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늘 中과 관세 회의했다”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 중인 중국과 매일 협상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미중간 관세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이 시점에서 미중간 공식적 발언이 충돌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느 한쪽이라도 거짓 발언한 것이 들통나면 외교적으로도 개망신일 뿐더러 국내의 정치적 반향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회전문지인 더힐(The Hill)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에 있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러한 발언은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투자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서 '긴장 완화'를 예상한다고 밝힌 이후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중국의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회의 참석자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쩌면 나중에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이미 관세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에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예정에 없던 즉석 질의응답을 갖고 중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합의는) 공정할 것” “(협상의) 모든 것이 적극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중국과의 대화 채널 등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베센트 장관도 2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더욱 완화하면서 중국과 협의할 기회를 찾고 있다”면서 “지금 그러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미중간 관세관련 협상이 지난 22일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진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145%까지 끌어 올린 대중(對中) 관세를 품목에 따라 절반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관세 문제를 두고 물밑에서 중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백악관 내부 검토 방안의 하나이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관세가 50~65% 사이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해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당시 의회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관련된 품목엔 최소 100% 관세를, 그 외 국가안보와 무관한 품목에는 35%의 관세를 제안한 바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이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관세 관련 결정은 대통령이 내릴 것이고 그 외의 결정은 추측”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 “트럼프 발언은 가짜뉴스” 일축]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중국과의 관세협상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24일, 관련 보도를 아예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면서 중국은 미국과 관련 협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 쪽에서 미중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심지어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는데,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한마디로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궈 대변인은 “내가 아는 바로는 중미 양측은 관세 문제에 대해 협의 또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합의 도달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궈 대변인은 이어 “관세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것이며, 중국의 태도는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우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며, 대화와 협상은 평등과 존중, 호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 허야둥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일방적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이 시작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진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국제 사회와 자국 각계의 이성적 목소리를 직시해 중국에 대한 모든 일방적 관세 조치를 전면 철회하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과도한 관세 부과는 기본적 경제 법칙과 시장 법칙에 위배되며, 이는 미국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 경제 및 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기업의 정상적 생산 경영과 국민 생활 소비를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미중간 관세협상, 진실은 무엇인가?]
이렇게 미중간 관세 관련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내용에 대해 미국은 ‘진실이다’라고 말하는 반면, 중국은 ‘가짜뉴스’라며 정면 충돌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한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한국의 기획재정부장관)이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현재 워싱턴DC에 체류중이다. 이 회의는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는 점에서 란포안 재정부장은 최소 2~3일 전에는 미국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G20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평등한 대화로 무역·관세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 세계 경제는 성장동력이 부족하고,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이 경제금융 안정에 더욱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다자 무역체제를 확고히 옹호하며,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무역 및 관세 분쟁을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며 “(중국은) 또한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도 참석했는데, 그는 “관세전쟁 등에 따른 무역긴장이 글로벌 성장동력을 해치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재정부장 등을 수행하는 고위급 인사들 10여명이 24일(현지시간) 재정부장들의 일정과는 별개로 오전 7시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백악관 인근의 재무부 사무실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매체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행원들은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입장에 필요한 신분증을 착용하고 있었다. 신분증에는 ‘중국(china)’라는 국적이 표기돼 있었는데,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대화 채널이 양국의 재무부 라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봤을 때 중국은 전면 부인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재정부 인사들과 미국 재무부 측이 관세 관련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의 확고한 발언으로 비춰볼 때 미국측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미중간 실무진들끼리 관세 관련 협상이 진행중이라면 기본적인 협상만 진행하고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문제는 최고위급, 또는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왜 미중간 접촉 사실을 부인했을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중국은 왜 미중간 실무접촉 회담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을까? 특히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정치적·외교적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음에도 중국의 외교부나 상무부가 이를 공식 부인하는 일까지 벌어졌을까?
우선적인 가능성은 실제로 미중간 협상 진행 사실을 중국의 외교부나 상무부가 전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의 관료 사회는 부처간 벽이 상당히 높다. 한마디로 사실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항의 경우 재무부 단독으로 극비로 추진하기 때문에 심지어 외교부와 주무부처인 상무부에도 통지를 안하고 진행했을 수 있다. 물론 시진핑 주석과 차이치 중국 공산당 서기처 서기 정도만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더힐’은 “지난 24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인 허야동)이 ‘중국-미국 무역 협상 진전에 대한 주장은 사실 근거가 없는 바람을 잡으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밝힌 후, 자신의 팀이 중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미중간 협상은 상무부의 일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중간 관세협상이 진행되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협상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미국이 부과한 관세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관세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중국내에서조차 상당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또 하나, 중국측은 특별한 전환 기회도 없이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다면 마치 중국이 압박을 너무 심하게 받다보니 그런 압력에 굴복해서 협상장에 나간 것처럼 비쳐지는 것을 극히 꺼려해 협상 진행 사실 자체를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중국측 태도를 보면 미국 내 시장에 혼란이 오고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추락하면서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몰래 미국으로 입국해 협상을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국내외적으로 시진핑의 체면이 적지않게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중국측에서는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도 미국측에 협상 진행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해 달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상황이 관세폭탄으로 시장이 어지럽기 때문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회담 진행 사실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중간 협상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후 미국내 주식시장을 포함한 경제상황은 많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CNN "中, 美 반도체 8종 125% 관세 철회... 메모리는 제외"]
이러한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듯 중국이 우선적으로 미국산 일부 반도체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느 정도 미중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해 CNN은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 8종에 대한 125% 보복 관세를 중국이 조용히 철회했다”면서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산 일부 반도체에 관한 관세 철회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이번 관세 철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중국 당국이 미국산 의료 장비와 에탄 등 일부 수입품목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미중간 관세협정 협상은 급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협상도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