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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희토류 무기화하며 위협하던 中, 제 발등 찍었다! 희토류 공급망 다각화로 위협받는 中 패권 2024-04-23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희토류 공급망 다각화로 위협받는 中 패권]


세계 희토류 공급을 쥐락펴락하면서 자원 무기화의 칼춤을 추었던 중국이 결국 제발등을 찍었다. 공급망이 다각화되면서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중국은 한때 희토류의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종주국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이젠 희토류 광물의 매장지를 발견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해양 탐사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 수출국으로서의 중국의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면서 “희토류는 기술의 필수 원자재이며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국가가 다변화되면서 중국의 세계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는 땅속에 있는 희소 금속으로, 란탄 계열 15개 원소·스칸듐·이트륨을 포함하는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스마트폰·전기자동차 배터리·반도체용 연마제·석유화학 촉매·레이저·전투기·미사일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첨단사회에서 그야말로 필수적인 희토류는 농축된 광물의 형태가 아니라 원소로 흩어져 있어 채굴·농축·분리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써서 수많은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하는 탓에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 이 과정에서 라듐이나 우라늄 등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이에 따라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위 희토류 생산국이었던 미국은 물론 유럽이 방사능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이를 꺼려온 가운데 중국은 느슨한 환경규제와 저가 공세로 단숨에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그리고 나선 공급망을 쥐고 흔들자 미국을 중심으로 희토류 생산이 재개됐다.


[탈중국 재촉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이렇게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시시때때로 이를 무기로 수출통제 등의 위협을 해 왔다. 지난해 8월에도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 바 있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 국가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으며, 이로인해 본격적안 희토류의 탈중국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도 당시 수출통제를 실시하면서 희토류 무기화가 무역 보복 정책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의 강경기조를 대변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해 7월 5일 “중국이 반도체 재료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 게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중국 상무부의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수동적으로 퇴출당하지는 않겠다는 사실을 미국과 그 동맹국에 경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갈륨과 게르마늄 제품의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하고 허가를 받도록 한 건 미국과 동맹국에 중국 기술개발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오판이라는 점을 실제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중국이 왜 필요한 조정을 못하겠는가. 한정적인 희토류를 소모하면서 미국 주도의 대중 디커플링을 돕는 국가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가”라며 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광물시장 지배력 잃을 것” 경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광물 수출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세계 광물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을 이미 해 왔다는 점이다. 우리 신문은 지난해 7월 9일, “장고 끝에 악수 둔 중국, 탈중국 재촉한 시진핑 외교”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175회차)을 통해 이같은 예고를 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기업 인트라링크의 중국 반도체 부문 담당인 스튜어드 랜들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중국이) 수익을 잃게 되고, 나머지 다른 국가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실제로 중국이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지만, 각국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한 전례가 있다”며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호주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면서 2010년 98%였던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점유율은 지난해 70%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통제 대상이 된 갈륨·게르마늄은 희귀한 금속은 아니지만 중국이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이 다른 국가를 제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거대한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산업망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결국 제발등 찍었다!]


불과 1년여전의 경고 그대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후유증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SCMP의 보도에 따르면 공식적인 수치로 볼 때도 세계 희토류 수출의 중국 비중이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해 중국 내 희토류 대기업들의 수익률도 악화했다는 것은 희토류 무기화의 후폭풍이 거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의 와중에서 중국은 희토류 패권을 무기 삼아 수출 통제 조치로 수년간 세계 각국을 압박해왔으나, 글로벌 제조 강국들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미국·호주·미얀마에 이어 라오스·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이 대체 생산국으로 떠올랐으며 이로 인해 중국 입지가 위협받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세계적으로 희토류 수요는 증가 추세이지만 생산국이 다양해지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점차 줄고 있으며 중국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2020년 이후 서서히 줄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북방희토는 지난 19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62.6% 감소했다”면서 “중국과 독립된 완전한 산업 공급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른 희토류 생산업체인 중국 샤먼텅스텐도 같은 날 “희토류 글로벌 공급 패턴의 다각화가 본격화했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희토류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CMP는 “희토류 공급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으로선 더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아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희토류 공급망 다각화가 중국의 1위 자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기에는 지나치게 희토류 생산의 다각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국은 오히려 이젠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들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읍소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국제문제연구소의 방문 연구원인 스티븐 나기는 “희토류 광물을 광범위하게 보유한 중국은 관련 산업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을뿐더러 채굴·농축·분리·정제 작업을 위해 환경 오염을 감내할 의지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지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작금의 추세가 중국의 희토류 독점이 허물어지는 추세에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지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자초한 희토류 생산기지의 다변화]


사실 희토류 생산기지의 다변화는 중국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하지 않고 세계의 공급망 기지 역할만 충실히 해 왔다면 중국 희토류 산업은 승승장구했을 터였다. 그러나 중국이 갑자기 희토류를 무기화로 압박하면서 다른 글로벌 국가들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호주만 하더라도 엄청난 희토류 광물이 매장되어 있지만 그동안 환경을 고려해 소량의 희토류만 생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유진영과의 무역거래도 중국보다 호주가 훨씬 열려 있어서 중국에게 오히려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실제로 멜버른의 스튜어트 오르 교수는 “호주가 희토류 생산을 본격화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더 낮은 마진으로 판매해야만 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몽골도 지난해 8월, 미국과 손을 잡고 희토류의 본격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 몽골이 희토류와 희귀금속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은 미국이 펼치는 대 중국 디리스킹 정책에 엄청난 힘을 부여해 주는 것이며, 이는 역으로 중국을 아주 난처하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희토류 패권 행패에 잘 대응하고 있나?]


사실 중국의 희귀광물 무기화 조치 이후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태도로 분명한 대응을 해왔다. 경제적 의존이 깊어질수록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서다.


가장 우선적으로 정부는 다자간 협력과 자원 부국들과의 쌍무 협력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등 10대 핵심 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의 80% 수준에서 2030년까지 50%대로 완화하고, 재자원화도 2% 수준에서 2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2023. 2)을 수립한 바 있다.


동시에 한·미·일 3국의 핵심 광물 관련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개척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에 우리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한국도 최근들어 핵심 광물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이젠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산업 구조는 중국이 아무리 한국에 무역 보복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한다. 만약 무역 보복을 한다면 중국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조한다. 우리 무역 파트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당당하게 중국을 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이상 중국에 끌려 다니지 않는 그런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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