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진핑의 일대일로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한 베이징]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대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개발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사업들이 많은 국가들을 빚더미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부실 공사로 인해 해당 국가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27일, “중국수력건설공사(Sinohydro)가 에콰도르에 건설한 코카코도싱클레어(Coca Codo Sinclair) 수력 발전소가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면서 “수년간의 소송 끝에 중국수력건설공사는 최근 에콰도르 정부에 4억 달러(약 5585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배상금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아르헨티나 온라인 매체인 인포바에(Infobae)를 인용해 “에콰도르 경제재정부 장관 사리하 모야(Sariha Moya)가 최근 라디오 센트로(Radio Centro)와의 인터뷰에서 에콰도르 정부와 중국 간의 협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중국수력건설공사의 모회사인 중국전력기술공사가 에콰도르에 4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면서 “모야 장관은 중국전력기술공사가 건설한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가 회사 차원의 손실뿐만 아니라 정부 수입 손실까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는 단순한 보증 형태의 보상은 받아들이지 않고, 국가 차원의 직접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시보는 “에콰도르 나포주와 수쿰비오스주 사이에 위치한 코카 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는 2009년 약 30억 달러(약 4조 1898억원)의 비용으로 건설이 시작되었다”면서 “당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했고, 중국전력기술공사가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6년 시진핑 주석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는 개소 이후 부지 선정, 시공 품질, 부패, 미상환 대출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 왔다. 조사 결과, 배전반에 8,000개의 균열이 있는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발전 안전과 효율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수리 후에도 일부 설비에서는 누수가 계속되었다. 한마디로 수력 발전소 공사 자체가 온통 부실덩어리로 판명난 것인데, 조사 결과, 중국전력기술공사는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수년간 은폐하고, 결함의 존재를 알면서도 발전소를 인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시보는 “2021년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전력기술공사에 5억 8천만 달러(8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를 제기했으며, 중국전력기술공사는 2024년 에콰도르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면서 “양측은 이제 손해배상 합의에 도달하여 해당 프로젝트를 둘러싼 오랜 분쟁에 대한 예비적 타결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자유시보는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는 구조적 문제 외에도 지역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원래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발전소가 15년밖에 수명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서, 이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 생태계에 장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중국계 캐나다인 언론인이자 시사 평론가인 성쉐(盛雪)는 “에콰도르가 중국 기업에 4억 달러의 배상금을 청구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위기에 처했음을 시사한다”면서 “과거에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이 부실 프로젝트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질적인 배상 조치에 나서지 않았지만, 에콰도르가 이번에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음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잇단 배상 청구를 부추길 전례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제 발등 찍은 중국의 일대일로]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부실공사 수출에 부실채권까지 급증하면서 중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대일로로 인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국제사회가 이를 ‘부채의 덫(Debt Trap)’이라 비판하자 중국 정부가 빚 회수에 소극적으로 임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악성대출 급증은 중국 은행의 재정 악화 등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인프라를 짓거나 자본을 투자해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해 온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난 2013년 시작해 올해로 12년을 맞는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중앙아시아~유럽)와 해상 실크로드(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남미)를 건설해 해당 국가들과 중국과의 경제 공동체 구성을 표방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는데, 사실 그 속내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초석으로 시작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이기에 이를 위해 중국은 그동안 약 1조 달러 넘게 쏟아 부었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에 무려 1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사업 부실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지면서 해당국가는 물론이고 중국마저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국이 회수하기 어려운 악성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개발 도상국에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자금을 지원한 상당수의 국가들이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약 150개국 중 117개 나라가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부채의 덫’을 놨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부채 탕감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그런데 좀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는 중국은 치밀한 계획이나 이를 관장하는 전문가도 없이 대외적 홍보성 프로젝트에 더 치중하면서 자멸의 길을 걸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말해 돈을 빌려주는 중국은 해당국에 수익 전망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사례가 허다했고, 여기에 전세계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중국에 빚을 진 나라들이 갚지 못해 수백억달러의 차관이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많은 개발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 돈을 받은 국가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중국 역시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문제가 있는 사업의 대출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새 대출을 제공하기까지 하면서 중국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고, 이로인해 중국조차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중국의 채무국 중 상당수는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데 전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회수나 순환 자체가 막혀 버리니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중국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의 가계, 정부, 비금융사 부채가 급증하면서 중국이 외부보다 내부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렇게 하다보면 일대일로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더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실공사 수출한 中 일대일로, 케냐·세르비아·방콕서 와르르]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수출하면서 그 현장들이 부실공사로 뒤덮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태국 방콕 짜뚜짝 시장 인근에 건설 중이던 30층짜리 감사원 신청사 건물이 폭삭 내려앉은 적이 있었다. 중국 철도공정그룹 산하 중철10국이 짓고 있던 이 건물은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내외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지진 당시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렸다. 지진 규모는 7.7이었지만 방콕은 진앙으로부터 1000km 떨어져 있어 규모가 3~4 정도로 약했기 때문에 다른 건물들은 멀쩡했지만 유독 중국 건설회사가 짓고 있는 이 건물만 무너져 내리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방콕의 건물 시공을 맡은 회사가 바로 중국 국유 기업으로 일대일로의 첨병 역할을 해온 ‘중철10국’이라는 점이다. 중철10국은 태국이 2017년 일대일로에 참여하자 2018년 태국에 진출해 인프라 시설과 관공서 등 13건의 관급 공사를 수주했다.
일대일로의 부실시공은 태국 뿐 아니다. 작년 11월에는 세르비아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야외지붕이 붕괴해 16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는 케냐에서 시공 중이던 다리가 무너져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다보니 일대일로가 부실시공 수출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사실상 중국을 골병들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대일로라는 달콤한 사탕으로 빈곤국가들을 더욱 병들게 만들었으며 또한 부실공사까지 수출하면서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최악의 프로젝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놓고도 시진핑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미래라고 말한다. 참으로 기가 차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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