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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대통령의 교황 방북 '떼쓰기', 가톨릭에 대한 도전이다! - 로마 가톨릭의 오랜 전통인 '사목방문' 관례를 무시해달라고 요청한 文 - 사제도, 신자도, 가톨릭 인정 교회도, 신앙의 자유도 없는데? - 김정은, 김일성의 교시를 뭉개버리지 않는 한 기독교 인정 못해
  • 기사등록 2018-10-18 09:55:55
  • 수정 2018-12-29 11: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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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로마(이탈리아)=뉴시스】전신 기자


[프란시스코 교황의 방북을 공식요청한 문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10월 유럽 방문은 그야말로 북한으로 시작해서 북한으로 끝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의 가장 큰 목표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 세팅’이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그 순방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바티칸에서 프란시스코 교황을 만나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김정은이 동의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요청하는 것이다.


[교황의 해외 순방, 철저하게 내려온 전통이 이번에는 깨질까?]


로마 가톨릭의 교황은 국가의 정상이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수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이 어느 나라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어느 국가의 수반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교황이 어느 국가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로마 교황청에서는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전통이 있다. 우선 방문하려는 그 국가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 교회가 있다는 것은 곧 사제와 신도가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사목방문(pastoral visit)이라 한다.


그러니까 교황이 특정국가를 방문한다는 것은 엄격히 말하자면 그 국가의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지 국가 원수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톨릭의 오랜 전통이다.


문제는 지금 북한에 ‘장충성당’이라는 교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 교회가 로마 교황청이 세운 교회도 아니고 북한이 대외선전용으로 설립한 ‘대외홍보기관용 시설’이다.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영사의 표현을 빌자면 “좋게 말하면 한국의 反정부 종교단체들과 교류를 확대하려는 의도였고, 나쁘게 말하자면 이들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사실상의 공산당 선전기관이다.


더불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신도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있다 하더라도 지하교인들이다.


‘조선중앙통신’에 의하면 해방직후만 해도 약 5만 7천 여명의 가톨릭 신도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직후에는 북한에 4개 교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져 버렸다. 폐쇄된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추정한 바로는 지금은 약 3천 명 정도의 지하교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건국 이래 북한 당국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종교탄압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당연히 진짜 신도들은 지하로 숨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통일부도 인정한다. 통일부는 2011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종교단체는 당과 국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 수 있는 신자들로만 구성되고, 종교 신자들도 노동당이 선발해서 철저히 교육시킨 사람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나, 정말 중요한 사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평양교구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서울대교구장이 통일때까지 대리를 맡고 있을 뿐이다. 마치 이북5도청에 명예지사들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로마교황청이 인정하지 않은 교회에 사제도 없고 신자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북한에 사실상 교황이 방문할 명분이 전혀 없다.


▲ 평양의 장충성당에서의 미사장면. 북한에도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2015년 공개한 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NK News]


[단 한 가지 교황 방북의 명분이 있다면...]


그럼에도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단 한 가지 명분을 만들라면 교황의 방북을 계기로 김정은이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 선교의 자유를 불가역적으로 하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보장하는 길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까?


만약 김정은이 북한에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기 위해서는 우선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교시를 다 뭉개야만 한다.


북한 건국 이래의 김일성 교시뿐만 아니라 특별히 1962년 김일성이 사회안전성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종교인들을 함께 데리고 공산주의 사회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독교, 천주교에서 집사 이상의 간부들을 모두 재판에서 처단해 버렸고 그밖의 일부 종교인들 중에서도 악질들은 모두 재판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반 종교인들은 본인이 개심하면 일을 시키고 개심하지 않으면 수용소에 가두었습니다.”


이러한 김일성 할아버지의 교시를 김정은이 뒤엎을 수 있을까?


또 하나, 주체사상과 기독교(가톨릭 포함)는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북한은 사상면에서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신봉하고 있고 김정은 자신이 그 신(神)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은 곧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도 방문하지 않은 교황이...]


그동안 바티칸의 로마 교황은 중국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교황이 중국 방문을 희망했지만 그렇다고 성사되지는 않았다.


바티칸이 중국의 독자적 주교 임명을 사실상 인정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중국 교회 자체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최소한 선교의 자유와 사목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어떤가?

더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언급할 가치 조차가 없다는 것이다.


[교황의 방북 요청, ‘떼쓰기’를 넘어선 교황에 대한 결례이다]


문대통령은 교황을 만나기도 전에 교황의 북한 방문 요청을 아예 공개해 버렸다.

교황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문대통령의 교황 방북 요청은 한마디로 교황청에 대한 ‘떼쓰기’에 진배없다.


일부에서는 지난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과 1983년 두 번씩이나 공산치하의 폴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말 꺼내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우선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으로 결국 동유럽 공산권이 무너지는 데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그 당시 폴란드는 공산 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교회가 존재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북한 방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하나, 지금 문대통령은 교황에 대해 사실상의 '정치적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이 사목방문의 대상이 아니라면 김정은의 비핵화를 향한 입지를 위해, 그리고 문대통령의 '남측사람들'을 향한 입지 조성을 위해, 그리고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을 위해 정치적 관점에서 북한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가톨릭 교도라는 문대통령이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결례를 범하는 것일까?


설사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더라도 교황을 면담한 다음 공개해도 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정말 문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김정은을 위해서라면 교황의 체면이나 로마 가톨릭의 명예 따위는 필요없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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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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