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해 에야와디강을 건너 사가잉 지역으로 가려는 모습. 멀리 지진으로 무너진 철교가 보인다. [미얀마 교민 제공]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의 실질적 진앙인 사가잉 지역이 군부의 철저한 통제 속에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번 지진의 진앙은 만달레이 서남서쪽 33km 지점으로, 사실상 인구 30만 명의 불교 성지 사가잉을 직격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은 이 지역이 민주 진영 반군에 장악되었다는 이유로 지진 발생 이전부터 인도적 지원을 제한해 온 데 이어, 재난 상황인 지금도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신과 구호 단체의 접근이 차단되면서 사가잉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현지 활동가들은 "지역 전체가 평평하게 무너졌으며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며 참혹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만달레이에서 목선을 타고 사가잉에 구호품을 전달하고 온 교민 김모 씨는 "생수 한 병에 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며 "육안으로 봐도 언론에 집중 보도되는 만달레이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싱크탱크 '아나갓 이니셔티브' 역시 사가잉의 구조 작업이 거의 전무한 상태임을 지적하며 실제 사상자 수가 공식 집계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정에 대한 민심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2007년 '사프란 혁명'의 주역이자 2021년 쿠데타 이후 지속적으로 저항해 온 만달레이와 사가잉 주민들은 이번 지진을 대하는 군부의 태도에 치를 떨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구조대와 보급품을 군부 심장부인 네피도에만 집중시키고, 저항 세력 거점인 사가잉과 만달레이의 비극을 오히려 반군 퇴치의 기회로 여기며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시민들의 직접적인 자구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곤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A씨는 정부 기부금 대신 직접 차를 구해 식량과 물을 싣고 만달레이로 향했다. 그는 "정부에 돈을 주면 주민을 돕는 대신 총을 사는 데 쓸 것이 뻔하다"며 직접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군부가 주민을 보호하는 대신 강제 징병과 납치를 일삼는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전날 기준 사망자가 2,056명, 부상 및 실종자가 4,1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의 조직적인 정보 차단과 공습이 계속되는 한, 사가잉의 무너진 잔해 속에 묻힌 진실과 희생자 수는 영원히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