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시내의 시위대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르스 통신 제공]이란의 리얄화 가치 폭락에서 시작된 민생고 분노가 47년 전 혁명의 주역이었던 시장 상인과 노동자, 학생들을 거리로 불러내며 신정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테헤란 시장 상인들의 철시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이 달 8일과 9일을 기점으로 전국 31개 주 348개 지역으로 확산하며 2022년 '히잡 반대 시위'의 규모를 넘어섰다. 시위대는 테헤란 서부와 타브리즈, 마슈하드 등 거점 도시를 점령하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직접 정조준했다. 특히 남부 쿠체나르에서는 이란의 영웅으로 추대받던 가셈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상징적 사건이 벌어져, 체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경제적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란의 최대 수입원인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며 반정부 대열에 합류했다. 보안군의 발포로 다수의 조합원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석유 시설 가동 중단은 가뜩이나 고사 직전인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전망이다. 테헤란의 주요 대학들도 학생들의 대거 시위 참여로 기말고사를 연기하는 등 교육 현장까지 멈춰 선 상태다.
이번 시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왕세자의 영향력 부상이다. 팔레비 왕세자가 SNS를 통해 특정 시간대 시위 참여를 독려하자,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등 전문가들은 "시위의 흐름이 조직적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란 당국이 전국적인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차단한 것도 이러한 조직적 결집과 외부 세계로의 참상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IHR은 보안군이 미성년자 8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하며 유혈 진압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개입 명분을 쌓고 있다. 그는 이 날 인터뷰에서 "이란이 국민을 죽이기 시작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해외 망명을 검토 중이라는 미확인 첩보를 언급하며 심리전까지 가동했다. 이란 국영TV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맞서고 있으나, '돈로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내부의 폭발적인 분노가 맞물리며 이란 신정체제는 건국 이래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