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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얼마나 심각한가? 푸틴, ‘서방 도발·위협에 대응’ 명분, 전술핵무기 훈련 명령 2024-05-08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푸틴, ‘서방 도발·위협에 대응’ 명분, 전술핵무기 훈련 명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면서 서방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푸틴의 핵 위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를 그저 허세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실제 핵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판단도 각양각색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사 정책의 특징은 재래식 전쟁에 핵무기를 도입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개시한 이후 핵무기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외부 세력(나토군)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러시아는 이러한 핵무기 사용 전술을 구체화하기 위해 조만간 남부 지역에서 전술핵무기 훈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6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이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실제로 “러시아군이 남부군관구에서 미사일 부대와 해군이 참여하는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 당국자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해 러시아 영토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훈련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어 “훈련 기간 비전략 핵무기의 전투 임무 수행 준비와 사용을 연습하는 조치가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의 핵위협, 러시아의 위기상황을 반영하는 것]


눈여겨볼 것은 로스토프나도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남부군관구는 러시아 남부 지역과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새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지역 및 크름반도도 관할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러시아의 남부군관구가 핵무기 사용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최근들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미국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잇따른 지상군 투입 가능성 발언을 선제 압박하려는 의도도 충분히 있지만, 그보다 크름반도의 전황이 최악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경고 의미도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최근들어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신형 장거리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전장에 투입하면서 크름반도에서 러시아 지위가 크게 하락하는 와중에 푸틴의 핵무기 사용 경고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름반도는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를 잇는 길목에 있으며, 러시아 흑해 함대 본부와 주요 미사일 발사대 등이 위치해 육해공을 총망라하는 러시아의 핵심 군사 요충지다. 푸틴은 그간 크름반도 병합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웠으며, 여러 핵심 군사 시설을 여기에 설치하며 군사적 중요성을 키워왔다.


그런데 푸틴에게 있어서 그렇게 소중한 상징적 지역인 크름반도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크름반도를 사수하는 최후의 선택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기어코 지키겠다는 의지를 푸틴이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남부군관구에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푸틴의 의지는 확고하다. 만약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넘어갈 최악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수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니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탈환하겠다는 생각을 아예 버리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개념에서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하지 않자 푸틴은 실전 배치되는 러시아의 신형 전략 무기를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의 영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우리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충돌과 문명의 파괴를 실제로 위협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혹시나 모를 지상군 투입 등으로 러시아가 전쟁 패배의 위기가 닥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협박한 것이다.


물론 푸틴은 얼마 후 3월 13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생각한 적이 없으며, 러시아와 미국이 핵 충돌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입장을 완화하는 듯 보인 바 있다.


그랬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면서 실제 훈련 돌입을 명령한 것은 푸틴이 전술핵 사용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 러시아가 패배로 흘러가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핵무기의 위력은 얼마나 될까?]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강력한 전략 핵탄두의 위력이 수백 킬로톤에 달하는 반면, 전술 핵무기의 폭발력은 1킬로톤 미만일 수도 있고 수십 킬로톤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폭발력은 각각 약 15킬로톤과 20킬로톤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핵 전문가인 니나 타넨발트는 “푸틴이 위협하는 전술핵은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기존의 어떠한 폭탄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과 같은 공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나 타넨발트는 이어 “전술핵이 적절한 고도에서 폭발할 경우, 소량의 탄두가 장기적인 방사능 피해를 남기지 않고도 전장의 적군을 전멸시킬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이 전장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정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푸틴은 정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가 있다. 사실 핵무기 사용은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마저도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언급할 때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자제를 요구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 러시아의 완전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자칫 러시아의 붕괴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 역시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푸틴이 그동안 경고해 왔듯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합류하면서 러시아가 실제로 전쟁 패배의 순간으로 다가왔을 때 푸틴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의 여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그동안 점령해 왔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의미히고 또는 크름반도를 우크라이나가 점령하는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패배, 엄격히 말하자면 푸틴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당장 러시아내에서는 푸틴을 권좌에서 몰아내려는 움직임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때 푸틴은 이판사판으로 전술핵 사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푸틴이 전술핵 사용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핵무기 사용 자체가 푸틴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이 전술핵 사용을 결정했다고 해서 군부가 무조건 순응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의 존망 자체가 위기에 처하는데 이를 군부가 아무런 저항없이 푸틴의 명령에 순응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그때는 러시아 군부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래서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다는 것은 더 이상 푸틴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흘러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에 사실상의 SOS를 보내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면서도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해서는 안된다고 전제를 단 것이다.


지금 푸틴은 자신에게 다가올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서방진영의 무기들이 다시 우크라이나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게 된다면, 그것도 중장거리 미사일들이 우크라이나에 쏟아져 들어온다면 사실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푸틴조차 알지 못한다. 그만큼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만약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푸틴 스스로 자신의 명운이 달렸다고 판단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그것을 서방진영이 우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방진영은 크렘린궁 안의 이성적 지도자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이렇게 지금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혼돈의 시기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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