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가 들여다본 중국…상여금 반 토막에도 직장을 못 떠난다]
중국 경제가 3분기 4.5% 성장하며 반등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투자·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첨단 제조업이 성장률을 떠받치는 동안 민간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고용·소득 불안에 지갑을 닫고 있다. 문제는 내수 부진을 메우는 수출마저 해외 수요 변화와 무역 장벽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번 성장률 반등은 중국 경제의 회복을 선언할 성적표가 아니라,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반등 추세를 보였지만,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민 생활의 괴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장률은 반등했지만 개인은 지출을 줄이고 불리한 고용조건을 감수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는 실제로 “항저우의 한 회계직 근로자는 상여금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다른 직장의 급여 조건이 더 나빠 이직하지 못했으며, 실직한 뒤 여행 숙박비를 아끼려고 차에서 잠을 잔 여성도 있었다”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은 4.5%였다. 2분기 4.3%보다 0.2%포인트 높아졌고 시장 예상치 4.4%도 웃돌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소비심리와 부동산 문제는 지속됐다”면서 “이번 반등은 경제 전체가 건강해졌다는 증거보다 강한 수출과 약한 내수의 괴리를 보여주는 성적표”라고 짚었다.
[소비 1.1% 증가…국민은 회복을 확신하지 못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장 직접적인 경고는 소비다. 9월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전년 동월보다 1.1% 증가했다. 8월의 0.4%보다는 개선됐지만 본격적인 회복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약하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매판매는 사실상 거의 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매출액이 조금 늘었다고 국민의 구매력까지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모든 소비가 멈춘 것은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공식 통계상 1~9월 서비스 소매판매는 5.0%, 상품과 서비스를 합친 소매판매는 2.6% 증가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증가율은 1.1%, 도시지역은 0.9%에 머물렀다. 일부 서비스의 호조만으로 광범위한 상품 소비 부진을 덮기는 어렵다. 국민이 미래 소득을 믿고 지출을 확대하는 회복은 여전히 약하다.
소비 부진은 다시 고용을 압박한다. 손님이 지출을 줄이면 자영업자는 인건비와 발주를 줄이고, 협력업체의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 소득이 불안해진 근로자는 다시 지갑을 닫는다. 지금 중국이 끊어야 할 것은 이 악순환이다. 생산량이 늘어도 가계가 고용과 소득의 안정을 느끼지 못하면 내수는 스스로 살아나기 어렵다.
[민간투자 10.4% 감소…기업의 행동은 정부 낙관론과 다르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정부의 낙관론보다 냉정하다. 1~9월 고정자산투자는 7.2%, 민간투자는 10.4% 감소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투자를 제외해도 민간투자가 6.7% 줄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투자 위축을 부동산 개발업체만의 문제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민간기업들도 사업 확장과 신규 투자에 선뜻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제조업 투자도 2.1%, 인프라 투자는 4.2% 감소했다. 지역별로 동부·중부·서부에서 모두 투자가 줄었고 동북지역 감소율은 26.0%에 달했다. 일부 첨단산업의 설비 확장이 전국적인 투자 회복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첨단 공장의 활약만으로 중국 전역의 투자 냉각을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 감소가 국민에게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새 공장과 매장이 줄면 신규 채용도 제약받고, 설비 발주가 감소하면 협력업체의 일감도 줄어든다. 청년은 취업 기회를, 근로자는 임금 상승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다. 오늘의 투자 위축은 내일 국민이 벌어들일 소득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성장률 반등에도 기업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무겁게 봐야 한다.
[신규 착공 4분의 1 증발…생활경제를 갉아먹는 부동산 침체]
부동산에서는 수축이 더 깊다. 1~9월 개발투자는 20.6% 감소했고 신규 착공면적은 24.9%, 준공면적은 25.1% 줄었다. 개발기업이 확보한 자금도 21.6% 감소했다. 새로 짓는 공사부터 기존 공사를 완성하고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 성장률이 반등해도 부동산의 회복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 충격은 건설회사 장부에만 남지 않는다. 착공이 줄면 철강·시멘트·건설장비 수요가 감소하고, 준공이 줄면 인테리어·가구·가전 수요도 제약받는다. 현장 근로자와 하청업체, 주변 식당까지 일감과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 침체는 집을 가진 사람의 자산 문제이면서 집을 짓고 꾸미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소득 문제다.
