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RSPP)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더벨은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산가들이 모인 비공개 자리에서 "우리는 계속 싸우겠다"며 "돈바스 국경까지 진격하겠다"고 밝혀, 협상보다는 군사적 목표 달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쟁이 5년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민간 자본에 손을 벌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들 가운데 일부는 호응했다. 술레이만 케리모프가 1,000억 루블(약 1조8,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케리모프는 현직 러시아 상원의원으로, 에너지 기업 투자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이번 전비 모금 아이디어는 푸틴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RSPP) 회의에서는 경제 메시지를 내놓았다.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관련해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신중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 상승으로 생긴 추가 수익을 배당으로 풀거나 예산 지출을 늘리는 데 써버리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단기 수익을 섣불리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러시아가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를 대비한 재정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올리가르히들에게 전비 기부를 요청한 것은 러시아 경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전 발발 이전까지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47% 급감했고, 재정적자는 올해 목표치의 90%를 넘어선 상태였다. 유가 반등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군사비 지출은 여전히 천문학적 수준이다. 전쟁의 끝을 돈바스 국경으로 못 박은 푸틴 대통령이 재계에 지갑을 열도록 촉구한 이번 회동은, 크렘린이 장기전을 위한 다각도의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