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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1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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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던 '고노 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타계했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의 2016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현대 정치사에서 과거사 반성과 수평적 한일 관계를 상징해 온 거목이 역사 속으로 돋을새김됐다. 교도통신과 엔에이치케이(NHK)를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은 10일 정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이 이틀 전인 지난 8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고인은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이자 양심적 정치인으로 꼽히며, 평생에 걸쳐 한일 간의 역사적 응어리를 풀기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다.


1937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출생한 고인은 대대로 거물급 정치인을 배출한 전통적인 정치가 가문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 정부에서 농림대신과 건설대신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고노 이치로이며, 삼촌인 고노 켄조 역시 참의원 의장을 역임하며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가문의 정치적 자산은 아들 세대로도 이어져 그의 아들 고노 다로 의원은 내각에서 디지털 대신을 지내며 현재까지 활발한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노 전 의장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이정표이자 한국인들에게 그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킨 계기는 1993년 8월 4일에 찾아왔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고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위안소 설치 및 관리, 위안부 이송에 구 일본군이 직접 관여했음을 전면 인정하는 내용을 담아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인은 이 역사적인 담화를 통해 군의 개입 아래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는 준엄한 역사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나아가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을 향해 일본 정부를 대표하여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문서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이후 한일 외교 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 토대로 자리 잡았다.


고인의 정치적 여정은 자민당 내에서도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오랜 기간 이어졌다. 1967년 중의원 선거에 자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탁월한 정무 감각으로 14회 연속 당선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어 2003년에는 의회 정치의 정점인 중의원 의장에 취임하여 5년 반 동안 입법부를 이끌었으며, 2009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를 은퇴하며 아름다운 퇴장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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