신축 상품방 판매면적은 13.2%, 판매금액은 13.9% 감소했다. 반면 중고주택 거래면적은 10.7% 증가했다. 그러나 기존 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는 거래와 개발업체에 신규 분양대금이 들어오는 거래는 다르다. 중고 거래가 늘어도 신규 개발사업의 자금난과 건설 위축이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거래 일부의 반등을 부동산 전체의 정상화로 읽어서는 안 된다.
[물가의 착시…휘발유·반도체는 오르고 돼지고기는 내렸다]
또한 물가 지표는 표면상 디플레이션 탈출 신호처럼 보인다. 1~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9%,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는 1.1%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같은 기간 2.3% 올랐고, 9월에는 5.0%로 8월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품목을 들여다보면 상승 동력은 외부에서 온 것이다. 9월 휘발유 가격은 16.6% 올랐다. AI 붐을 타고 데이터 저장장치는 46.7%, 컴퓨터는 21.8%, 휴대전화는 14.9% 뛰었다. 반면 서민 식탁과 직결된 재래시장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0% 넘게 쌌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Natixis)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가르시아-에레로(Alicia García-Herrero)는 이 착시를 경계한다. 그는 “국제 유가가 높은데도 중국 물가 상승률이 낮게 묶여 있는 것은 국내 시장의 과당경쟁, 이른바 '네이쥐안(內卷, 내권: 더 노력할수록 모두가 더 가난해지는 경쟁)'이 만든 '구조적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이 위험이 실재하며 이를 피하려면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부양에는 그만한 재정 여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다. 시장 일각에서는 PPI(생산자 물가지수) 급등이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는 차가운데 비용은 오르는, 통화정책으로 다루기 가장 까다로운 조합이다.
[첨단산업의 질주…국민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장]
중국 첨단산업의 실제 성과는 존재한다. 1~9월 첨단기술 제조업 부가가치는 14.3% 증가했고 산업용 로봇 생산은 29.1% 늘었다. 그러나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5.3%였다. 일부 산업의 빠른 성장이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장이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과 국민이 더 많이 소비하는 능력 사이의 간극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내수가 생산을 충분히 받아주지 못하면 기업은 해외시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상대국이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자국 산업과 고용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무역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은 “중국이 아직 스스로 지속되는 회복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수출로 확보한 시간을 내수 회복에 쓰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Why Times Insight | 국가의 목표 달성과 국민의 회복은 다르다]
이번 4.5% 성장에서 따져야 할 ‘허구성’은 숫자가 전달하는 회복의 인상이다. 투자와 부동산이 위축되고 소비가 정체돼도 총량 성장률은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말하지만 국민은 취업과 소득, 생활비를 기준으로 경제를 판단한다. 이 두 성적표의 차이를 외면하면 성장률은 경제를 진단하는 도구보다 문제를 가리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목표 달성이 처방을 늦추는 역설이다. 수출이 내수 부진을 상쇄해주면 정부는 가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 느낄 수 있다. 로이터도 “양호한 성장률 발표 이후 조기 통화완화 기대가 약해졌다”고 전했다. 국민 생활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민생 지원의 긴급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당국이 성장률 수치에 현혹되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지도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첨단산업을 키운 성과가 언제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계의 소비 여력으로 이어지는가. 기업이 미래 수요를 믿고 투자하도록 만드는 처방은 무엇인가.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내수 부진을 수출로 메우는 방식에 머문다면, 산업 경쟁력의 강화와 국민의 생활 불안이 장기간 공존할 수 있다.
수출이 버텨주는 시간은 내수를 회복할 기회다. 이를 경제 문제가 해결됐다는 증거로 착각하면 외부 수요가 약해질 때 대응은 더 어려워진다. 4.5% 성장의 참혹한 민낯은 성장하고도 국민이 미래를 안심하지 못하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며, 부동산의 상처가 계속 생계로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가의 산업적 성취가 국민의 생활 회복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