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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꼬리 내린 중국, “美패권 도전하지 않겠다!” 항복 양제츠,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 달라" 요구 2021-02-04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중간 국면전환 시도한 양제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외교 분야 실무 사령탑인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일 “미국에 도전할 생각도 없고, 내정(內政)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미국도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문제 등에 대해 ‘레드 라인’을 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이날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의 대화’에서 30여분 분량의 화상 연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양제츠의 이번 연설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사실상 ‘트럼프 2기’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강력한 反中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미중관계의 국면전환을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포인트 1: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 유도]


중국의 ‘1호 외교관’으로 불리는 양제츠 정치국원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중국 정책에 대한 강한 비난으로 시작됐다.


양제츠는 “과거 몇 년간 미국 트럼프 정부는 극단적으로 잘못된 반중(反中)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일부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사익과 좁은 편견으로 미·중 관계를 파괴할 수 없다. 역사의 잘못된 쪽에 서서 양국 인민과 대립한다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차별화를 통해 “과거는 묻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가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러면서 양제츠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미중간 새로운 관계 형성을 요구했다.


즉 양제츠는 “미국 신정부는 중국인 미국 유학생을 괴롭히고, 중국의 미국 내 매체를 제한하며, 공자학원을 금지하고, 중국 기업을 압박하는 등 잘못되고 인심을 얻지 못한 정책을 행해 왔는데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취소해 양국 각계각층의 교류와 협력을 다시 확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이다.


양제츠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해 반감이 깊은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자극해 ‘트럼프 지우기’를 통한 미중관계 개선을 부추겨 보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포인트 2: 더 이상 미국 패권에 도전하지 않겠다!]


양제츠 국원의 이날 연설의 핵심 중의 하나는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경쟁하지 말자는 부분이다.


양제츠는 우선 “미중 관계는 양국 수교 이후 전에 없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일부 인사는 냉전적 사고를 갖고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정책을 비판한 뒤, “중국은 미국의 내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고, 이데올로기 대립을 바라지도 않는다. 또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지위를) 대체할 생각도 전혀 없다. 미국이 제로섬 게임의 강대국 간 경쟁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기서 양제츠의 포인트는 “미국의 내정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이미 미국내에 널리 퍼져있는 “중국의 미국 정치 개입 및 스파이와 친중세력을 통한 국가정책 개입설”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의 힘이 미국 사회내에 많은 분야에 침투해 있다는 정보기관들의 보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만한 발언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넘보지 않겠다고 사실상 항복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시진핑의 중국몽 자체가 미국의 패권을 넘어 세계 제1위 국가로 우뚝섬으로서 전 세계에 중화사상이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는데 이를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중국이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지 않겠으니 중국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사실 양제츠의 이러한 패권 도전 포기 발언은 이미 중국내 원로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시진핑에게 요구했던 사항들이다. 그러나 시진핑 세력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중간 협력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바이든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반중 정책을 펼쳐 나갈 것으로 분위기가 잡혀 가자 양제츠가 나서서 서둘러 진화를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분위기를 떠 보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양제츠 발언의 진정성이다. 물론 양제츠가 이렇게 운을 뗀 뒤 바이든-시진핑의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이 부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양제츠가 바로 그러한 핵심 카드를 일단 바이든 행정부에 들이민 것이라 볼 수 있다.


[포인트 3: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 달라!]


사실 양제츠의 이날 발언 가운데 중국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바로 “미국이여, 제발 레드라인을 넘저 말아달라”고 간청한 부분이다.


양제츠는 이날 또다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꺼내 들었다. 그는 “미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대만과의 관계 증진의 수준을 더 이상 진행시키지 말도록 요구했다.


더불어 “홍콩 문제,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한 개입도 중단해야 한다. 이 사안들은 모두 중국의 핵심 이익, 국가 존엄성, 14억 중국인의 정서와 관련 있는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한계선)’”이라고도 했다.


