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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따 논 당상? 신기루?…초전도체, 뭐길래 국내 연구진, 상온 초전도체 'LK-99' 레시피 전세계 공개 2023-08-03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초전도 현상으로 인해 자성을 가진 물체가 공중에 떠있는 모습. (사진=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개발했다고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실체에 대한 논란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학계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난리다. 초전도체 관련 주식들도 테마주를 형성하며 연일 들썩이고 있다.


대체 상온 초전도체가 무엇이길래 '노벨상은 기본'이라는 얘기까지 진지하게 나오는 걸까.


[초전도체가 대체 뭐길래…MRI 핵심부품·자기부상열차·핵융합에 필요한 '꿈의 기술']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을 말한다. 전기저항이 없다는 것은 에너지의 손실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상 전기를 무한대로 보낼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 깔린 모든 전선에 초전도체를 접목하면 송전 효율이 '100%'에 가까워질 수 있다.


구리 전선 등을 사용해 발전소에서 사용처로 전기를 보낼 경우 저항으로 인해 사라지는 전기 에너지의 손실액은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조(兆)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 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슈퍼컴퓨터 등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초전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 고성능의 컴퓨터 최고의 적은 발열이다. 당장 서버실 등에서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초전도체가 적용되면 전기저항으로 인한 마찰이 사라져 발열 문제가 개선되고, 컴퓨터의 클럭을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초전도체의 또다른 특성은 마이스너(Meissner) 효과다. 쉽게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리면 반발력 때문에 자석을 공중에 뜨게 하는 성질을 말한다. 마이스너 효과로 나타나는 자기장의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현재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초전도체의 절반 이상이 자기공명영상(MRI)에 사용되고 있다. 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제작하는데도 쓰인다. 물체를 밀어내는 자기장의 특성은 자기부상열차의 핵심이다. 이외 핵융합, 입자가속기 등에서도 실험용 자기장 형성을 위해 초전도체가 활용되고 있다.


[韓 구현 논문에 전세계 들썩이는 이유]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 초전도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수소·질소를 통해 온도를 극한으로 낮추거나, 상온에서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는 비용의 문제다. 극저온 냉각을 위해선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만약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같은 냉각과정 필요없기 때문에 초전도체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가령, 자기부상열차에 상온 초전도체가 접목되면 전용 철도 건설 및 부상 비용, 관리 비용까지 줄일 수 있고, MRI 검진비용도 싸질 수 있다.


핵융합 발전의 경제성을 높이는 동시에 초전도체 전자석을 활용한 인공근육, 플라즈마 기술 활용 등의 분야에서도 상온 초전도체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지난달 국내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 2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다. 해당 논문에는 약 30℃ 상온에서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 'LK-99'를 발견해냈다는 연구결과가 담겼다. 단적으로 말하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레시피'다. 20여년에 걸쳐 1000회 가량 구리와 납을 구워내며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해냈다는 주장이다.


연구 방식을 보면 산화 납과 황산 납을 혼합해 725℃ 온도에서 하루 동안 구워 라나카이트를 제조하고, 라나카이트에 다시 구리와 인 분말을 섞은 뒤 48시간 동안 구워 인화구리를 만들게 된다. 이후 라나카이트와 인화구리를 분말 형태로 만든 뒤 진공 상태에서 다시 925℃에서 구워내면 상온 초전도체인 'LK-99'가 탄생하게 된다. 연구진은 LK-99 초전도체가 1기압에서 126℃까지 초전도체 성질을 유지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아직은 학계 검증 지켜봐야…신중한 투자 당부]


사실 상온 초전도체 개발했다는 소식은 처음이 아니다.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 이후 학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수차례 발표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검증 실패, 데이터 조작 등으로 귀결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온 초전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회의적인 것도 이같은 전례 때문이다. 논문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다각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진위 문제 뿐만 아니라 재현 가능성도 발목을 잡는다. 전세계에 상온 초전도체 레시피가 공개된 이후 각국의 연구 기관에서 똑같은 방식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LK-99를 그대로 재현한 곳은 공식적으로 아직 없다.


다만 논문에 모든 과학자들이 회의적인 건 아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LK-99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고,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아예 LK-99와 같은 성질을 갖는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진위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급기야 국내 초전도 연구자들의 학술단체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LK-99' 검증위원회를 설치했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과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은 "상온 초전도체가 검증된다면 과학기술 분야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물론 상온 초전도체가 구현됐다는 것이 검증됐다 해도 상용화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당장 이 기술이 돈과 직결되기는 어렵고, 그래서 일반인들의 관련 투자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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