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그너그룹 수장, “러 군부가 반역” 주장]
그동안 러시아 군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에서 주된 역할을 수행해 왔던 용병업체 바그너(Wagner)그룹의 수장이 최근 러시아 국방부를 향해 '반역죄' 운운하면서 날선 비난을 쏟아내는 등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용병을 착취하고 바그너그룹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반역죄로 처벌받을만한 일”이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그 전날에도 “일부 국방부 관리들이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을 이유로 바그너그룹에 대한 물자지원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심각한 병력 손실을 봤다”면서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탄약 등 무기를 지원하지 말고, 항공 수송 지원도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고위 관리들이 참호를 파는 데 필요한 특수 삽의 지원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등지에서 전투 중인 바그너그룹은 필요한 탄약의 80%를 보급받지 못해 최근 두 배 넘는 병력 손실을 봤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주장이다.
프리고진은 또 “그들(군 수뇌부)은 조국과 국민의 뜻을 들먹이며 본인들 편의를 위해 용병이 희생돼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서 “바그너 전사들은 필수 보급품이 부족한 가운데 파리처럼 죽어가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군부 지도자들을 성토했다. 한마디로 러시아 군 수뇌부가 바그너그룹에 대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며, 러시아 군 수뇌부가 바그너그룹이 일부로 몰살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원망섞인 비난이다.
[러시아 국방부, 프리고진 주장 일축]
이러한 프리고진의 성토에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바그너 그룹을 거론하지는 않은 채 “군 당국은 전투병 보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탄약 부족과 관련해 '자원 공격 부대'를 대변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진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투 부대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과 지원 체계 내부에 분열을 획책하는 시도는 비생산적이며 적만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 군부와 용병그룹간 충돌, 도대체 왜?]
그렇다면 러시아 군부와 용병그룹간의 충돌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부를 무능한 집단으로 폄훼하면서 너무 우습게 봤으며, 아예 스스로 군 지휘부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이 두 집단간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서 음식을 공급하는 요식업체를 소유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 프리고진은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 러시아군이 졸전을 거듭하며 패전을 거듭하자 아예 자신의 용병집단을 동부 전선에 투입해 일부 성과를 내면서 권력의 실세로 부상했다.
문제는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부를 아예 신뢰하지도 않았으며, 그들 손에 전쟁의 지휘권이 있는 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의 지휘체계를 아예 거부했으며, 모든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면서 동부지역에서 일부 전과가 이뤄지자 이를 계기로 자신이 아예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게 된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신임이 누구보다도 두텁다고 생각했고, 또 자신이 없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한마디로 안하무인이었고, 그래서 푸틴을 설득해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을 6개월 복무시 사면 조건으로 용병으로 끌어들여 전장에 투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개입하면 승승장구할 것으로 생각했던 전장 상황은 그가 큰소리를 칠만큼 승전보를 올리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바그너그룹의 용병이 동부전투에서 최소 3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엄청난 사상자를 냈음에도 그렇게 뚜렷한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그러한 전황의 원인을 러시아 군부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 탓이라면서 군 지휘부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러군 지휘부는 왜 바그너그룹을 그렇게 대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군 지휘부는 바그너그룹에게 왜 제대로 탄약이나 무기 등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았을까?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되는 이유는 러시아군 자체가 바그너그룹이 원하는 만큼의 무기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러시아군의 무기 창고는 이미 텅텅 비어 있다. 그래서 바그너그룹에게까지 무기를 공급해 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지원해줘 봤자, 효용성도 별로 없을뿐더러 러시아군 지휘부의 통제도 전혀 받지 않아 공동작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무기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곧 무기 등을 지원받았으면 당연히 지휘부 통제에 따라 협력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그러한 명령 자체를 거부하는 바그너그룹에게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이미 크렘린궁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짐은 러시아군 수뇌부의 인사이동때 이미 드러났다. 프리고진은 자신이 신뢰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킨을 총사령관에 앉히고 군부를 좌지우지하려 했다. 당연히 푸틴과 상의해 그러한 인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군부 인사에서 수로비킨이 부사령관으로 강등되고, 오히려 프리고진이 무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게라시모프가 총사령관으로 올라섰다.
그 즈음에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인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이 NY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몇 주간 공보 책임자들에게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프리고진이 크렘린궁 내부에서 이미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대해 WSJ은 “프리고진이 지난 48시간 동안 텔레그램에 올린 오디오 메시지는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을 겨냥한 가장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프리고진이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로이터는 러시아 독립 정치분석기관 R.폴리틱 대표 타탸나 스타노바야가 “프리고진의 이같은 '급발진'이 푸틴에게 (도움을 청하려) 닿기 위한 '절망의 몸짓'”이라 평가했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이 과연 이대로 고개 숙일까?]
이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사실상 푸틴으로부터도 배척을 당한 프리고진의 향후 행보다. 열받은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둔 21일 국정연설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개전 1주년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거행한 국정 연설에서 프리고진이 자리를 함께하지 않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고 촌평했다.
그는 별도의 게시물에서 “너무 바빠서 국정연설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프리고진이 과연 사실상 크렘린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러시아 전쟁 구조(war mechanism)가 러시아군과 바그너그룹의 반목으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의 활동 스타일로 보면, 러시아군부가 자신에게 행하는 일련의 일들을 그냥 그대로 묵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이 그러한 일대일 담판을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랬을 때 프리고진은 과연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까?
푸틴도 바로 그 점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지난 국정연설에서 ‘내부갈등 종식’이라는 말을 꺼내 들었다. 이 말이 곧 군부내 내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푸틴도 프리고진과 군 지휘부와의 갈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확실하게 열받은 프리고진이 그 다음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자칫 내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없을까? 아니면 아예 전쟁에서 전면 철수하지는 않을까? 그 경우에도 러시아군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프리고진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