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AP, “시진핑, 직무에서 한걸음 물러나 측근들 전면으로..”]
최근들어 중국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중국 관찰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중국관행과는 180도 다른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어 진짜로 권력기반에 중대한 이상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하는 추측들을 낳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AP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는 내용의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관련된 동향에 더욱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창립 80주년을 맞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지만 그는 이례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유엔총회에서의 연설은 리창(李强) 총리가 맡았다”고 보도했다.
AP는 이어 “시진핑의 유엔총회 불참 결정은 다소 의외”라면서 “시 주석은 2015년 유엔 창립 70주년을 맞아 연설했고, 2020년 유엔 창립 75주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꺾어지는 해, 곧 UN 창립 8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직접 방문 연설은 못하더라도 화상연설이라도 했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P는 “물론 미중관계의 미묘한 상황이 시진핑 주석을 유엔총회의 연설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면서 “미중 양 정상은 오는 10월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중국은 아직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AP는 그러면서 “최근들어 리창 총리의 보폭이 아주 넓어지고 있다”면서 “과거 같으면 시진핑이 했어야 할 일들을 리창총리가 대거 수행하고 있어서 사실상 시진핑 주석이 일선에서 물러선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흘러나온다”고 짚었다.
실제로 리창 총리는 이번 주 유엔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 오스트리아 총리 크리스티안 스토커와 회담을 가졌다. 리창의 이러한 외교 행보가 중국 권력의 이상설을 반영해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의 중국 외교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리창총리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하원 대표단을 접견한 바 있는데, 이 역시 그야말로 이례적인 외교행사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중국 정치 연구원인 닐 토마스는 “72세의 시 주석이 사임할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건강상의 이유에다 권력 장악력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시진핑 앞에서 무례한 태도 보인 왕후닝, “세상이 바뀌었나?”]
그런데 AP통신의 보도 내용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시진핑의 신장 자치구 방문에서 왕후닝(王沪宁)이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시진핑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우루무치에서 열린 ‘신장자치구 건국 70주년’ 행사에 참석했고, 9월 24일에는 신장에서 열린 ‘70주년 기념 테마전시회’를 참관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25일자 1면을 보면, 시진핑 주석이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동안 앞줄에 서 있던 시진핑의 책사이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王沪宁)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시 주석을 가까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CCTV도 이 장면을 방송했는데 최소 세 곳에서 시진핑이 연설하는 동안 왕후닝의 이러한 태도는 이어졌다.
왕후닝의 이러한 태도는 중국공산당에선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 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모으고 시진핑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는데 오직 왕후닝만 뒷짐을 지고 시진핑의 말도 듣는 듯 마는 듯 건성건성 거리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왕후닝의 이러한 태도는 바로 옆에 서 있었던 차이치(蔡奇)와 허리펑 부주석과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차이치와 허리펑도 계속 이어진 또다른 시진핑의 발언때는 왕후닝과 함께 뒷짐을 지고 시진핑의 발언을 들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이례적이었다.
이와 함께 더욱 더 이상한 소문을 부추긴 것은 시진핑과 왕후닝의 행적이다. 시진핑은 23일 신장에 고위 관리들을 대거 대동하고 우루무치에 도착했지만, 이전 티베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시진핑 주석은 일부 지역 대표들과 만나 상징적으로만 사진 촬영을 하면서 몇 마디의 인사말만 했다. 실제로 중앙 정부를 대표하여 연설한 사람은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었다. 그렇게 신장이나 티베트의 중요한 행사에 갔으면 시진핑이 당연히 대중연설을 했어야 하나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진핑의 태도는 당장 건강 이상설을 부추겼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정치논평가인 탕징위안(唐靖远)은 “중국 공산당 공식 문화에는 ‘손등 문화’라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 있다”면서 “상사가 말할 때 부하직원은 손을 공손하게 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표출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지지와 완전한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탕징위안은 이어 “부하들이 상관 앞에서 공개적으로 뒷짐을 진다는 것은 노골적인 경멸이나 심지어 도전으로 간주될 것”이라면서 “왕후닝 등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행태”라고 짚었다.
왕후닝의 이러한 태도는 중국내외의 SNS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한마디로 왕후닝이 시진핑과 대등하게 두 손을 등뒤로 한 채 서 있었다는 것은 시진핑의 권력에 이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결국 시진핑의 권력 이상설은 시진핑이 자초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반드시 시진핑이 있어야 할 자리나, 시진핑이 행했어야 할 연설들에서 시진핑은 없고 다른 이들이 이를 대신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미국에 거주하는 정치평론가 천포콩(陈破空)은 “시진핑 주석이 이미 일찌감치 물러나 당무는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에게, 정무는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에게 이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먼저 군사 업무에서 물러났으며, 장유샤(张又侠)가 현재 중앙군사위원회의 일상 업무를 감독하고 있다”고 짚었다.
천포콩은 이어 “시진핑은 티베트와 신장을 방문하여 회의를 열었을 때, 시진핑이 그 자리에 참석을 하기는 했지만 사진만 찍었고, 정작 중요한 연설은 왕후닝이 했다”면서 “베이징 열병식 후 열린 요약 회의에서도 시진핑은 단체 사진 촬영만 하고 떠났고, 차이치가 연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시진핑이 사실상 2선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천포콩의 주장이었다.
최근들어 더욱 불거지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도 역시 시진핑이 자초했다. 지난 23일, CCTV는 시진핑 주석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첫 화면에서 시진핑이 위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시 주석이 계단을 내려오자 CCTV는 화면을 돌연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시 주석이 완전히 내려온 후에야 카메라는 다시 시 주석을 향했지만, 이때도 시 주석은 휘청거리며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 후 CCTV는 왕후닝, 차이치 등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이러한 CCTV의 중계화면은 시진핑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만들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시진핑 주석이 외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에서도 비행기에서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언론에 포착된 그의 걸음걸이는 비틀거렸고, 그래서 시진핑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들이 불거졌던 것이다.
[막후의 권력 기반을 상실한 시진핑]
이렇게 최근 중국내에서 보여지는 여러 사건들은 시진핑 주석이 사실상 권력 기반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을 낳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탕징위안(唐靖远)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이 뒷전으로 물러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면서 “마오쩌둥(毛泽东), 덩샤오핑(邓小平), 심지어 장쩌민(江泽民)까지도 이러한 방식을 시도했는데, 중요한 것은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려면 군에 대한 완전한 통제가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이어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군부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장유샤(张又侠)가 작년 군부를 사실상 장악한 이후, 먀오화(苗华)와 허웨이둥(何卫东)이 이끄는 시진핑 지지 세력은 무차별적으로 숙청당했다”고 짚었다.
결국 이러한 시진핑의 권력 이상설은 다가오는 10월의 4중전회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권한을 어느 정도 내려 놓을지의 여부다. 물론 현재로서는 시진핑이 직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권한들만 위임하면서 자신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어차피 이미 많은 부분이 비어있는 권력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야 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시진핑의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아니면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추락했는지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정치국 위원이 24명뿐인데 이를 충원해야 하고, 쑥대밭이 되어버린 중앙군사위원회도 완전히 충원해야 하는 막중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국무원도 최소 2명을 충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인사작업은 사실상 시진핑에게 큰 시련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렇게 중국의 10월은 사실상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달이 될 것이다. 우리 Why Times도 중국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세심하게 들춰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