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이야기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플로리다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전쟁 기여 요청을 거절한 유럽 동맹국들을 겨냥해 주둔 미군 감축과 관세 인상이라는 강력한 안보·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미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의 지시에 따라 독일 주둔 미군 병력 중 약 5천 명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1일 확인했다. 현재 주독 미군 규모가 3만 5천 명에서 3만 6천 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는 전체 병력의 약 14%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국방부는 이 날 연합뉴스에 이번 병력 감축 작업이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모두 완료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시한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연설을 통해 무역 분야에서도 유럽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다음 주부터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에 부과하는 관세를 25%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양측이 맺었던 무역협상 이전 수준으로 관세를 복원하는 조치다. 당시 합의는 EU가 미국산 에너지와 군사장비를 대규모로 구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를 15%까지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우리가 완전히 합의한 무역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안보 분야에서의 갈등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를 "기억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미국을 비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향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거친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 기류는 파병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수행 과정에서 동맹국들의 기여도를 평가할 때마다 한일 양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안보 역할을 언급하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비록 두 나라가 유럽처럼 미국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규정한 '필요할 때 돕지 않은 국가'라는 인식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일단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으나, 내부적으로는 외교 및 통상 라인을 가동해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지난 1월에도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 인상 위협을 받은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파병의 헌법적 제약이 적은 한국이 향후 미국의 다음 압박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미중 관계 관리 차원에서 과도한 압박은 자제될 것이라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