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도 홍수도 아니다… 중공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통치 리스크]
베이징의 기온이 38도를 넘어선 바로 그날 밤, 하늘에서는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졌다. 같은 시각 중국 남부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도시와 농경지가 잇따라 침수됐다. 북부는 폭염, 남부는 홍수라는 극단적인 기후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례적으로 직접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다. 중국 지도부가 기후재난을 국가 통치와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싱가포르에서 발행하는 연합조보(聯合早報)는 4일, “지난 3일 낮 베이징시 관측소 기준 기온은 오후 2시 50분 35.1℃까지 올라 올해 두 번째 고온일을 기록했는데, 도심 열섬 효과가 두드러진 국가체육장(냐오차오·鳥巢) 인근에서는 같은 시간대 38.3℃까지 치솟아 시내 대부분 지역이 35℃ 고온선을 넘어섰다”면서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인 저녁부터 하늘은 완전히 뒤바뀌었는데, 베이징시 기상대는 이날 오후 시 전역을 대상으로 올해 첫 우박 경보를 발령했고, ‘오늘 밤 시 서북부에서 동남부로 분산된 우박이 잇따라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저녁 6시부터 밤 9시 사이 강대류 구름대가 도심과 인근 먼터우거우(門頭溝)·팡산(房山)·다싱(大興) 등지를 잇달아 강타했다. 이 과정에서 초속 8~10급(시속 약 62~88㎞)의 돌풍과 천둥·번개, 짧고 강한 소나기가 동반됐고, 시간당 강수량은 펑타이(豐臺) 체육센터 관측소에서 36.6㎜로 가장 높게 측정됐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구름대가 약화된 밤 10시를 기해 대풍·우박·뇌전 황색 경보를 모두 해제했지만, 그 전까지는 고온·뇌전·대풍·우박 등 4개 황색 경보가 동시에 발효돼 있었다.
[하이뎬 우박 최대 5㎝… "유리그릇 밑바닥 뚫려"]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하이뎬구(海淀區) 상디(上地)·칭허(淸河) 일대였다. 이곳에서는 밤 8시경 지름 4~5㎝에 달하는 대형 우박이 떨어졌고,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우박을 담으려 내놓은 유리그릇 바닥이 그대로 뚫려버린 장면이 담겼다. 베이징일보 계열 매체 징바오왕(京報網)은 우박 크기를 "탁구공만 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스징산(石景山)·펑타이·차오양(朝陽)에서는 최대 3㎝가량, 먼터우거우에서는 2㎝가량의 우박이 관측돼 지역별 편차가 컸다.
기상 전문가 후샤오(胡嘯)는 이날 저녁 소셜미디어에 "먼터우거우에 우박이 떨어지고 있으니 우박은 선을 따라 이동하는 특성상 펑타이 지역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두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우박이 확인됐다. 신징바오는 우박을 만드는 상승기류대가 폭 2~3㎞, 길이 수십㎞의 좁고 긴 띠 형태로 형성되기 때문에 우박 낙하 지점도 이 띠를 따라 좁고 길게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이번 현상을 전형적인 ‘줄무늬 우박’ 사례로 풀이했다.
결국 기상당국은 고온·우박·강풍·뇌우 등 네 종류의 황색경보를 동시에 발령했다. 베이징에서 이처럼 여러 재난 경보가 한꺼번에 내려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강한 폭염으로 지표면이 과열된 상태에서 차가운 상층 공기가 유입되며 형성된 강력한 대류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즉, 낮의 극심한 열기가 오히려 밤의 대형 우박을 만들어낸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 중국 전체가 '두 개의 계절'로 갈라졌다는 점]
베이징의 일교차성 기상은 개별 지역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올여름 중국 전역을 남북으로 가르는 극단적 기후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연합조보는 중국기상국 소속 기상분석사 쑨첸첸(孫倩倩)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지난 주말부터 강력한 대륙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신장(新疆)을 먼저 덮친 뒤, 이번 주에는 시베이(西北)에서 화베이·황화이(黃淮)에 이르는 북방 대부분 지역을 계속 장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조보는 이어 “고온 지역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3일부터 5일까지 고온 범위가 최대치에 이를 것이며, 이는 올 들어 북방에서 나타난 가장 광범위하고 강도가 센 고온 현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시기 화난(華南)·화중(華中) 지역은 정반대의 위기와 씨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국 국가방홍(防洪)항한(抗旱)총지휘부가 6월 중순부터 광둥·광시·안후이·장시·후베이·후난·충칭·구이저우 등 8개 성·시에 4급 홍수 비상대응을 잇달아 발령했으며, 6월 13일 이후 광시 중동부와 광둥 북·중·동부 일부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600㎜를 넘어섰다”면서 “국가기상센터는 산사태·급류 위험이 있는 후난 서남부·광시 북부·구이저우 동남부에 산홍수 적색경보까지 발령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즉 같은 나라 안에서 북쪽은 40도에 육박하는 열파에, 남쪽은 30년 만의 폭우와 산사태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셈이다.
[시진핑이 직접 움직인 이유… 기후가 아니라 '통치'의 문제]
이런 남북 기후 양극화는 이미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정식 의제로 격상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올해 첫 홍수·가뭄 방지 회의를 열고, 지방정부에 가뭄·홍수·태풍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주문하며 ‘언제나 인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을 촉구했다”면서 “회의는 또 ‘주요 하천과 대형 호수, 핵심 수역의 홍수 통제 안전을 확보하고 하천·호수의 홍수 방류 공간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으며, ‘건설 중인 주요 인프라와 프로젝트의 홍수기 안전을 보장하고 위험 요인을 조사하며 농업 인프라 보호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정치국이 연중 첫 홍수·가뭄 대책회의를 6월 말이라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그것도 시진핑이 직접 주재하는 형식으로 개최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면서 “이는 남부의 홍수와 북부의 폭염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현재 상황을 지도부가 단순한 계절적 이상기후가 아니라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의에서는 극한 상황에서의 구조 능력 향상, 기층 조직에 대한 자원 확충, 최일선 대응 인력 증파 등이 함께 논의됐다.
표면적으로는 재난 대응 회의였지만, 실제로는 국가 운영 전반을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에서 자연재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정치 전반을 흔드는 복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가 흔들리는 중국, 기후재난까지 겹치다]
중국은 이미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 수입 감소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과 소비 위축, 디플레이션 압력도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재난은 단순한 복구 비용 이상의 부담을 안긴다. 폭염은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가뭄은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홍수는 철도와 도로, 물류망을 마비시키고 공장 가동을 멈추게 만든다. 결국 식량 가격과 산업 생산, 소비 심리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감당해야 할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빚을 더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지방정부가 적지 않다.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난이 아니라 '민심']
중국 공산당이 긴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중국 현대사에서 대형 자연재해는 종종 행정 실패와 결합하며 사회적 분노를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허난성 정저우 대홍수다. 당시 지하철 침수 사고와 피해 축소 논란은 지방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고, 관련 영상과 증언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당국은 검열과 통제에 나섰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자연재해 자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대응 실패가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체제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상황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베이징의 폭염과 우박은 단순한 기상 뉴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이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통치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재난을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같은 방식의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폭염과 홍수 같은 극단적 기후가 일상이 된다면 식량과 에너지, 물류, 지방재정은 물론 사회 안정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시진핑이 정치국 회의를 직접 주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중국의 기후재난은 더 이상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통치 역량과 체제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