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EPA=연합뉴스]
중동 전역을 휩쓴 전쟁의 불길이 다음 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획마저 흔들어놓고 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휴전 상태가 위태롭게 유지되면서, 10년 만에 성사될 예정이었던 미국 정상의 방중 일정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현지시간) 중동 사태의 교착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깊은 불신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한 차례 일정을 조정한 끝에 오는 5월 14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찾기로 했으나, 전장의 불확실성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 전쟁이 8주째로 접어들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는 미국 내 실물 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연료와 비료 등 핵심 물자의 수송이 차단되면서 급등한 물가는 올해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방중 성사 여부는 중동 정세와 미·중 관계의 향방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종합적인 손익 계산에 달려 있다"며 현재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짚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중 관계의 주도권이 중국 측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문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 늪에 빠져 국내 물가와 선거 압박에 시달릴수록, 중국이 쥐게 될 외교적 지렛대는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중이 성사된다면 미·중 정상회담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쥔웨이 호라이즌 인사이트센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통해 가스와 농산물 분야의 대규모 합의를 끌어내 국내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는 한편,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영향력을 빌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방문이 재차 연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신뢰도에는 흠집이 나겠지만 양국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합의안은 이미 실무진 선에서 조율된 상태이기에, 정상 간의 만남 자체가 전략적 합의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트럼프의 베이징행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