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 칼릴 기자[AP=연합뉴스]
공식적인 휴전이 발효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황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제법 준수와 실질적인 휴전 이행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의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나흘 만인 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 18일 열흘간의 휴전이 시작된 이래 하루 동안 발생한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이번 공격으로 레바논 일간지 '알아크바르' 소속 아말 칼릴(43) 기자가 숨지고 동료 사진기자인 제이나브 파라즈가 중상을 입는 등 언론인을 향한 피해가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차량 이동 중 앞선 차량에 대한 폭격을 목격하고 인근 주택으로 피신했으나, 이스라엘군이 해당 주택까지 연속으로 폭격하며 참변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의 당위성을 '즉각적인 위협 제거'에서 찾고 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군사 구조물에서 출발한 차량 2대를 식별했다"며 "이들이 휴전 조건을 위반하고 위협을 가한다는 판단하에 공습을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공격 대상이 된 구조물 역시 이들이 도주한 장소로서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타격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명백한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즉각 보복에 나섰다. 헤즈볼라 측은 성명을 통해 "휴전 조건을 어긴 이스라엘에 대응해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군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측이 서로 상대방에게 휴전 파기의 책임을 전가하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레바논 내에서는 취재 기자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헤즈볼라 연계 매체 소속 기자 3명이 폭격으로 사망했으며, 당시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헤즈볼라 정보공작원'이라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전에서 정보와 선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전투원과 비전투원(언론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위험성을 반영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안보 확보를 위해 '조건 기반의 철저한 응징'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조건과 관련해 강조했던 "정치적 편의주의보다 실질적 안보 여건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과도 맥을 같이 한다. 즉, 명문화된 휴전보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실질적 위협 수치에 따라 군사 작전을 결정한다는 냉혹한 안보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구조대원의 수색 작업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구조대원들은 부상자와 시신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스라엘군이 수류탄과 기관총으로 공격을 지속해 수색이 수 시간 중단되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적 수색을 허용하도록 국제적 압박을 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기자들을 겨냥하지 않았으며 구조 작업을 방해한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현장의 목격담과 피해 규모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나 국제기구의 중재 능력이 현장에서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참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 대사급 평화 협상이 시작된다. 이번 협상은 열흘간의 단기 휴전을 넘어선 영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장의 유혈 충돌은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안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약속된 휴전이나 평화 협정은 실질적인 군사적 억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언제든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 역시 문서상의 합의보다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가 평화 유지의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의 위협 요소에 즉각 대응하는 것은 적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셋째, 사회주의적 유화책이나 감성적인 민족주의에 기반한 안보관을 경계해야 한다. 중동의 사례에서 보듯, 적대 세력과의 타협은 오직 압도적인 힘의 우위가 있을 때만 유효하다.
워싱턴에서 열릴 평화 협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이스라엘의 안보적 요구와 레바논의 주권 보호 사이의 간극을 미국이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흐르는 피는 '말로만 하는 평화'의 허구성을 전 세계에 경고하고 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