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 순간.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AP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해묵은 무력 충돌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보기 직전, 새로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자국 공군 전력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핵심 표적을 공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양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군사 행동은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먼저 도발을 감행한 것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조치로 단행됐다. 이스라엘 수뇌부는 자국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적대 행위도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천명했다.
작전을 수행한 이스라엘군 당국도 별도의 발표를 통해 민간 지역에 숨겨진 적의 군사 시설을 무력화했음을 알렸다. 군 당국은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서 헤즈볼라의 군사 지휘소로 활용되던 특정 아파트 건물을 포착해 정밀 타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의 구체적인 전과와 세부적인 작전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을 거쳐 추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폭격이 감행되기 전, 이른 아침부터 헤즈볼라 측이 날려 보낸 무인기 3대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넘어와 지상에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양측의 충돌 조짐은 이미 예견된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공습으로 인해 레바논 현지의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NNA)의 보도에 의하면, 이스라엘 전투기의 미사일이 민간인 거주 구역에 인접한 헤즈볼라 시설을 강타하면서 최소 3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스라엘은 과거부터 베이루트 남쪽 외곽의 다히예 일대에 친이란 성향의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의 총지휘부와 테러 모의 기지가 은밀히 운영되고 있다고 지목하며 지속적인 경계 태세를 유지해 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동 평화 정착 노력을 주도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행보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 모멘텀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만류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해당 지역에 폭격을 가하며 독자적인 군사 노선을 걸었다. 이에 분노한 이란이 같은 날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 약 30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 역시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내부의 방공망 시설과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타격하는 등 양국은 이미 한 차례 피비린내 나는 보복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 행동에 대해 배후인 이란 정계는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며 미국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이브라힘 레자에이 이란 의회 외교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신들이 합의나 양해를 원한다면 시온주의 정권부터 통제해야 한다"라며 미국 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 레자에이 대변인은 이어 "이 '미친 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당신들의 다리를 물어뜯을 것"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향후 협상 파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 차례 이스라엘 본토 공습 직전에도 무력 충돌을 암시하는 경고를 날린 바 있어, 이번 발언 역시 추가 보복을 암시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