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베이징 방문' 원하는 시진핑, 성사에 모든 것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간의 베이징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중국측이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사실상 올인한 결과다. 중국은 이를 위해 5년 내내 버텼던 틱톡까지 미국에 내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베이징 미중정상회담 추진에 올인하는 것은 이 회담에 시진핑의 운명도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베이징이 미국 대통령을 공식 국빈 방문에 초대한 이후 계획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면서 “트럼프의 중국 방문은 보잉과 대두 거래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보잉과 대두 문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의 뜻을 따를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베이징에서의 미중정상회담은 사실상 결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SCMP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마드리드에서의 4차 무역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양측은 중국 인기 소셜 미디어 앱 틱톡(TikTok) 관련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며 “양측은 또한 필수 미네랄과 펜타닐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틱톡은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 공산당의 개인 정보 탈취·해킹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미국에서는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지난해 4월 제정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이 틱톡을 애용하는 점을 고려해 취임 후 법 시행을 세 차례 유예했고, 중국에 매각하라며 압박해 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외교관들이 지난 두 달 동안 백악관을 설득해 트럼프의 방중을 확정 짓고자 노력했고, 미 정부는 무역부터 틱톡까지 모든 분야에서 ‘성과물’이 될 만한 실질적인 양보를 베이징이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틱톡 매각과 트럼프 방중이 맞거래 카드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SCMP는 또한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17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처음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
SCMP는 “협상 상황을 직접 알고 있는 두 소식통은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으며 양측 모두 세부 사항을 마무리하고 있다”면서 “몇 가지 작은 미해결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주요 장애물은 이미 해결되었으며, 상황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성과물에는 미국 상품 구매를 위한 새로운 거래가 포함될 수 있다”며 “보잉 항공기가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잉 항공기 문제는 중국측이 이미 500대 규모의 구매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서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SCMP는 “소식통은 중국이 9월 첫째 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적인 국빈 방문 초대장을 보냈다고 확인했다”면서 “이는 보통 국빈 방문이 ‘거의 확정’되었으며 계획이 ‘매우 진행된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SCMP는 그러면서 “양측 모두 이를 실현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양측 모두 이 중요한 외교 행사를 자국 국민들에게 큰 승리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또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 외에도 순방 기간 중 중국의 고속철도 시스템을 타고 두 번째 도시(아마도 상하이)로 이동하자고 제안했다”면서 “베이징은 고속철도를 국가의 경제 및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국가적 성공 사례로 여기는데, 가장 빠른 열차로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1,300km를 이동하는 데 4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SCMP는 이어 “미국 측은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이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하여 중국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또한 이번 방문이 베이징에 대한 양보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SCMP는 또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내년에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이번 방문이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계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직도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들 존재, 최종 타결 미뤄질 듯]
이렇게 미중 양국간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사안이 큰 틀에서 합의는 됐지만, 세부 사항에 이견이 적지 않아 최종 타결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이 틱톡을 미국으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틱톡의 알고리즘 기술까지 미국에 넘길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은 국익과 중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확고히 보호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기술 수출 승인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펜타닐 원료 화학물질 수출 차단,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 해제 등에 대한 이견도 좁히지 못했다.
미중간 관세 문제 또한 아직도 최종 합의를 보지 못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고위급 협상에서 각각 115%포인트씩 관세율을 낮추기로 합의했고, 이를 90일씩 연장해 왔다. 합의 유예 시점은 11월 10일까지인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만약 대화가 잘 진행되고 미국이 희토류를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받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추가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경우 미·중 정상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의 최종 담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은 왜 베이징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시진핑 주석은 왜 베이징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열기 원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지난 7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내가 중국의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들은 모두 가짜뉴스”라며 “이는 사실이 아니며 나는 아무것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물론 내가 중국에 갈 수는 있지만, (그 경우) 시진핑 주석의 초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초청은 이미 있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그 당시 중국으로부터 방문 초청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번에 또다시 중국 당국자는 9월 첫째 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적인 국빈 방문 초대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7월에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산되자 9월 들어 초청장을 또다시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국가간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경우는 특별한 예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면서 성사시키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들어줄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또 이를 기화로 그동안 미뤄왔던 양국간 현안을 모두 처리할 요량을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오는 10월 하순에 중국의 권력구도를 확정지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회의(4중전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권력 위기를 겪고 있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이 4중전회에서 자신의 거취가 논의되는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 한다.
그러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다. 이는 시진핑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시말해 11월 초에 미중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리게 된다면 시진핑 주석의 거취와 관련된 논의는 4중전회에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2027년의 당대회까지 무조건 임기를 연장시킬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WSJ은 15일, “중국측이 지난 2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였으며, 스페인 회담을 통해 중국은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트럼프와 시진핑간 회담 장소로 10월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가 아니라 베이징에서 열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그러면서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하면 시진핑에게 큰 외교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대한 대가로 중국이 무역, 틱톡 등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양보를 하고 실현 가능한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확한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중국이 수용해 주지 아니하면 막판에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을 무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를 담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전문가인 천포콩은 자신의 채널에서 “이번 협상의 초점이 시진핑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제기하는 수많은 요구는 사실상 10월말 개최되는 4중전회를 겨냥한 것으로, 시진핑은 오직 권력과 지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 경제 침체나 일반 국민의 삶의 질 저하에는 관심이 없다”고 짚었다.
천포콩은 이어 “시진핑은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을 통해 사실상 시진핑을 미국 대통령도 인정해 주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굳건하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것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다. 지금 미중정상회담을 열어 시진핑의 입지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국가주석이 내정된 상태에서 미국을 방문했던 시진핑이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의 도움으로 쿠데타를 제압하면서 주석직에 올랐던 예가 있었는데, ‘시진핑 구하기’ 시즌 2에 또다시 미국 정부,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호자로 등극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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