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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병행'에 당정 갈등 재점화…관료 저항 본격화? 이낙연 "당정협의서 맞춤형·전국민 지원 논의하라" 2021-02-03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보편·선별 병행 지급을 둘러싸고 당정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단칼에 거부하자, 여당 내에선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 임기말 '관료의 저항'이 표면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협의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함께 맞춤형, 전국민 병행 지원 방침을 밝힌 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더불어 홍 부총리가 교섭단체 연설 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기를 든 것을 이 대표가 직접 내리눌렀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제기되는 등 재정당국에 불편한 기색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석상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유감 표명도 나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다.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4차 재난지원금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당 지도부가 함께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앞서 염태영 최고위원은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기를 넘기고 국민에게 봄을 돌려줘야 하는 정부여당의 공동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홍 부총리를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정일영 의원도 "재정 위기와 국민의 생존권, 부총리가 SNS로 반박할 사안인가"라고 질타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재난지원금 논쟁이 홍 부총리 거취 문제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데는 다 의견이 일치했다"며 "민생 이슈를 우리가 주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관리되지 않은 수준으로, 사퇴 논쟁으로 가면 좋지 않다고 정리됐다"고 전했다.


이낙연 대표도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 사퇴론에 대해 "의원 개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가정해서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홍 부총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SNS 글에 대해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제가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사퇴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지만 답변 도중 울먹거림에 가까울 정도로 목소리가 떨렸다.


민주당과 재정당국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를 놓고도 여당과 갈등을 빚어왔다. 주식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요건 3억원안이 관철되지 않자 사의 표명을 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 표시로 거둬들이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열린 주말 고위 당정 협의회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놓고 민주당과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전방위 압박이 이어진 데 따른 항의조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교섭단체 연설 전날인 지난 1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홍 부총리가 정면 충돌한 끝에 김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으며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국면이 일반적인 임기말 당정 갈등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판단이다.


보통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임기말 여당의 원심력이 강해지며 정부와 충돌을 빚는다면, 임기 4년차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초반을 유지하며 여전히 견고한 상태다.


더욱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에 대해 청와대와 정 총리를 위시한 정부, 민주당은 걸음을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당정청의 정무적 판단에 기재부로 대표되는 관료집단이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홍 부총리가 아주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옛 재정당국 출신 올드보이들에게 휘둘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에게 관료의 특성이 보인다"며 "곳간지기로서 국민 앞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어른스럽지 못함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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