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美 과학자의 쾌거, 서방 ‘구원투수’ 될까]

중국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기화하면서 윽박질렀던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 자석’을 미국이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힘을 잃어가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미국 미네소타대 전기컴퓨터공학과의 지안핑왕 교수가 세계 최초로 희토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강력한 자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면서 “그는 중국 태생 과학자로 중국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싱가포르에서 연구를 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가 자기학 연구를 계속해 왔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지안핑왕 교수가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질화철 자석은 철과 질소로 만들어진 혁신적인 기술로 이미 분사기업인 나이론 매그네틱스(Niron Magnetics)를 통해 상용화에 착수했다”면서 “이는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중국의 독점적 공급망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나이론 매그네틱스는 “이 자석이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에서 기존 희토류 자석보다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P는 또한 “희토류 자석은 전기 자동차 모터부터 풍력 터빈, MRI 장비까지 이 모든 것들에 동력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10여 년 전 미네소타대 연구실에서 철과 질소를 이용해 ‘철-질소 자석(iron nitride magnet)’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그는 6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3개의 스타트업 기업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중간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서 중국이 또다시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주요 희토류 원소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철-질소 자석’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희토류는 특히 최근 각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인간형 로봇은 복잡한 관절 운동과 정밀한 제어를 위해 수십 개 이상의 고성능 모터와 액추에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이들 모터의 성능은 초강력 자석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강력하면서도 가벼운 모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기반 자석이 사용돼야 하는데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민첩성, 에너지 효율, 설계 자유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필수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희토류 수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단순한 전기차 산업을 넘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로봇 산업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었다.

이런 차원에서 나이론 매그네틱스의 CEO인 조나단 로운트리는 SCMP에 “희토류 없는 강력 자석 기술이야말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가지게 됐다”면서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중국이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제한하는 데 대응하여 희토류 기술을 협상 카드로 사용함에 따라 우리 기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사마륨과 디스프로슘 같은 필수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 제조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나이론 회사의 기술혁신은 서방세계를 숨돌릴 수 있도럭 만들어 주었다”면서도 “대량 생산 기술 확보와 성능 개선 등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다”고 짚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단일 최대 공급국으로, 2023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채굴 자석 생산량의 62%, 전 세계 정제 생산량의 92%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있는 단 하나의 광산에서만 희토류를 생산하고 가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광물 접근 및 러시아와의 공동 희토류 금속 프로젝트 탐색을 포함하는 경제 협정을 논의해 왔다.

[中 장악 희토류 영구자석 美 본토서 직접 만들겠다]

한편, 텍사스주 희토류 매장지(deposit)에서 채굴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오클라호마주에 영구자석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USA레어어스도 2026년 초반까지 영구자석을 생산할 계획을 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USA레어어스의 조슈아 밸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내에서 완전한 영구자석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영구자석 생산을 시작으로 희토류 채굴, 금속 처리까지 전체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희토류 없는 영구자석 개발중, 기대 크다]

한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KIMS)도 “고가의 중희토류 없이 고성능 영구자석을 제작할 수 있는 신규 입계확산공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KIMS 나노재료연구본부 김태훈·이정구 박사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이우영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고가의 중희토류 대신 경희토류만으로 하이엔드급의 강력한 성능을 지닌 영구자석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고효율 모터를 필요로 하는 전기자동차, 드론, 플라잉카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영구자석의 제조 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와 로봇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지만, 기존 영구자석 제조 공정은 중국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중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원가가 비싸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 붕괴, 길어야 10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희토류가 없는 강력 자석이 개발되지 않는다 해도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이 10년 이내에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는 점이다.

중국과학아카데미(CAS)는 지난 3월 발표된 학술지 ‘중국 희토류’를 통해 “첨단 기술과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의 세계적 공급망에서 중국이 독보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 종식될 수 있다”면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자원이 등장함에 따라 중국의 원자재 점유율이 약 62%로 추산되지만 2035년까지는 28%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CAS는 이어 “연구진의 모델링에 따르면 2040년에는 23%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아프리카, 남미, 호주에서 광산 개척이 시작되면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중국은 이전의 지배적 지위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희토류 시장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CAS의 논문은 이어 “이온 흡착 점토에 집중된 중국 남부의 중희토류 자원 거점조차도 그린란드의 크바네펠트와 여러 남미 프로젝트로 인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필수 금속 생산지 중 하나인 중국 동부 장시성 간저우에 있는 CAS의 혁신 아카데미 연구원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SCMP는 “이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60%를 보유하고 전 세계 가공의 9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원 기관이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결코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자세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전기 자동차 등 첨단 기술 제품 생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에 경쟁 우위를 제공하며 베이징에 지정학적 승리의 수단이 되어 왔다.

그러나 CAS 연구진은 “2040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아프리카와 호주는 잠재력이 높은 희토류 매장지를 잇따라 개발할 것”이라면서 “유럽 또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 참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CAS 연구진은 이어 “이러한 발전은 글로벌 희토류 시장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공급원의 다각화를 향한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남아프리카의 스틴캄프스크랄 광산과 중국이 투자한 탄자니아 프로젝트는 인프라 문제와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2025년 1% 미만에서 2040년 6%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브라질의 세라 베르데와 아마존의 매장지는 디스프로슘과 같은 중희토류 원소가 풍부하여 2040년까지 세계 수요의 최대 13%를 공급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추정치는 원주민과의 갈등과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CAS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CAS 연구진은 “호주에서는 순도 99%의 네오디뮴 매장지로 유명한 마운트 웰드 광산과 부산물로 구리와 우라늄을 생산하는 올림픽 댐 광산이 중국을 우회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한 정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AS 연구진은 그러면서 “미얀마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포함해 중희토류가 풍부한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더욱 강력하고 탄탄한 국가 전략 비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중국 CAS의 연구진도 미국의 연구진이 희토류없는 강력한 자석을 발견해 낼 것이라는 점을 연구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희토류 없는 강력한 자석의 개발은 중국에게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더구나 이러한 개발을 이끈 이가 중국과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결국 미국에 정착하면서 이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중국은 상당히 속이 쓰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의 연구진도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의 연구를 하루빨리 이뤄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