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가 미래"라던 시진핑,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중국 경제가 다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던 내수 확대 전략이 예상보다 훨씬 큰 벽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베이징 지도부가 내수 부진의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중국 경제가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소비를 늘려야 하지만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5월 경제지표를 분석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나타난 중국의 소비 감소가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위기와 고용시장의 취약성에 짓눌린 내수 소비는 제조업체와 수출업체의 성장세에 한참 뒤처진 채, 반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시아나 유(Sheana Yu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중국의 부동산 주도 성장으로부터의 전환은 여전히 불균등하다.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수출은 여전히 선전하는 반면 내수는 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약한 가격결정력 속에서 더 높은 비용을 흡수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옛 모델의 둔화를 아직 상쇄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부진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지시한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서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6년 중국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을 내수, 즉 소비와 투자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면서 “시진핑은 올해 초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실린 글에서 내수 확대를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라고까지 규정하며 이 문제를 경제 안정과 안보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렸다”고 짚었다.
포린폴리시는 “그러나 6개월 만에 나온 지표는 시진핑이 직접 챙긴 정책 기조가 현장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직접 지시하고 직접 챙긴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상 뒤엎은 소비 충격… 자동차·가전·주택 관련 소비 급감]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이는 4월의 0.2% 증가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치이며, 시장 예상치였던 보합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노동절 연휴라는 소비 성수기가 포함됐음에도 소비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 플랫폼인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은 “5월 소비 위축의 핵심은 내구재·고가품 소비의 붕괴”라면서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6.1% 급감했고, 가전·영상기기 판매도 15.6% 줄었으며, 건축·인테리어 자재 판매는 13.6%, 금·은 보석류는 8.9%, 가구는 8.7%, 스포츠·레저용품은 8.0% 각각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중국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로이터는 "중국 자동차 판매 부진이 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음료, 의약품, 의류, 화장품 등 생활필수 소비는 증가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한 지출은 유지하지만 차량이나 주택 관련 소비처럼 큰돈이 들어가는 소비는 최대한 미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 노후 제품 교체 보조금)' 정책 효과가 소진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와 올해 초 보조금에 힘입어 선반영됐던 수요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보조금이 줄자 곧바로 소비 절벽이 나타난 셈이다. 이런 정책 의존형 소비 부양은 일시적 효과만 낼 뿐,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나 소비 심리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제조업마저 꺾이기 시작했다]
소비 부진보다 시장이 더욱 주목한 것은 투자 지표였다. 인베스팅닷컴은 “1~5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먀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나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베스팅닷컴은 “특히 부동산 개발투자는 16.2% 급감했다”며 “이미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침체가 여전히 중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국가통계국 푸링후이(付凌暉) 대변인은 “이 같은 부진이 일부 지역의 고온·폭우와 신구 성장동력 전환 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은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제조업 투자”라면서 “중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대신 첨단 제조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육성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그러나 5월에는 제조업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마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부동산이 무너진 상황에서 제조업 투자마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라는 내수경제의 두 축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가 핵심" 직접 지시했던 시진핑]
이 같은 결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내수 확대를 중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현재 나타나는 소비와 투자 부진은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시진핑 경제 전략의 핵심 과제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정책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지표는 중국 지도부가 내수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이를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수출만 홀로 성장… 오히려 위험 신호가 되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산업생산과 수출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수출 역시 3개월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AI 산업 확산의 수혜를 받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11% 급증했다. 컴퓨터와 반도체 관련 품목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내수 대신 수출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통계국도 공식 성명에서 "강한 공급과 약한 수요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중국이 생산은 계속 늘리는데 소비가 따라주지 못하면 결국 남는 물량은 해외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중국은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를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중국 경제는 수십 년 동안 투자와 생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지방정부는 토지를 팔아 재정을 확보했고, 기업은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했다. 반면 가계 소비는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인 적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소비를 늘리려면 가계 소득을 높이고 복지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지방정부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미 부동산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베이징은 대규모 복지 확대나 현금 지원 정책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역시 과거 여러 차례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중국은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소비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쉽게 시행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분석: 문제는 '내수 부진'이 아니라 '해결책의 부재']
이번 5월 경제지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소비가 줄었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중국 지도부가 내수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선언했음에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점점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내수를 중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가계에 더 많은 소득과 복지 안전망을 제공해야 하고, 이는 지방정부 부채 확대와 국가 재정 부담 증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투자와 생산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 소비 부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경제는 지금 "소비를 키워야 하지만 소비를 키우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 수출과 첨단 제조업이 당장은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소비·투자 동반 부진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다. 시진핑이 직접 설계한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