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국 델컴퓨터, 결국 중국서 철수 결정]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중산층 또한 ‘오직 중국 탈출’을 꿈꾸며 해외 도피를 구상하고 또 실천해 가고 있다. 이러한 철수 및 탈출 움직임은 당장 중국 경제에 주는 충격도 크지만 중국의 이미지를 완전히 흐리면서 중국 경제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운영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인 델(Dell)이 최근 중국에서 떠나기로 하고 일자리 축소에 들어갔다”면서 “우선적으로 델의 EMC 스토리지 사업부와 상하이시, 그리고 남동부 푸젠성 해안 도시 샤먼에 위치한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CSG)부터 감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델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중국 본토에서 수백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해고를 시작했다”면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모바일 낸드 제품의 부진한 재무 실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모바일 낸드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SCMP는 “이와 함께 IBM은 지난 3월, 중국 내 주요 사업체 중 하나인 IBM China 투자 회사를 폐쇄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여러 도시에 위치한 IBM 중국 개발 연구소와 중국 시스템 연구소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데 따른 조치로 IBM이 더 이상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또한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상하이에 있는 IoT & AI 인사이더 랩을 폐쇄했고, 작년 5월에는 중국에 있는 AI 직원 700~800명에게 이전 옵션을 제공하고 대규모 해고를 시작했다”고 짚었다.
[무역전쟁 심화가 중국내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을 부추겨]
눈여겨볼 점은 미중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내 대기업들도 국내 브랜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들 중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 그리고 심각한 가격전쟁은 중국 본토에서 해외 브랜드의 운영 환경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서의 운영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지난 8월, 중국 본토에서 R&D, 테스트, 기술 지원 등 수백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해고를 단행했다. 미국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2023년 5월 중국 당국의 사이버 보안 검토 대상이 된 최초의 외국 반도체 기업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일부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후 마이크론은 상하이에 있는 DRAM(동적 랜덤 액세스 메모리) 설계 사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한때 3000명이 넘었던 중국 인력들도 대대적 감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중국 당국의 글로벌 기업 소외정책이 마이크론의 탈중국을 부른 원인이 되었다.
IBM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IBM 중국 연구소(CRL)가 완전히 폐쇄되고 2024년 8월 26일 중국 시스템 센터(CSL)가 폐쇄되며 중국 본토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후, IBM은 올해 3월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지에 있는 1,8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 중국 내 주요 사업체 중 하나인 IBM(중국)투자회사마저 폐쇄했다. IBM은 해당 사업체가 “중국에서 연구 개발이라는 사명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반면 IBM의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ISL)는 1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중국에서의 인원 철수와는 대조적인 이 현상은 결국 중국과 인도에서의 매출 상황이 판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IBM의 인도 시장 점유율이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 시장 점유율은 거의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중국에서의 매출 하락에는 국가적 간섭 요인이 크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으로 인해 외국인 직접 투자가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2023년 전국의 실제 외자 사용액은 1조 1,339억 1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으며, 2024년 전국의 실제 외자 사용액은 8,262억 5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7.1% 감소했다”면서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실제 외자 사용액은 4,673억 4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국제수지 직접투자 유입 및 유출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국가외환관리국은 "2000년 이후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 및 대내 직접투자 분기별 곡선 차트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이 정점을 찍은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145억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73.1%, 2022년 1분기 대비 86.5% 감소했다. 사실 이는 충격적인 결과다.
사실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 이전으로 인해 2014년 이후 외국 기업과 국내 공급망 지원 기업의 대외 직접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1분기 대외 투자 유출액은 484억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고,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56.8% 증가했다.
그런데 직접 투자 유입이 감소하고 유출이 증가함에 따라 2022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으로 순 직접 투자 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2025년 1분기에 중국의 순직접투자 유출액은 338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한 반면, 2019년 1분기에는 231억 달러 순유입이 있었고, 2022년 1분기에는 488억 3천만 달러 순유입이 있었다.
이러한 직접 투자 유입 감소는 중국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당장 국산품 이용 증대에만 신경쓰고 그러한 정책이 가져올 후과(後果)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의 무지가 중국경제를 이처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온그룹도 대대적 철수, 탈중국은 이제 보편 현상]
이렇게 중국내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일본 기업마저도 이 대열에 합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유통 대기업 이온그룹(AEON Group)은 베이징에 있는 마지막 대형 쇼핑몰인 이온몰 베이징 펑타이 쇼핑센터를 공식 폐쇄했다. 이는 사실상 베이징에서 그동안 엄청난 추억을 만들어주었던 대형쇼핑몰의 퇴장이라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있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의 한 블로거는 곧 문을 닫을 이온몰을 방문하여, 텅 빈 이온몰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AEON MALL 베이징 펑타이 쇼핑센터는 올해 9월 30일부로 공식 운영을 중단한다. 대신 중국운영자가 완전히 중국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온몰은 왜 문을 닫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지금 중국내 분위기가 저가 상품을 중심으로 박리다매 형식으로 흐르고 있는 점이 이온몰의 생존에 직접적 타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이온몰은 슈퍼마켓 등 다른 매장들과 함께 사실상 전면 폐쇄를 단행하게 된 것이다.
[중국 중산층들의 대탈주, 도쿄가 중국 중산층의 안식처?]
중국내 글로벌기업들만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중국의 중산층들도 탈중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의 중산층들이 대거 일본 이주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엔 중국인 사이에 불고 있는 ‘룬르(潤日)’ 열풍이 있는데 이는 일본이 중국 중산층의 안식처가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룬르란 일본행 탈출을 가리키는 은어인데, 영어 ‘달아나다(run)’와 같은 중국어 발음표기(한어병음)를 가진 ‘윤(潤)’에 일본(日)을 합친 말이다. 지난 2022년 상하이 등에서 펼쳐진 극단적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방역에 반발한 중국인들의 해외유학·이민 시도를 가리키는 ‘룬쉐(潤學)’에서 파생됐다.
FT는 이어 “이러한 룬르 현상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론으로 사회주의 이념이 강조되자 부유층과 중산층 사이에서 자산을 처분해 해외로 떠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부터이며, 특히 국가보안법 시행(2020)으로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가 무너지고, 제로 코로나 방역이 시행되며 이런 경향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FT는 “원래 룬르의 목표지로 미국이 가장 많았으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세력을 등에 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 때문에 중국인 선택지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미국으로 탈출한 중국인이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얼룬(二潤·2차 탈출)’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라고 짚었다.
실제로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거주 중국인 수는 87만3286명으로, 재일 외국인(376만9000명) 중 1위(23%)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현 추세론 재일 중국인이 2026년 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중국은 온통 탈출 행렬을 자초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자국의 중산층들마저 탈출을 한다면 도대체 나라의 미래가 있기는 할까? 권력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는 말이 딱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참으로 한심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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