지금 중국에게 있어서 레드라인이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진핑 정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만약 대만이 미국과의 국교를 회복하면서 독립국가로 나아간다든지 신장 위구르 문제가 확대되면서 분쟁이 생기게 된다면 당장 시진핑 주석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를 국가의 핵심이익이자 존엄성이라 표현한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대만과 신장 위구르 문제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고 시진핑 주석을 옹위하기 위한 결사항전의 카드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양제츠는 “미국이 레드라인을 침범하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포인트 4: 경제협력을 통해 윈-윈 하자!]


그러면서 양제츠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윈-윈 카드로 경제 협력 강화 이슈를 꺼내 들었다. 그는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거론했다.


양제츠는 더불어 “중국은 미국과 더 긴밀하게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은 중국과 미국은 이견(異見)을 통제하고 공동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 거시경제 정책, 공중 보건 개선,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을 향한 경제적 제재나 각종 규제들을 다 철폐하고 그저 경제 논리로 무역확대를 하게 되면 양국이 모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안보 개념이 무역에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이 미국의 압박으로 하여금 엄청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고 앞으로도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임을 말해 준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길이 막막해진다.


그래서 시진핑은 중국내 경제순환을 통한 성장을 주창했지만 이는 당연히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앞장서서 ‘자유민주주의 경제공동체’를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을 정치적으로도 고립시킬 것이지만 경제문제 역시 완전한 갈라파고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타의에 의해 ‘정치적 죽의 장막’, ‘경제적 죽의 장막’, ‘외교적 죽의 장막’, ‘디지털 죽의 장막’ 속에 갇히게 된다. 한마디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인 나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정부로 바뀌었지만 중국의 고립화는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이며 그 강도 또한 결코 낮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역시 그러한 미국의 도도한 흐름의 물길을 돌려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 고립이야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적으로 고립되면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 할 정도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양제츠가 미국에의 패권 도전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신 경제 문제를 살려달라고 미국에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양제츠 연설의 의미]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양제츠 연설은 중국이 질식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에 마지막 카드를 던져 본 것으로 보여진다. 한마디로 “이것 저것 다 포기할테니 제발 살려만 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양제츠가 던진 흰 수건은 더 이상 미국과의 경쟁 자체를 하지 않을테니 다시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고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양제츠의 발언은 미중정상회담 아젠다 세팅을 위한 선제적 카드라는 점이다. 아마도 시진핑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의 패권도전 포기라는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시진핑 주석이 ‘중국몽’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의미의 대 전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미국을 넘어 세계 제1위 국가를 지향한다”는 중국몽이 “모두가 잘 사는 샤오캉사회 건설” 개념 정도로 축소될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그러한 화해 및 항복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만약 바이든 정권이 중국의 그러한 제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으로 나아간다면 아마도 미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70% 가까운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열흘이 넘었지만 사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를 안하고 있다. 더불어 시진핑 주석 또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열흘이 넘었지만 축전도 보내지 않았다. 지금 양국 정상간에 눈치 싸움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1~2005년 미국 주재 중국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양제츠가 직접 나서 대화의 물꼬를 터 보려는 시도를 이번에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관계의 경우 왕이 외교부 부장이 아닌, 양제츠 정치국원이 직접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미중관계를 풀어가 보려 한 것이다.


일단 양제츠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진정성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을 포기한다는 것을 명시적이고 공식적으로 전 세계 앞에 공표할 수가 있을까? 미국인들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중국의 그러한 선언에 대해 어느정도나 신뢰할 수 있을까?


중국이 만약 미국을 향한 화해나 전 세계를 향한 진정한 항복선언을 하려면 남중국해부터 포기하고 호주나 독일 등을 향한 경제적 보복 같은 것부터 취소해야 할 터인데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아마도 미국 역시 중국과의 화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중국이 진정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압박하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양제츠 국원이 지난해 말 향후 5년간 중국 외교의 주안점을 밝힌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짜임새와 구조가 심각한 조정에 직면했다. 역량의 대비가 더욱 균형 잡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미·중간 힘의 역전을 암시했다. 중국이 미국을 드디어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양제츠를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결론의 말.

“미중관계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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