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정보 공개에 불만 터뜨린 北김여정, “韓-우크라 싸잡아 비난”]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상황을 낱낱이 터뜨린 것에 대해 북한 김여정이 엄청난 불만을 터뜨리면서 한국정부와 우크라이나를 싸잡아 비난했다. 아마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쉬쉬하면서 숨기고 있는 북한에게 그만큼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뉴스 자체가 ‘가짜뉴스’라고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그만큼 파문 확산이 두려운 탓으로 보인다.
북한 김여정(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2일 담화를 내고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에 도발했다”며 “미국이 손때 묻혀 길러낸 버릇 나쁜 개들”이라고 막말 비난했다.
김여정은 이어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미친 것들", "정신 나간 것들"이라 부르며 "핵보유국들을 상대로 뒷수습이 불가능한 어이없는 망발을 함부로 내뱉는 객기 또한 판에 박은 듯 꼭 닮고 뺐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또한 "한국군부 깡패들의 무분별한 주권침해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서울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 짓을 했으며 그로 하여 스스로 자초한 후과가 얼마나 엄청나고 치명적인가 하는 것은 직접 체험해보아야 제대로 알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의 이러한 폭언은 우리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사진까지 더해 낱낱이 폭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군의 러시아행이 공개되었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겐 그만큼 당황스러운 일이고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나오는 궤변적 반응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우리 국정원은 이달 초부터 우크라이나전쟁에 북한 파병설을 제기해왔고,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이 이미 러시아로 이동했고, 앞으로 총 1만2000여명이 파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 파병 비판에 "근거없는 소문" 주장한 북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는 김여정의 성명으로도 드러나지만,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끝까지 발뺌하면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데서 확인된다.
성명을 통해 분노를 표시했던 김여정은 정작 북한군 파병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북한이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발뺌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보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따라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이날 언급은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첫 반응이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 대표인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이날 유엔에서 “서방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추진 발언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을 일컫는 말)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잇따른 보도를 두고 "터무니없다"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북한 대응에 대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은 국제 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며 즉각적인 북러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 외교부의 이재웅 대변인도 22일, 정부는 북한 당국이 처음으로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첫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현 단계에서 발표할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군 추정 영상 또 확인, 그런데도 ‘가짜뉴스”라는 북한]
이런 가운데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 파병된 북한군을 촬영한 동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는 “연해주에 북한군 병력이 주둔한 사실이 또 확인됐다”면서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스트라 채널은 이어 “블라디보스토크 프리모르스키 크라이 세르기이프카에 있는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도착한 북한군 촬영 영상”이라고 소개했는데, 영상에는 북한 장병들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으며, “야야”, “불렀냐”, “그렇잖소?”라는 내용의 북한 억양 말도 담겨 있었다.
영상 촬영자는 야쿠트어로 “북한에서 멋진 동맹이 도착했다.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쿠트어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 주로 거주하는 튀르크계 민족인 ‘야쿠트인’이 사용하는 언어다.
앞서 18일에는 세르기이프카 소재 기지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을 촬영한 것이라는 영상이 확산한 바 있고, 19일에는 우크라이나측이 “북한군이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로의 배치를 앞두고 러시아 군수물자를 보급받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는 군복 차림의 젊은 남성들이 줄지어 전투복 등 장구류를 보급받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SNS에 올라온 우크라 동부 격전지의 인공기 사진, 우크라는 부인]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격전을 치르는 곳에 북한 인공기가 러시아 국기와 나란히 꽂혀 있는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자 북한군이 실제 전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들이 나돌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 사진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전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지난 21일 북러 국기가 함께 꽂힌 사진을 게시하면서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면서 "우리 전투원들의 행동은 적에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적에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말은 북한군이 없지만 있는 것처럼 꾸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21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연방과 북한의 국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적으로 선전전에 불과하다”며 “러시아는 북한이라는 주제를 과장해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포 선전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는 실제 북한군 파병 규모인 1만2000명을 수십만명으로 왜곡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능한 한 겁을 줄 것”이라며 “깃발(인공기)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신중한 백악관, "北 파병 계속 조사 중…며칠내로 입장 밝히겠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파병에 나섰다는 소식과 관련해 미 백악관은 21일, “사실이라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북한의 파병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공식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며칠 내로 미국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러한 (북한 파병) 보도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도 (파병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북한군이 러시아로 가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며, 앞으로 며칠 내로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일부 미국 관리들을 불안하게 만든 주요 미지수 중 하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지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이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군이 최전선에 배치될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폴리티코는 이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미국 관리들과 의회 보좌관들은 북한군이 전투로 단련된 러시아군으로부터 전쟁 훈련과 서방 방어 시스템에 대한 기술 노하우를 얻어 자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미국은 이러한 정황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파악한 다음 최종적인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셈이다. 미국이 이렇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미국측 대응방안이 무엇이느냐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의 정면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파병에 유럽에서는 맞파병론도 솔솔]
눈여겨볼 것은 유럽에서 이미 북한군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맞파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토와 유럽연합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고위 관리가 북한의 러시아 대규모 파병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파병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 "러시아의 암살부대가 북한 탄약과 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된다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했던 '지상군 투입' 등의 아이디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대러시아 강경파' 국가 중 하나이다.
란드스베르기스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또다시 뒤처지고 있다"면서 "마크롱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모든 선제적 조처를 할 공동의 역량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란드스베르기스 장관이 언급한 '마크롱의 아이디어'는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을 지핀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주재한 뒤 브리핑에서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파장이 일은 바 있다.
미국, 독일은 러시아와 직접적 갈등을 우려해 파병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며, 나토 역시 전쟁 초반부터 파병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편, 유럽 일부 당국자들은 서방이 북한 파병 문제에 대한 대응에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