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훈련 참관 중 공격받은 듯…“20명 이상 군인 사망”]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러시아 점령지역 도네츠크에서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절반을 북한이 공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맞물려 북한이 과연 어디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개입되어 있는지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포스트(Kyiv Post)는 5일, “최근 도네츠크 인근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군인이 사망했다”면서 “사망자와는 별개로 3명 이상의 북한군 소속 병사가 다쳤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인근의 훈련장에서 이들이 사망했고, 북한 장교들은 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전선에 왔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러시아의 애국조직이라고 소개한 ‘크렘린 시크릿(kremlin_secrets)’도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소속 장교와 사병들은 러시아군의 훈련 시범을 참관 중이었다”면서 “이 외에도 3명의 북한 장교들이 부상을 입고 모스크바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크렘린 시크릿’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비극은 지난 9월 30일에 일어났고, 북한 군인들이 다른 병력이 추가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점검을 하던 중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구체적인 사진, 영상, 문서, 정황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지난해 공병부대를 포함한 북한군 소속 인력이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점령지역의 각종 건설 작업에 북한 노동자를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군의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력 보충을 위해 러시아 당국이 북한에 전투병력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도네츠크 지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동부전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어서 이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당국에서는 전투병력이 아닌 비전투병과 군인들을 보내 러시아를 위해 전투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는 임무를 맡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정보국(HUR)이 지난해 해당 지역에 공병부대를 포함한 북한 군인들이 도착했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RFA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으면서 북한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언론에서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월 도네츠크에 대규모 공병부대 인력을 파견할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이날 RFA에 “북한에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위해 터널 시스템을 구축시켜 주었던 많은 공병 장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파견되었을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약을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포병부대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에서 러시아 사용 포탄의 절반을 북한이 공급]
이렇게 북한 전투병력의 러시아 파병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포탄의 절반 가량을 북한이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5일,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동부 지역에서 진전을 유지하기 위해 김정은의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절반(연간 약 300만 발)이 북한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푸틴 대통령은 올해 초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방위 조약을 체결했으며,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진격을 유지하기 위해 폐쇄된 권위주의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많은 포탄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엄청난 양으로 인해 러시아는 꾸준한 이득을 얻었으며 이런 지원으로 인해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인 부흘레다르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군사 정보 책임자인 키릴로 부다노프는 9월에 “북한 포탄의 선적은 전쟁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동맹국 중 가장 큰 문제는 북한으로, 그들이 공급하는 군수품의 양이 실제로 전투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는 북한과 더욱 밀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공급받았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북한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 등을 지원받는 것은 북한에 대해 모든 형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안보리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이 무기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땅을 훔치려는 것을 돕고 있다”면서 “북한과 이란은 러시아 전쟁 범죄의 공범”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쟁 초기 러시아의 동맹국들은 모스크바에 적극적으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러나 반서방 연합을 구축하려는 푸틴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지난 9월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 200기를 선적했으며, 중국은 러시아 방위 회사의 장거리 드론 제작을 주체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방 관리들도 중국이 점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 군·정부 항공기 수상한 움직임]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지난 9월 23일, “러시아 군용 여객기가 최근들어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군수공장 밀집 지역과 평양을 여러 차례 오갔다”면서 “북한이 불법적인 무기거래를 축으로 하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투기·함정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NK뉴스는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공군 소속 일류신 Il-62M(RA-86559) 여객기는 지난 9월 20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비행한 뒤 순안 국제공항에서 1시간가량 머물다가 오후 12시 37분에 이륙했다”면서 “이후 여객기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복귀하지 않고 하바롭스크에 이날 오후 2시 21분 착륙했다”고 전했다.
NK뉴스는 이어 “이튿날인 21일 해당 여객기는 하바롭스크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에 22일 밤 9시에 착륙했다”면서 “약 4시간 동안 평양에 머물었던 여객기는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비행해 잠시 머문 뒤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향했으나 모스크바 북동쪽 250km 지점인 야로슬라블 인근에서 항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NK뉴스는 이에 대해 “러시아 군용 여객기의 이런 움직임은 같은 날(20일) 러시아 정부 여객기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원산으로 비행한 뒤 이뤄진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은 러시아 군 여객기가 착륙했던 하바롭스크주에 주목했는데, 이는 하바롭스크에는 러시아의 첨단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 전했다.
이 곳은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이 방문해 첨단 전투기 생산 공장을 둘러봤던 곳이기도 하다.
히나타-야마구치 료 도쿄 국제대 전략연구소 교수는 NK뉴스에 “민항기로 운송하기에는 매우 민감한 인력이나 장비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러시아 전문가인 크리스 먼데이 동서대 교수도 “양국 간 합의가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의 핵심 당국자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렇게 북한과 러시아 사이는 지극히 밀착되는 관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젠 사실상 전투병력까지 보내는 관계로 진전했고, 대신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이 바로 우리가 러시아를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