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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지상전 최강자 탱크'의 굴욕,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화될 미래지상전 드론에 밀린 탱크, 세계 최강 M1 탱크도 속수무책 2024-04-2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드론에 밀린 탱크, 세계 최강 M1 탱크도 속수무책]


'지상전 최강자'인 탱크(전차)가 ‘드론(무인기) 전쟁의 시대가 열리면서 전쟁에서의 활용도는 물론이고 공격 수단으로서의 위상마저도 흔들리면서 굴욕을 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현대전을 변화시키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투는 미국 군사력의 가장 강력한 상징 중 하나인 탱크의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으며, 향후 분쟁에서 탱크가 어떻게 활용될지 다시 정리해야 할 정도로 위협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공격으로 시작되어 3년째 전쟁이 진행중인 우크라이나에선 이미 확인된 것만 수천대의 전차가 파괴됐다. 실제로 시각적으로 확보한 자료만 통계로 잡고 있는 오픈소스 정보 웹사이트 오릭스(Oryx)는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상실한 주력전차가 최소 796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반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서 최소 2천900여대가 파괴, 노획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우크라군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전쟁중 파괴된 러시아 탱크만 무려 7200대를 넘는다.


오릭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독일 레오파드 전차도 표적이 되어 최소 30대가 파괴되었다. 또한 NYT는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 “지난 두 달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세계 최강의 전차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M1 에이브럼스 주력전차마저도 31대 중 5대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의 국방 분석가인 캔 카사포글루는 “탱크들이 이렇게 파괴된 주요한 이유가 상대방 전차와 정면으로 교전한 경우는 드물고 상당수가 드론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드론에 의해 탱크들이 이렇게 손실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현대 전쟁의 본질을 재편하고 있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정확도 높은 저비용 탱크 킬러, 드론]


그동안 탱크는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파괴하기는 쉽지 않은 괴물같은 존재였다. 물론 취약점도 있다. 장갑이 가장 얇은 상단, 후방의 엔진블록, 선체와 포탑 사이의 공간 등이 그곳이다.


이런 이유로 수년동안 전차는 주로 지뢰, 사제 폭발 장치, 로켓 추진 수류탄,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의 표적이 되었다. 이러한 무기는 상공에서 탱크를 공격하여 최대 90%까지 명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널리 사용되었다.


그런데 드론이 전쟁에 사용되면서 확연하게 달라졌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탱크 공격에 사용되고 있는 드론은 아주 정확하다. 1인칭 시점 드론 또는 FPV로 알려진 이 드론에는 실시간 이미지를 조종사에게 스트리밍하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조종사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탱크를 타격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돼 올해 초에야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된 탱크 파괴용 드론은 벌써부터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장비 손실 현황을 추적해 온 오스트리아군 훈련교관 마커스 레이스너 대령은 “이미 지뢰나 대전차 미사일에 의해 손상된 탱크를 전장에서 적이 회수하여 아예 수리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FPV를 투입해 완전히 파괴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면서 “수리는 가능하지만 상당한 손상을 입은 M1 전차도 3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스너 대령에 따르면, 드론의 크기와 기술적 정교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드론의 가격은 500달러 정도로 천만 달러짜리 에이브럼스 탱크를 파괴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또한 일부 드론은 폭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라크 전쟁 당시 도로변 폭탄에 널리 사용되었던 폭발형 관통탄(EFP)으로 알려진 자체 단조 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폭탄을 탑재한 드론이 전장에서 탱크들을 섬멸하는 최강의 무기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방 전차보다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약한 옛 소련제 전차들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훨씬 강력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미국제 M1 전차도 자폭 드론을 상대로는 생각 이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캔 카사포글루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또다른 방식으로 현대전의 본질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대의 전차는 방어선을 돌파하고 상대방의 전차를 격파하는 등 임무를 위해 대전차 로켓이나 전차포 등 직사(直射)화기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반면 전차 윗부분과 후방 엔진룸 등을 덮은 장갑판은 상대적으로 얇아서 공중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특성이 있었는데, 자폭 드론은 그런 전차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무기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욱 드론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은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 때문이다. 실제로 로켓추진유탄(RPG)이나 폭발성형관통자(EFP) 등이 실린 대전차 자폭 드론은 적게는 500달러(약 70만원)에 생산이 가능하다.


M1 전차 한 대의 가격이 1천만 달러(약 138억원)에 이른다는 점에 비춰보면 비교가 힘들 정도로 값싼 무기인데도, 정확성은 기존 무기체계를 능가하고 전파교란(jamming) 외에는 딱히 방어할 수단도 마땅찮다는 점에서 드론의 위력과 전쟁에서의 활용도는 최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가의 탱크가 값싼 드론에 의해 쉽게 파괴되자 탱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도 실제로 채택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 공격을 막으려고 산탄총은 물론 낚시용 그물까지 동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방에 드론 방어용 철망을 둘러쳐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된 전차들도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드론킬러, 레이저 무기]


드론이 이렇게 탱크잡는 무기로 등장하자 드론을 파괴하려는 신무기도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레이저를 활용한 무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BBC는 “영국이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무기가 러시아 무인기(드론) 타격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BBC는 이어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이 무기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영국 국방부가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공중 표적을 대상으로 한 레이저 무기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드래건파이어'(DragonFire)로 불리는 레이저 무기는 2027년부터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섑스 장관은 생산 속도를 높여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섑스 장관은 이어 “우크라이나가 손에 넣는 데 이 무기가 100% 완벽할 필요는 없다”면서 “공식 무기화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드래건파이어는 1㎞ 떨어진 곳에 있는 1파운드짜리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하다.


그런데 이러한 러이저 무기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비용 대비 효용성 때문이다. 실제로 미 해군이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발사하는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SM-2 함대공 미사일의 최신형 가격은 1기당 210만달러(약 29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영국 국방부가 개발한 드래건파이어 1회 발사 비용이 10파운드(약 1만7천원) 미만이다. 레이저 무기가 드론과 같은 목표물을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의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값싼 레이저 무기가 상용화되면 전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지만 시야에 있는 목표물에만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도 드래건파이어와 같은 지향성 에너지(레이저) 무기를 수십년간 시험했으며 일부 군함에 이 무기를 탑재해 시험과 평가를 하고 있다.


[탱크는 효용성을 다했을까?]


그렇다면 탱크는 더 이상 전장에서 그 효용성을 발휘할 수 없을까?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테레지아 육군사관학교 소속인 레이스너 대령은 “전차가 쓸모없는 무기체계가 됐다고 보긴 이르다”면서 “지역을 점령하길 원한다면 전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처럼 인간이 직접 탑승하는 형태의 전차는 차츰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드론 조종사들이 지하 은신처에서 원격으로 작전을 벌이는 것처럼 무인화된 전차들을 조종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레이스터 대령은 “미래 지상전의 주인공은 드론과 무인전투차량들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서로 전투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전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신 무기들의 시험장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무기들이 실전에서의 효용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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