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中, 트럼프에 1조 달러 투자 제안하며 안보 규제 완화 요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려 1조 달러 투자 의향을 비치면서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미국의 압박에 두 손을 든 것인데, 결국 미국과의 원만한 타협이 없이는 중국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과감한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시진핑의 뜻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대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국가안보 관련 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현재 관세협상팀을 통해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안했으며, 대신 미국 내에서 건설되는 모든 중국 공장에서 사용되는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도 낮춰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 제안은 지난달 마드리드에서 열린 무역 협상에서 제기되었다”면서 “이 회담에서 양측은 미국 의원들이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셜 미디어 틱톡의 미국 내 운영을 유지하기로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올해 초에 1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잠재적 투자 규모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마드리드 회담 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중국 기업을 위한 미국 내 투자 환경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고위 무역 협상가 리청강은 “미국이 투자 장벽을 줄이고 무역·경제 분야 협력을 촉진하는 데 중국과 함께 나아갈 의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의 제안은 미국이 대만에 대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입장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일련의 대담한 요구 사항의 일부”라면서 “이는 워싱턴의 또 다른 레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제안에는 사실상 미국이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을 폐기하도록 하는 제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어 “또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 무역 협상이 미국에 대한 투자보다는 미국 수출품 구매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임을 보여준다”면서 “투자는 국가 안보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은 구체적 답변을 피하면서 “행정부가 중국의 현재 의무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직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정확히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투자의 구조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지만,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사업을 통제하는 틱톡 프레임워크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중국 및 세계와의 경제 관계 재균형을 이루는 것을 2기 무역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의 1조 달러 투자는 다른 국가들의 약속을 압도한다. 유럽연합은 향후 4년간 6,0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들은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의 공약은 미국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 공동 기금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모델을 따를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미국이 17조 달러의 투자 약속을 유치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르 공화당 위원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일상적으로 속임수를 쓴다"며 중국 기업들이 우리 경제에 더 많이 접근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중국 매파 매트 포팅거는 “미국이 일대일로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대규모 투자 허용이 베이징에 대한 주요 양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디움(Rhodium)이 집계한 거래 완료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570억 달러를 기록했던 미국 내 중국 투자는 양국의 규제 강화로 급감해 2025년 상반기 21억 달러에 그쳤다. 투자 열풍 이후 중국은 자본 통제를 강화했고,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또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머니그램 인수 저지, 그라인더 매각 강요, 암호화폐 채굴 회사 퇴출 등을 단행했다.
올해 2월 트럼프는 대통령 각서에서 "무조건적인 투자가 항상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투자를 통해 ‘첨단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획득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각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페이스 국가안보회의 직원은 4월 중국 매파 숙청 과정에서 해고됐다.
[중국의 1조 달러 투자, 미중간 정책의 급격한 전환 불가피]
사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직을 걸고 미국에 1조 달러의 투자를 제안한 것이지만 이 약속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우선적으로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승인하는 데 합의하려면 지난 10년간 워싱턴과 베이징이 시행해 온 정책의 급격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주에서 자체적인 대 중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다른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어 “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들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격 인하와 일자리 감소를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또한 “중국이 가장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 중 일부에 수출 통제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영진은 새로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가베칼 테크놀로지스의 리서치 디렉터 라일라 카와자는 “틱톡 거래가 성사된다면 미국이 중국 투자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소수 지분을 보유하며, 해당 합작법인에 기술을 판매하거나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요구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미 1조달러 투자, 중국의 외교정책 전환이 우선]
그러나 시진핑의 대미 1조달러 투자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적으로 이미 중국의 미국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결정했던 역대 미국 정부의 판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동안 중국의 대미투자가 국가안보에 직결되어 있다고 강조해 온 마당에 시진핑 주석이 1조 달러 투자를 말했다고 해서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더욱 중국의 1조 달러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주요 산업에 중국 자본이 실핏줄처럼 파고들면서 결국 미국의 경제를 중국이 좌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중국이 투입하는 1조 달러가 중국 당국의 철저한 계산하에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칫 중국 자본의 미국 산업 침투로 말미암아 나중에는 중국에 미국이 휘둘리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1조 달러 투자를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중국이 그동안 취해오던 패권전략의 전면 포기와 함께 미국과 맞서겠다는 외교전략 역시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중국이 미국과 맞서지 않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선언이 있어야만 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체제 변화까지 염두에 둔 선언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이와 함께 중국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시된다. 현재 미국인들의 반중정서는 70~80%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 말은 중국의 1조 달러 투자를 받아들이려면 미국인들의 반중정서 또한 최소 30~40% 수준으로 내려야만 하는데 이는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미국인들에 대한 반중정서 완화없이 중국의 1조달러 투자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국가안보는 외면하고 돈장사에만 눈이 먼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아마도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초청이 사실상 성사될 것으로 판단했던 근거가 바로 대미 1조 달러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엄청난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에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와서 시진핑에 대한 확실한 신분보장을 해 줄것으로 보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확실하게 승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도 무산된 것이고 심지어 10월말 경주에서의 APEC 정상회의에서의 미중정상회담 성사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만약 만난다 하더라도 정식적인 회담이 아닌 간이회담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시진핑의 대미 1조 달러 투자 제안이 중국내에 어떠한 역풍을 불어올 것인가의 여부다. 이 내용은 아직 중국내 선전매체는 물론이고 화교권 매체들에서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추석 명절이 끝나면서 이 문제는 대대적으로 보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내 선전매체들은 침묵하겠지만 그리안해도 중국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시진핑을 중국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오히려 이번 문제가 시진핑의 안위를 더욱 위협하는 또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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