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유명 배우의 죽음, “정치적 배경 있다?”]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한 연예인이 돌연 사망을 했는데, 이 문제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영국의 BBC와 함께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까지 집중 보도 및 분석을 하고 나설 정도로 한 연예인의 죽음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이제 중국 권부가 배후에 있다는 설까지 대대적으로 퍼지고 있는데다, 또한 이번 사태가 과거의 백지시위 때처럼 젊은이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1일, “중국 배우 유멍룽(于朦胧)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검열 당국의 온갖 검열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인터넷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지난 9월 11일, 그의 구겨진 시신이 다층 아파트 건물 지하에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경찰은 이 사망 원인을 음주와 관련된 ‘낙상’으로 분류한 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곧바로 범죄 혐의를 배제했지만, 네티즌들은 이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면서 다른 주장들을 온라인에서 유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FP는 이어 “그는 결코 최고 수준의 스타덤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37세의 유멍룽은 여전히 주목할 만한 팬층을 확보했는데, 여러 인기 드라마에서 역할을 맡았고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에서 2,6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유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경찰이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 했다는 점, 자살 판결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내려졌다는 소식 등은 중국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고 밝혔다. 유멍룽의 웨이보 팔로워는 사망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면서 10월 2일 현재 2,771만 4천 명을 돌파했다.
FP는 “유 씨가 추락한 날 밤 함께 파티에 참석했던 여러 배우와 제작자의 책임, 유 씨가 경력을 쌓기 위해 겪었을 수 있는 치욕, 정치국 위원 차이치의 사생아가 연루되었다는 의혹, 심지어 연예계를 통해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혹, 그리고 범죄 증거가 담긴 USB 드라이브의 존재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끔찍하고 근거 없는 세부 사항들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고 짚었다.
FP는 “공교롭게도 중국 검열 당국이 시진핑 주석과 생일이 같은 유멍룽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면서 “실제로 공안당국은 유멍룽 사건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인터넷 게시글들을 철저하게 삭제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에서 유멍룽 사건을 거론하는 것조차 전면 봉쇄하면서 의혹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FP는 “이 문제가 중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파급력이 커지자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 언론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내 언론, 그리고 영국의 BBC까지 집중적인 취재 보도를 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사로 확대되었다”면서 “이와 함께 수많은 방송사들에서도 토크쇼들을 통해 이 문제를 분석하고 다룰 정도로 더 이상 중국내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이슈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짚었다. FP는 전문적인 외교매거진으로 주로 정재계 및 학계의 엘리트들이 구독하며 구독자 수는 전 세계에 걸쳐 600만명에 달한다.
[유멍룽 사망과 관련, 중국 네티즌들은 왜 의문을 제기할까?]
유멍룽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베이징 차오양 공안국은 지난 9월 21일 저녁 경찰 보고서를 발표하며, “유멍룽은 음주후 실족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유멍룽이 타인에게 폭행을 당한 후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사장이 그를 이용하려 했고, 부하들이 덫을 놓았으며 술에 취해 폭행을 당하자 참지 못하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유멍룽의 어머니가 통제당했다’, ‘유멍룽 죽음의 배후에 강력한 세력이 있다’ ‘현재 유멍룽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통제당하고 있다’ 등의 소문은 모두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그러면서 “주요 유언비어 유포자 3명이 공안기관의 법에 따라 강제 조치를 받았으며, 유언비어를 날조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BBC는 “사건 발생 후 경찰이 현장을 전면 봉쇄하면서 민간 차원에서의 구체적 조사는 불가능해졌지만 온라인에서는 세 가지 핵심 의혹을 중심으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진짜 자살이 맞나?, 연예계에 숨겨진 의혹이 있지는 않는가?, 권력층의 개입이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이 그것”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중국 공안당국이 이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 개입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의혹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베이징 차오양 공안당국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와 시료 채취 장소, 현장 조사 방식, 법의학적 검사 여부, 어떤 CCTV 영상을 증거로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 증거를 왜 신뢰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유명한 미디어 플랫폼인 ‘데이비드 뷰(David's View)’는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미국 주류 언론이 유멍룽 사건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한 배우의 죽음이 중국 공산당 체제 내 권력자들이 누리는 불처벌의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멍룽과 같은 유명 인사가 쉽게 사라질 수 있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태 당시 무력감을 느꼈던 것처럼, 시민들은 법치주의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유멍룽 사건, 중국 최고 권력자인 차이치와 관련이 있나?]
흥미로운 것은 유멍룽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만 매체인 상바오(上報)가 “이 사건의 배후에 차이치(蔡奇)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상바오는 “유멍룽의 사망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는 갑자기 이 사건에 대한 침묵을 명령하면서 차이치와 유멍룽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면서 “차이치와 유멍룽 사건의 연관성이 결코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의혹들은 숨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상바오는 이어 “차이치는 최근 시진핑 주석과 함께 신장 위구르 자치구 건국 70주년 기념 전시회를 방문했는데, 무표정한 모습이었다”면서 “중국 본토 정계에는 차이치의 사생아 두 명이 유멍룽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짚었다.
상바오는 그러면서 “유멍룽 사건이 확대되면서 반 시진핑파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신뢰받는 측근인 차이치를 겨냥한 ‘정치적 암살 계획’까지 꾸며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면서 “차이치가 유멍룽 사건과 연루된 진실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차이치는 베이징 정계에서 그의 무자비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유멍룽 사건 배후에 중국의 최고 권력자까지 개입되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문제는 이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중국 공산당은 더욱 더 이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고, 그럴수록 중국의 네티즌들은 기를 쓰고 원인 규명과 함께 중국 공산당 세력을 규탄하는 심리적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분노, 중국공산당의 통제정치에 대한 분노로 확산]
지금 상황과 관련해 FP는 외교전문지답게 “중국 당국이 올해 초부터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들을 삭제하는 인터넷 정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중국 공산당의 노력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반발을 확산시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유멍룽 사건에 대한 그 실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을 중국 공산당이 무조건 통제로 맞서면서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FP는 “첫째, 중국 팬들은 좋든 나쁘든 아이돌에게 극도로 헌신적일 수 있는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죽음 문제는 당연히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많은 의혹들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중국 공안당국이 해소를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건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FP는 “둘째, 분노한 네티즌들이 관영 언론이 내세우는 ‘공식 보도’에 맞서는 치열한 디지털 전쟁에 가담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는데, 문제는 당국이 이와 관련된 소식을 검열한다는 것 자체가 네티즌들의 분노 확대는 물론 당국의 발표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고, 이러한 소식의 전파는 또 검열의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FP는 그러면서 “유멍룽 사건의 본질은 이 사건 자체보다 우선적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있고 동시에 유명인도 저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데 일반인들이야 더욱 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이러한 복합적 감정들이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도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FP는 “유멍룽은 한때 아메리칸 아이돌과 유사한 프로그램인 ‘슈퍼보이’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중국 시청자들은 매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투표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생방송 시청자 투표가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이 서구의 민주주의 냄새가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베이징 당국에 의해 강제로 중단된 적이 있었다”고 짚었다.
이렇게 방송 프로그램마저도 중국공산당의 명령에 의해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유멍룽 사건 자체가 많은 네티즌들 자신들이 무력화되는 듯한 간접적 체험의 장으로 느껴지는 전이 현상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FP는 “유멍룽 사건이 한때의 가십처럼 또다시 잊혀지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의 마음 속에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자리잡게 될 것이고, 이는 어느 날 과거의 백지시위 때처럼 순간적으로 폭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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