기에 언론의 신뢰도를 담보로 장난을 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에 기반한 보도조차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언론이 스스로 '가짜'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반대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영국 뉴스 웹사이트 '런던 센트릭'의 짐 워터슨 편집자는 "지도자들이 가짜뉴스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굳이 그 무기를 쥐여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뉴스 소비 환경의 변화 역시 만우절 기사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과거 종이신문 시절에는 독자들이 신문 상단의 날짜를 통해 보도 시점을 명확히 인지했지만, SNS를 통해 뉴스가 유통되는 현재는 보도된 지 며칠 혹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기사가 공유된다. 이 과정에서 만우절 농담 기사가 시차를 두고 확산하며 심각한 오보나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실제와 가짜 이미지의 구분이 어려워진 점도 언론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셰필드대의 비나 오그베보르 박사는 "언론의 사실 확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만우절 기사는 독자를 화나게 하거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언론이 만우절 기사를 게재한다면, 독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매우 명확한 면책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