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중국관찰] 중국공산당도 결국 포기했다...30년 만에 사라진 '고용 목표'의 충격 - "더는 약속할 수 없었다"...계획경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졌다 - 30년 동안 이어진 '계획의 상징'이 무너졌다 - 숫자를 지웠다는 것은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
  • 기사등록 2026-07-13 05:00:01
기사수정


["더는 약속할 수 없었다"...계획경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여 년 동안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단 한 가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국가가 책임지고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하는 '고용 목표'였다. 성장률이 낮아져도, 수출이 흔들려도,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빠져도 노동시장만큼은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그것이 중국식 계획경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당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11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발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왔던 도시 신규 고용의 정량 목표를 처음으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계획서에는 ‘도시 신규 취업자를 상당한 규모로 유지하겠다’는 원론적인 표현만 남았을 뿐, 과거처럼 ‘향후 5년간 몇 명을 새로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숫자는 완전히 사라졌다. 정부는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목표를 매년 별도로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행정 방식의 변경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계획경제의 핵심은 국가가 목표를 정하고, 행정력을 동원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그런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더 이상 경제를 자신들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잃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0년 동안 이어진 '계획의 상징'이 무너졌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성장률보다 고용을 훨씬 더 민감하게 관리해 왔다. 실업은 곧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사회 불안은 공산당 일당체제의 정당성을 흔드는 가장 위험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전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는 최소 5,500만 명 이상의 도시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1996~2000년 계획에서도 4,000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하한선을 명시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국가는 반드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오랜 원칙이 처음으로 깨졌다. 목표를 낮춘 것이 아니다. 아예 목표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다. 중국 지도부가 현재의 노동시장을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목표를 제시했다가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부담이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산당은 경제를 통제할 자신감보다 실패를 감추는 것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숫자를 지웠다는 것은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계 방식의 변경이 아니다”면서 “중국의 공식 '도시 신규 취업자 수'는 새로 취업한 사람만 집계할 뿐, 기업 구조조정이나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원래부터 실제 고용 상황보다 훨씬 좋게 보이도록 설계된 통계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무리 통계를 유리하게 관리해도 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노동시장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목표를 먼저 세우고 통계를 맞췄다면, 이제는 목표 자체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15차 5개년 계획은 단순히 고용 목표 하나가 빠진 문서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30년 동안 가장 자랑해 온 '계획경제의 통제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공산당이 목표를 삭제한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붕괴, 민간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급감, 그리고 시진핑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신질생산력' 전략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왜 중국 경제가 여기까지 몰렸는가. 바로 그 지점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동산이 무너지자 중국 경제의 선순환도 함께 멈췄다]


중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른 출발점은 단연 부동산 시장의 붕괴다. 한때 중국 GDP의 25~30%를 차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 산업은 헝다(恒大), 비구이위안(碧桂園), 완커(萬科) 등 대형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사실상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문제는 부동산이 단순한 산업 하나가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를 떠받치던 축이었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 판매 수입으로 재정을 유지했고,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늘렸으며, 가계는 평생 모은 자산 대부분을 아파트에 투자했다. 이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경제 전체가 연쇄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은 단순한 자산 가치 감소가 아니라 소비 심리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자 가계는 지갑을 닫았고, 기업은 투자를 줄였으며, 지방정부는 재정난에 빠졌다. 결국 소비와 투자, 재정이 동시에 위축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시진핑이 내세운 '신질생산력', 왜 일자리를 만들지 못했나]


부동산이 무너지자 시진핑 지도부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첨단 제조업 중심의 '신질생산력(新質生產力)'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성장률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고용은 살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과거 부동산과 건설업은 수많은 노동자를 흡수했다. 철강과 시멘트, 운송과 인테리어, 가전과 가구까지 광범위한 산업을 움직이며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반면 AI 공장과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필요한 인력은 오히려 줄어든다.


결국 중국은 공장은 계속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는 모순에 빠졌다. GDP는 유지될 수 있지만 국민의 소득은 늘지 않고,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도 살아나지 않는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기업은 다시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축소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생산만이 아니다. 생산된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있어야 경제는 선순환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생산 능력 확대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소비를 떠받칠 가계의 구매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결국 시장은 '내권(內卷)'이라는 생존 경쟁으로 빠져들었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데 생산만 늘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이미 중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팔리지 않는 제품을 처분하기 위해 가격을 계속 내리고, 경쟁사는 살아남기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이른바 '내권(內卷)', 즉 모두가 경쟁하지만 누구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소모적인 출혈 경쟁이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는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 철강, 화학 등 다른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잉 생산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가격 폭락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결국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고용과 임금이다.


이처럼 고용 감소 → 소비 위축 → 기업 수익 악화 → 추가 감원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중국 경제는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함정에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공산당이 고용 목표를 삭제한 것은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다. 경제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산당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한 첫 번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3억 2천만 명…중산층까지 삼킨 '유연 취업'의 그림자]


중국 노동시장의 변화는 이미 통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국 로이터는 최근 "부동산 침체로 건설업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고, 제조업체들 역시 미국의 관세 압박과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를 확대하면서 노동자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것은 배달기사와 차량 호출 서비스, 라이브커머스 판매, 시간제 플랫폼 노동 같은 이른바 '유연 취업'이다.


중국신고용형태연구센터는 올해 중국의 유연 취업자가 3억 2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노동인구의 약 44%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더 심각한 것은 구성원의 변화다. 과거 유연 취업은 농민공이나 저숙련 노동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물론이고,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화이트칼라와 중산층까지 배달과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홍콩이공대학의 문화인류학자 잔양 교수는 "유연 취업은 더 이상 농민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중산층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생계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직업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중산층이 안정적인 소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며, 투자가 줄면 다시 고용이 감소한다. 지금 중국 경제가 빠져 있는 악순환의 고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성장률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 경제의 위기를 GDP 성장률에서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진짜 위기는 공산당이 더 이상 경제를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계획경제는 목표를 세우는 체제다. 성장률도 목표를 세우고, 투자도 목표를 세우며, 고용도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국가가 행정력을 총동원해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국식 발전 모델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핵심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률은 각종 정책으로 일정 부분 관리할 수도 있다. 투자 역시 국유기업을 동원하면 숫자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고용은 다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살아야 기업이 투자한다.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바로 그 현실 앞에서 중국 공산당은 처음으로 목표를 삭제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변화가 아니라 중국 경제 운영 방식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에 중국 정부가 삭제한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니다. '국가는 경제를 계획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운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통계를 수정했고, 정책을 바꾸며 다시 성장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달성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 목표 자체를 없애 버렸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가장 위험한 신호다. 부동산 위기나 소비 침체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체제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성장률이 5%냐 4%냐의 문제가 아니다. 계획경제가 더 이상 현실 경제를 계획할 수 없게 됐다는 것, 30년 만에 사라진 '고용 목표'는 바로 그 사실을 중국 공산당 스스로 인정한 첫 번째 공식 문서일지도 모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701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