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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에게 찾아온 뜻밖의 위기, 러시아연방 붕괴될 수도 있다! 체첸 지도자의 사망이 가져올 푸틴의 위기 2024-04-2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체첸 지도자의 사망이 가져올 푸틴의 위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뜻밖의 위기들이 찾아오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체첸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의 죽음이 물고 올 파장이 워낙 커서 이로 인해 러시아 연방의 해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체첸(Chechen)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가 불치병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의 사후 코카서스(Caucasus) 지역에서의 공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크렘린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체첸은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코카서스(카프카스) 산맥 일대에 위치한 러시아연방에 포함된 자치공화국이다. 면적은 1만 9000㎢로 우리나라의 경상북도 크기와 비슷하다. 자치공화국은 독자적인 헌법과 의회, 내각 및 자체 언어를 보유하지만 독립국 지위는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들을 말한다.


체첸의 수도는 그로즈니(Grozny)이고, 러시아에 속한 자치공화국이지만 러시아와는 인종이나 종교, 언어가 모두 다르다. 체첸공화국은 1936년 구소련 연방 내 자치공화국으로 편입됐다가 1991년 구소련 연방이 해체되자, 러시아로부터 가장 먼저 분리 독립을 추구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1994년 말 체첸을 공격했는데, 이것이 1차 체첸전쟁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체첸 독립을 막으려 했던 것은 체첸 지역은 유전이 풍부한 데다 카스피해의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러시아로 공급하는 송유관(파이프라인)이 통과하고 있을 정도로 지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체첸이 포함된 러시아의 남서부 국경지대에는소수민족들이 21개의 자치공화국을 이루어 살고 있는데, 만약 체첸의 분리독립이 이뤄지면 다른 민족도 연쇄적으로 독립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푸틴 입장에서는 체첸에서의 독립 요구 등의 소요 사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만 한다.


그런데 체첸이 1991년 10월 독립을 선포하면서 시작되어 1996년까지 이어진 1차 체첸 전쟁에서 약 6만~1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1999년 9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체첸반군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공격이 벌어지면서 20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바로 이때 등장한 인물이 푸틴이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체첸에 병력을 재차 투입하면서 2차 체첸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무려 10년간 진행됐는데 푸틴은 그야말로 폭압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소위 ‘반테러작전’을 수행하면서 체첸 독립운동을 제압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소련 붕괴 이후 절망에 빠져 있던 러시아를 회복할 수 있는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된다.


그리고 이후 푸틴은 체첸 군벌이었던 람잔 카디로프로 하여금 체첸을 통치하도록 하였는데, 그동안 람잔 카디로프는 철저한 폭압정치로 체첸에서 독립운동 등의 움직임을 막아왔는데 그랬던 람잔 카디로프가 사망한다면 이후 체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람잔 카디로프의 중병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러시아 지도부 내부의 와병설 같은 무분별한 정보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부터 러시아 내부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식통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2019년에 췌장 괴사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부터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 의학적으로 유발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드물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얼굴과 복부가 부어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체첸 당국은 람잔 카디로프의 중병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주 그가 운동하는 모습과 관리들을 만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중병설에 불을 붙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그 영상들이 과거에 찍은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골칫거리였던 체첸, 과연 폭풍의 핵될까?]


더타임스에 따르면 체첸은 오랫동안 모스크바의 골칫거리였으며, 극심한 탄압이나 체첸 지도자들에게 당근을 쏟아부으면서 일정 부분 안정을 유지해 왔었다.


그러나 카디로프가 개인 동물원과 140만 파운드(24억원)짜리 람보르기니 레벤톤 20대 중 한 대를 포함한 최고급 자동차를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패로도 악명이 높다.


이런 카디로프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것은 푸틴에게도 엄청난 도전이 될 수 있다. 일단 카디로프는 자신의 아들 아흐맛을 후계자로 선정해 일단 청소년부장관 자리를 맡으면서 대를 이은 통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나이가 불과 18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 또 하나, 체첸 공화국의 수장은 나이가 최소 30세가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이 문제를 또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아흐맛 카디로프 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체첸 아흐마트 용병 부대 사령관인 압티 알라우디노프 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모스크바가 그를 체첸의 통치자로 임명할 경우 카디로프 가문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를 들어, 카디로프의 사촌인 아담 델림 카노프는 2007년부터 러시아 의회인 두마에서 체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자체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람잔 카디로프가 사망하게 된다면 체첸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쟁 이후 체첸의 안정은 카디로프와 나머지 체첸 엘리트들을 매수하기 위한 막대한 연방 보조금과 카디로프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서로를 불신하는 라이벌 무장 진영 간의 공포의 균형을 통해 이루어졌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람잔 카디로프의 사망 이후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려는 시도가 체첸 엘리트층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정치적 분쟁이 아니라 무력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더타임스의 견해다.


이에 대해 한 러시아 정치 평론가는 더타임스에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기에는 총과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의 말처럼 체첸에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면 푸틴에게는 최악의 순간이 닥칠 수 있는 끔찍한 딜레마가 될 것이다.


만약 체첸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체첸의 안정을 위해, 그리고 이 지역의 불안정이 다른 불안정한 북코카서스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푸틴은 어쩔 수 없이 대규모의 러시아군을 파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틴은 우선 상당한 규모의 무장을 갖춘 준군사조직인 방위군에 의지할 수 있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추진을 잠시 뒤로 미루면서 체첸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전환하는 방안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황이 생각보다 긍정적이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투입된 병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첸을 잃고 북코카서스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을 감수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체첸 둘 중 어느 것 하나를 푸틴이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 푸틴은 또한 자신의 정치적 유산마저 포기해 버림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더더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재정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다양한 부족국가들에 대해 제대로 지원을 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체첸이 만약 독립을 추구한다면 그때는 러시아 연방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서방은 분열하는 러시아에 대비해야 한다]


체첸의 상황은 이렇게 러시아 연방의 분열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각 연방국가들이 그동안 중앙의 대대적인 보조금을 통해 지방정부의 운영을 해 왔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체첸의 독립이라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러시아 연방은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푸틴은 쿠데타 위험부터 제재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람잔 카디로프의 사망은 이러한 푸틴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국내의 혼란이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하는데도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람잔 카디로프의 사망 이후 푸틴은 거의 모든 일정과 의사결정을 국내의 정치적 사안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러시아연방도 유지되고 푸틴의 운명 역시 지탱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푸틴에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러시아 연방은 대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방진영은 러시아 연방의 해체를 목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야말로 러시아와 푸틴의 운명은 체첸공화국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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