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베이징이 숨기고 싶은 말 꺼낸 우크라, “러시아 긴장하라!”]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해 중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을 중국에 양보할 수 있느냐?”는 아주 도발적 발언을 해 중국내에서도 엄청난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헌법을 개정할 계획이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해 영토를 양보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영토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최후통첩 위협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신화통신의 이 보도에서 정작 중요한 인터뷰 내용을 빼먹은 것이 나중에 드러나면서 중국내에서 의외의 화제를 몰고 왔다. 지난 4월 24일,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는 자국 의회인 세임에서 격렬한 연설을 통해 “폴란드는 다시는 러시아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전쟁과 동유럽을 지배하려는 야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바르샤바 탈환에 대한 환상을 품기보다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중국식 이름인 ‘하이선와이(海參崴)’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시기에 유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어떤 영토도 점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 러시아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안전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 유엔 우크라이나 대사의 발언이나 폴란드 외무장관의 발언은 원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했던 말, 곧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을 때, “‘블라디보스톡’이라는 이름 자체가 ‘동방정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무력으로 영토를 강탈해 온 역사가 현재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 이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할양을 요구할 때마다 ‘블라디보스톡’ 발언들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러시아의 영토 야욕을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화통신은 이러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이 곤란해서였는지 이 부분을 아예 싹 삭제하는 보도를 했다가 오히려 중국의 네티즌들로부터 거친 반응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블라디보스톡 관련 발언이 나오자 중국 외교부는 정색을 하면서 “중러관계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블라디보스톡과 동북아시아 200㎢의 영토가 1993년 합의를 통해 러시아에 할양되었다”면서 “중국 국민은 자신의 약속을 지킬 것이고 결코 번복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중국이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중러 국경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의 이러한 발언이 과연 진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국은 지금도 연해주 탈환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지난해 4월 2일,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무제한 파트너십’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 지역인 연해변강주(Primorsky Krai)에 중국인 농부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현지인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연해변강주(Primorsky Krai)란 1860년 청나라가 러시아에 양도한 지역으로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6,400km 떨어져 있으며, 러시아의 극동연방관구의 극동경제지구에 속하는 지역이다. 러시아어로 '바다와 접하고 있다'는 의미의 '프리모르스키 변강주'를 한자로 훈차하여 '연해(沿海) 변강주'라 부른다. 주도(州都)는 블라디보스톡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 지역에 베이징의 정책 입안자들과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자연자원부가 지난 2023년 2월, ‘공공 지도 내용 표시 규격’을 배포했는데, 이 중 ‘규격’의 제14조는 한어 병음과 외국어로 된 지도를 제외하고, 러시아의 8개 지명을 표기할 때 중문 이름도 괄호 안에 함께 표기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때 중국은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을 ‘하이선와이(海參崴)’로 병기해 표시했다.
사실 일부 러시아 영토 지역에 대해 중국이 한자 병기를 하기로 했다는 것은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해당 지역들이 과거 중국의 고유 영토였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이들 영토로 인해 국경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말해 준다.
분명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결코 동맹으로 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한때 주적(主敵)이었고 또 앙숙 관계였다. 두 나라 사이에 국경 자체가 무려 4380km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 바람 잘 날 없는 관계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1689년, 청나라와 러시아 제국간의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을 때도 국경 분쟁은 심각했다. 1685, 1686년 두 차례에 걸친 알바진 전투에서 러시아는 청나라에 참담하게 패배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 전쟁 지속보다는 평화를 원하면서 중국으로선 서양 국가와의 첫 번째 협정인 네르친스크조약을 맺게 된다.
네르친스크 조약 이후 청나라의 기력이 쇠하면서 170년 후인 1858년 아이훈 조약으로 흑룡강 이북을 빼앗겼고, 2년 후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연해주마저 빼앗겨 버렸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 국경선은 이때 그어진 것이다.
그리고 1840년 아편전쟁이 벌어졌을 때 패배한 중국은 영국과 난징조약(1842년)을 맺으면서 홍콩을 강탈당했다. 그로부터 18년 후인 1860년, 2차 아편전쟁 끝에 러시아도 중국과 베이징조약을 맺고 블라디보스톡을 포함해 중국의 극동 영토 상당 부분을 빼앗았다. 중국으로서는 대치욕을 당한 것이다.
1969년에도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의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를 두고 서로 자국 영토라며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양측 국경 수비대 간 주먹질로 시작된 싸움은 탱크와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된 전투로 확대됐다. 심지어 러시아는 중국에 핵 공격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전투는 커졌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과 소련간의 관계는 두 나라 모두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를 수정주의라고, 러시아는 중국을 교조주의라고 맹비난하면서 갈등은 지속됐다. 그러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서는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충돌했던 것이다.
그해 9월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애매한 형태로 일단 분쟁은 중단되었고, 이후 2001년 20년 기한 중-러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시진핑은 푸틴과의 회담을 통해 이 조약을 5년 더 연장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은 길고 긴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 65만8000명을 배치하면서 대치 상태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미국과 화해를 한 것도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자유진영인 미국보다 러시아를 더 경계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 16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쩌민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에 맺어진 조약이었다. 이렇게 때론 경쟁 관계가 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미국에 맞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렇게 협력을 하면서도 군사 동맹은 맺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러시아를 넘보는 중국, 기밀문서에서 본심 드러났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본심이 중국의 기밀문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 베이징대 교수로 호주에 정치적 망명을 한 상태에서 중국 고위층의 내부 사정을 수시로 폭로하는 유명한 법학자인 위안홍빙(袁紅冰)은 “지난 5월 말, 상관들에게 탄압받던 중국 공산당 외교부 기밀부서의 한 관리가 분노하여 러시아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고 충성의 표시로 중국 공산당의 극비 문서를 러시아에 넘겼다”면서 “이 극비 문서의 내용은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고 푸틴 정권이 은밀히 붕괴될 경우 중국 공산당의 대응 계획에 관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위안홍빙은 이어 “이 극비문서에는 푸틴 정권 전복이 발생하면 미국과 유럽은 모스크바의 친서방 정치 세력을 최대한 지원하고 러시아의 국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시진핑의 전략적 결정을 바탕으로 중국 공산당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 계획에서 두 가지 가정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 첫 번째 계획은 “러시아 연방 공산당 또는 러시아 연방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다당 연합을 지원하여 러시아의 국가 정치 흐름을 주도하고 유럽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국가적 기반을 재건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개입으로 첫 번째 계획이 실현되지 못하고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치 세력이 모스크바에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경우 두 번째 계획을 추진하는데,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 연방 공산당이 이끄는 정치 세력을 강력히 지원하여 우랄산맥을 경계로 하는 동부 러시아 연방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공산당은 우랄산맥 동쪽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광활한 시베리아 지역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대만해협 전쟁이 발발할 때 중국 공산당에 충분한 전략적 심도와 에너지 백업 기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다. 한마디로 중국이 러시아 일부 영토를 먹겠다는 야심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우크라이나나 폴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바로 중국의 블라디보스톡 탈환 욕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을 중국에 넘겨줄 의향이 없다면 우크라이나 영토도 감히 넘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중국이나 러시아도 할 말을 잃게 된 것이고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은 중국은 또 얼마나 당황했을까? 본심을 다 들켜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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