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 직후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 가운데, 이번 행보가 50년 전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미 당시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시작된 찰스 3세의 미국 방문이 197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문과 평행이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두 차례나 발생한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왕은 철저한 보안 속에 방미 일정을 완수한 바 있다. 1975년 9월, 캘리포니아에서 리넷 프롬과 사라 제인 무어라는 두 여성이 각각 포드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으나 영미 양국은 국빈 방문이라는 외교적 약속을 지켰다.
1976년 당시 미국 정부는 영국 왕실의 우려를 고려해 경호 보안을 극비리에 강화했다. 과거 방미 때 지붕 없는 오픈카를 타고 시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던 여왕은 1976년 방문에서는 대통령 전용 방탄차인 링컨 콘티넨털을 이용하는 등 한층 엄격해진 경호 프로토콜을 따라야 했다. 이번 찰스 3세의 방문 역시 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양국 보안 당국이 밤새 세부 일정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안전 확보에 사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27일부터 30일까지로 예정된 나흘간의 일정을 변경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왕의 결단을 두고 "환상적이고 용감한 분"이라며 "자신의 국가를 누구보다도 잘 대표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주미 영국 대사관 측도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본분을 다한다는 영국의 전통적인 정신(Keep calm, carry on)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번 방문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국빈 방문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테러와 암살 위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영미 간의 '특별한 관계'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반세기 전 여왕이 위기를 딛고 양국 우호를 다졌던 것처럼, 찰스 3세 역시 긴장이 고조된 미국 본토에서 국왕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