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최고급차의 민낯…세 대 모두 같은 부위 파손]
중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의 2억원대 최고급 자동차에서 충격적인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긴급제동 시험에 투입된 차량 세 대의 브레이크 페달 지지대가 모두 비슷한 위치에서 부러진 것이다. 제조사는 비표준 극한시험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부품 개선을 약속했고, 시험 영상의 비공개 논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마저 성급한 신차 개발과 안전검증 부족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방식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의 대표적인 종합 포털 및 뉴스 미디어 플랫폼인 봉황망(鳳凰網, ifeng.com)은 지난 8일, “중국 자동차 전문 플랫폼 둥처디(懂車帝)는 이날 화웨이의 스마트카 연합 훙멍즈싱(鴻蒙智行)과 장화이자동차(JAC)가 공동 개발한 최고급 다목적차량(MPV) 마에스트로(尊界·쭌제) V800 차량 3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속 100㎞ 긴급제동 시험 영상을 공개했는데, 최고급 모델의 가격은 101만6000위안(약 2억 398만원) 수준일 정도로 최고급 차량”이라면서 “시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 시속 100㎞로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시험을 반복하자 첫 번째 차량은 세 번째, 두 번째 차량은 네 번째 제동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받쳐주는 부품이 부러졌다”고 보도했다. 봉황망은 이어 “시험팀이 다시 확인하기 위해 구입한 세 번째 차량마저 두 번째 급제동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세 대 모두 비슷한 위치에서 파손된 것”이라 밝혔다.
한 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우연한 불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 대에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둥처디 측은 2019년 이후 2000대 넘는 차량을 시험했지만 브레이크 페달 지지대가 이런 식으로 파손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불량품 문제가 아니라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브레이크가 부러지면 어떻게 되나?…멈추는 거리 100m 이상 늘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부품이 부러진 이후의 상황이다. 시험 측에 따르면 정상 상태에서 약 38m면 멈추던 차량이 브레이크 페달 파손 이후 비상제동 기능에 의존하자 정지까지 약 140m가 필요했다. 무려 100m 이상 더 달린 셈이다. 물론 이는 특정 시험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지만, 고속도로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사는 시험이 일반적인 운전 상황보다 훨씬 가혹했다고 주장했다. 시험을 진행한 측은 실제로 가해진 힘이 비정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맞섰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복잡한 수치 논쟁이 아니다. 위험한 순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아도 자동차가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없다”면서 왜 부품을 바꾸나?…화웨이의 모순된 대응]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마에스트로 측은 시험 영상 공개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자사 브레이크 시스템은 안전기준에 맞춰 검증됐고, 실제 운행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을 '비표준 극한시험'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동시에 브레이크 페달을 받쳐주는 부품을 개선하고 기존 고객에게 무료로 교체해 주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로서는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왜 부품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물론 예방적인 개선이 곧 결함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세 대에서 반복됐다면 제조사는 시험 방식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확한 원인과 개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화웨이는 그동안 인공지능과 첨단 운전자보조 기술을 앞세워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첨단 기능이 아니라 운전자가 위험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확실하게 멈추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을 탑재했더라도 기본적인 안전장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첨단 기술의 가치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주가 폭락에 영상까지 사라졌다…중국 소비자의 불신]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장화이자동차 주가는 시험 영상이 공개된 8일 하한가까지 떨어졌고 이튿날에도 급락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틀 동안 약 118억 위안, 우리 돈 약 2조3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다만 주가 하락의 모든 원인을 이번 사건 하나로 돌릴 수는 없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시험 영상의 공개 상태를 둘러싼 논란이다. 중국 매체 후슈에 따르면 둥처디의 시험 영상은 일부 동영상 플랫폼에서 정상적으로 열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공식 계정에서도 제조사의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나왔지만, 이후 해당 글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물론 화웨이나 중국 당국이 직접 영상 삭제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중요한 시험 결과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면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판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제동 걸었다…'빨리 만들고 빨리 팔기'의 위험]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중국 당국이 자동차 개발과 안전검증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에 대해 더 자세한 시험자료를 요구하고,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규제안이 화웨이 사건 때문에 마련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짧은 개발 기간과 빠른 신차 출시,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다르다. 스마트폰의 작은 오류는 불편으로 끝날 수 있지만 자동차의 작은 결함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막대한 정책 지원과 치열한 기업 경쟁을 통해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산업이 안전성과 품질관리에서도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진핑의 자동차 굴기…세계시장에서 가장 큰 장벽은 신뢰]
중국 자동차의 세계시장 진출은 지금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 “파리모터쇼에 중국 자동차 브랜드 20개가 참가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신차, 첨단 기능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수년 동안 가족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첨단 기능만큼이나 안전성, 내구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책임지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신뢰를 확보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반대로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고 정보 공개마저 불투명하다면 아무리 저렴하고 화려한 자동차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Why Times Insight | 브레이크보다 더 위험한 것은 중국의 '검증 없는 속도전'이다]
화웨이 최고급 자동차에서 발생한 브레이크 파손 논란은 단순한 품질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국가적 자부심으로 내세워 온 기술굴기가 과연 그에 걸맞은 안전성과 신뢰까지 확보했느냐는 질문이다.
첫째,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지나친 속도전이 문제다. 중국 업체들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신차를 내놓고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전성만큼은 시간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시험과 검증 없이 제품을 출시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소비자가 치르게 된다. 다만 이번 차량의 개발 과정에서 실제 검증이 부족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둘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문화가 중요하다. 시험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사는 더 엄격한 시험으로 반박하면 된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뒤 관련 영상의 공개 상태까지 문제가 된다면 소비자들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판을 억제하는 환경이 존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시진핑의 산업정책이 직면한 근본적인 한계다. 중국은 막대한 지원과 빠른 생산 확대를 통해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고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서 세계적인 명품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품질은 독립적인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잘못을 바로잡는 책임 있는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물론 화웨이 차량 한 차종의 문제를 중국 자동차 전체의 결함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던지는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진핑의 자동차 굴기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은 미국의 관세도, 유럽의 규제도 아닐 수 있다. 소비자가 위험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그 자동차를 믿을 수 있느냐, 바로 그 신뢰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