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침공후 세 번째 18만명 병력 증원 명령]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려 2년 7개월째 끌어가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최후의 고육책이라 할 수 있는 군병력 18만명 증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병력 증원 문제로 러시아인들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한 바 있는 푸틴이라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18만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면서 “이에 따라 전체 러시아 병력 규모는 기존 132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구체적으로 크렘린궁 웹사이트에 게시된 법령에서 전체 군대 규모를 238만 명으로 늘릴 것을 명령했으며, 이 중 150만 명은 현역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예비군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군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는 러시아가 보유한 현역 전투 병사 수 측면에서 미국과 인도를 뛰어넘는 것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현역 병력이 200만 명을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병력 규모를 확대한 것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세 번째로, 이번에 병력을 크게 늘리게 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부전선을 포함해 1,000km에 달하는 광대한 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까지 진격하자 현재의 군병력으로는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병력 충원,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이 푸틴이 당초 예상했던 시나리오로 흘러가지 않고 러시아군의 희생도 늘어나면서 병력의 부족해지자 지난 2022년 9월에 푸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하는 부분 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그해 9월에는 13만 7천명을,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17만명을 늘렸다.
러시아군이 이렇게 병력을 증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전쟁에서 너무나도 많은 희생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전쟁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7일 현재 러시아군이 63만 5880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수치가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추정치이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측의 판단도 최소 50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더더욱 문제되는 것은 요즘에는 하루에 최소 1천명에서 많게는 2천여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희생당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사실 러시아군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있고, 당연히 전력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군에 의해 러시아본토까지 점령을 당하면서 러시아는 당장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전반에 걸쳐 방어를 해야 한다는 문제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젠 러시아의 생존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푸틴이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문제는 그리안해도 군병력 증원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이 거센데 앞으로 추가로 또 18만명의 증원을 과연 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크렘린은 일단 새롭게 증원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군대에 자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늘린다고 공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군대 입대를 자원하는 이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준다면서 유혹하고 있음에도 날이 갈수록 지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18만명이란 추가 병력을 충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 자원 입대하는 병력 수도 문제지만 러시아 당국이 그에 수반되는 비용 감당도 과연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싱크탱크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 다라 마시코트는 “모스크바가 현역 군인 증원에 대한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에 소요되는 국방예산이 엄청날 것인데 러시아 당국이 이를 위한 국방예산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마시코트는 이어 “물론 예산이 부족하면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로인한 부작용은 실로 엄청날 것”이라고 짚었다.
러시아의 고민은 또 있다. 그리안해도 생산 가능 인력들을 군인으로 내보내면서 절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인원들을 군대로 차출시켰을 경우 러시아의 산업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러시아군의 병력 증원 발표는 지금 전쟁 상황에 대한 푸틴의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군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EU, 우크라에 59조원 지원]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는 우크라이나에 최대 400억 유로(약 59조원) 규모의 대출을 조달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EU는 우크라이나의 금융 안정을 위해 올해 말까지 최소 200억, 최대 400억 유로 규모의 대출을 승인할 예정”이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기반시설 공격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미국의 참여를 일단 배제한 상황에서 EU가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6월 미국·EU를 필두로 한 G7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66조 6천억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나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G7 회원국들은 EU 중앙예탁기관에 동결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2600억 유로(383조 5천억원)를 담보로 사용해 우크라이나에 대출금을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G7 회원국이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고도 담보금 이자를 통해 대출금이 상환되도록 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출금 상환이 완료되기 전에 러시아 자산 동결이 해제될 경우, G7 국가들이 채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벽에 부딪쳤다. 자산 동결을 연장하기 위해선 EU 회원국이 6개월마다 만장일치로 연장에 동의해야 하는데, 헝가리가 이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자산 동결 연장 여부를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결정하자고 주장해왔다.
이에따라 EU는 대안으로 올해 연말에 만료되는 기존 EU 재정 지원 패키지의 일환으로 대출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한 것이다. EU가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는 것은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붕괴를 막으려면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FT의 걸명이다.
이에 대해 유로뉴스는 “전쟁이 2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간주되며,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올 겨울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망치는 흑해함대, “러시아는 장거리 미사일이 두렵다!”]
한편,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등이 지원하는 장거리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군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적으로 흑해함대의 두려움 가득한 도피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원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흑해함대가 노보로시스크 항의 주요 해군 기지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해 크름반도에 있던 흑해함대 함정들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노보로시스크 기지로 이전해야만 했지만, 이마저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안전한 장소로 전면 이동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노보로시스크 기지는 러시아 군사 물류의 핵심 허브이다.
이에 대해 해양 보안 연구원이자 오픈소스 분석가인 H.I. 서튼은 X(옛 트위터)에 “(러시아 흑해함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의 공중 위협에 대한 대응일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 해군 함정들이 오늘(현지시간 14일) 노보로시스크에서 철수를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일단 흑해함대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픈소스 정보(OSINT) 분석가 MT 앤더슨은 “흑해 함대(BSF) 함정들이 겔렌지크를 지나 해안 남쪽으로 다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부분의 흑해함대가 노보로시스크를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특히 겁쟁이 선박 몇 척이 상선들 사이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라급 선박 2척, 로푸차급 선박 1척, 크리박급 선박 1척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이러한 사실의 근거로 에어버스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들었다.
뉴스위크는 이어 “이미 흑해함대의 3분의 1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무력화되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뿔뿔이 흩어짐으로서 흑해함대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본토의 러시아군 기지들도 비상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실 푸틴이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국경 근처에 무려 250여개의 군사기지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CNN이 17일 공개한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미사일 사거리 안에 러시아군 기지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텔레그래프는 “만약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이 허용된다면 러시아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막다른 길로 향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푸틴이 핵전쟁 운운하면서 서방국가들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