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북한군 11월 1일까지 11,800명 전투 투입”]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들어와 있으며 오는 11월 1일부터 최소 11,800명 정도가 실제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간의 위험한 거래가 ‘끔찍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러시아와 북한 모두 자멸의 길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9일,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인 키릴로 부다노프가 11,800명의 북한군(애초에는 11,000명이었으나 나중에 11,800명이라 수정함)이 러시아땅에 도착해 있으며, 오는 1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제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1차로 2600명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가 점령중인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국가정보원도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리 국정원은 지난 8월 초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수십 명의 북한군 장교와 함께 수차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 북한 ‘KN-23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 현지 지도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해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소식통도 “북한은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 소속 병력 1만 2000여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한 것으로 전해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최정예 특수부대로, 특수 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에 창설됐다. 북한은 1983년 이 부대를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편하면서 다른 특수부대들을 통합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개편해 폭풍군단을 창설했다.
폭풍군단 예하부대로는 ‘번개’로 불리는 경보병여단과 ‘우뢰’로 불리는 항공육전단, ‘벼락’으로 불리는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고,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이들 부대가 러시아로 떠나기 전인 9월 11일과 10월 2일 이들 부대들을 시찰한 바 있다.
러시아에 이미 도착한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를 가진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키릴로 부다노프도 “2,600명의 첫 번째 대대가 11공수여단에서 편성될 것이며, 부랴트와 야쿠티아 지역의 러시아 시민이라는 신분 증명서를 가지고 쿠르스크 지역으로의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The War Zone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9일, 러시아 군사캠프에 있는 북한군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보안 센터가 공개한 이 영상에는 북한 근처 러시아 극동의 세르게옙스키 군사 캠프에서 촬영된 것으로, 영상에는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장비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불러올 나비효과, "전 세계적인 경종']
그렇다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세를 바꿀 만큼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파병이 일시적으로 러시아군의 운용에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전세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러시아군과 북한군 사이의 소통의 문제라든지 북한군 자체가 실전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등에서 과연 북한군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9일, 롭 해리스 유럽특파원의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 병사 소식은 전세계적 경종(North Korean troops fighting for Russia is worldwide wake-up call)'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군의 우크라 전쟁 파병이 전쟁의 ‘끔찍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오랫동안 의심해온 일이 확인되는 것으로, 러시아가 이제는 그 동맹과 비공식 동맹인 중국, 이란, 북한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어 “북한 등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전쟁 그 자체를 넘어 러시아의 '대가'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말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젠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중국, 이란에게 지원 대가 차원으로 역량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중국의 경우 러시아 에너지를 구입하는 등 행동으로 러시아의 전쟁 자금 마련에 기여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막후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관심을 돌리게 하려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매체는 “이 경우 호주를 비롯한 역내 주요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이 전쟁은 어쩌면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3차 세계대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군의 참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벌써 프랑스에서는 북한군의 참전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프랑스군의 파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만약 프랑스군의 파병이 현실화된다면 당연히 영국군 역시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자칫 나토 대 러시아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한국을 우크라 전쟁에 끌어들이는 계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한국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단 북한군의 핵심 전투병력이 러시아로 파병된 상황에서 이 공백을 한국측에 보이지 않기 위해 도발적 행동을 계속할 우려가 있다. 사실 최근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한 통행로를 폭파하고 또 김여정 등이 도발적 발언을 한 것은 의도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및 무기 수출로 인한 군사적 공백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더불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을 함으로써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포탄 등의 살상무기 지원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포탄 등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러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특히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북한이 3대째 이루지 못한 숙원 사업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기술 뿐 아니라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가짜뉴스’라며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김정은에겐 ‘위험한 배팅’ 될 수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 내부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김정은에게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최근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체제의 내구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 자체가 체제 균열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군의 주력은 1990년대~2000년대 태어나 실제 전투 경험이 전무한 시장 친화적 세대"라면서 "자신들이 벌어 들인 외화가 북한 정권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들이 불만을 품게 되면, 북한군 내부 균열은 물론 체제 침식까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의 해외 파견 인력은 북한 내부에서도 출신 성분과 사상 검증 등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친다. 아무리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해외에 나가게 되면 외부의 정보를 어느 때나 접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선전선동으로 세뇌를 받았던 내용들과 현격하게 다른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몰랐던 북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 ‘위대한 지도자’라고 숭배했던 김정은의 실체에도 눈을 뜨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면 북한에 대한 환멸과 함께 탈북에 대한 갈망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군 18명이 쿠르스크주·브랸스크주 경계에서 부대를 이탈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러시아도 자유세계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려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 전역에서 자유세계에 대한 정보 차단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북한군들이 가장 궁금해 할 대한민국과 관련된 정보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에 대한 인식은 물론,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전쟁을 지속해야 할 북한 군인들의 입장에서 여러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특히 전쟁을 끝내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북한 병사들이 북한에 전파하게 될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당연히 김정은 정권에는 엄청난 위기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에게 있어서 ‘위험한 베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