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볼커 전 주 나토 미 대사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전직 고위 외교관이 동맹의 파국을 우려하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주 나토 미국 대사를 역임한 커트 볼커는 이 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정상들의 행보를 "아주 큰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란 전쟁에 대한 유럽의 부정적 시각 자체는 존재할 수 있으나, 이를 외부로 표출하는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지점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볼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비판을 상대국 정책에 대한 보복성 불만으로 연결 짓는 성향이 있음을 경고하며 극도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의 갈등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전쟁을 '어리석은 일' 혹은 '국제법 위반'으로 정의하며 미국의 군 기지 사용 요청과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 요구를 거부해 왔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반발을 샀으며, 이는 곧 미국의 나토 탈퇴 시사라는 극단적인 대응으로 이어졌다.
볼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친 수사와 '이란 문명 말살' 같은 극단적 발언이 유럽을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이를 힘의 우위를 과시해 적의 주의를 끌려는 트럼프만의 방식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유럽 지도자들이 자국 내 반전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모델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외교술이다. 볼커 전 대사는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기보다는, 그를 칭찬하고 열정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서양 양안 관계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유럽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접근법임을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 전쟁을 둘러싼 동맹국 간의 균열이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나토 체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사회는 볼커 전 대사의 조언처럼 유럽 지도자들이 강경한 비판 노선에서 선회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을 찾을지, 아니면 대서양 동맹의 가시적인 붕괴가 현실화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