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후임 CEO로 지명된 존 터너스 [EPA=연합뉴스]
애플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차기 수장으로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해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을 지명하며 '포스트 팀 쿡' 시대를 공식화했다.
애플 이사회는 오는 9월 1일부터 터너스 부사장이 새로운 CEO로서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발표했다. 터너스 부사장은 올해 50세로, 지난 2011년 팀 쿡이 스티브 잡스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연배에 세계 최대 IT 기업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는 경영진 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그를 통해 장기적인 조직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이사회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다.
이 날 발표된 인사 배경에는 터너스 부사장의 압도적인 하드웨어 전문성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도를 거쳐 2001년 애플에 합류한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군의 개발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인텔 칩에서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한때 침체에 빠졌던 맥 사업부의 부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애플이 앞으로도 하드웨어를 기업의 핵심 정체성으로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한다. 인공지능(AI)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독보적인 기기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특유의 생태계 전략을 고수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터너스 체제 아래서 스마트 안경이나 초소형 AI 기기 등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터너스 신임 CEO 앞에는 'AI 지각생'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경쟁사들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경쟁에 사활을 거는 동안 애플은 자체 모델 개발보다 외부 협력에 치중해 왔으며, 핵심 AI 서비스인 '시리'의 고도화 작업도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분석가는 터너스가 출범 초기부터 AI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내외에서 두터운 신망과 카리스마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터너스 부사장이 팀 쿡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애플의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증명해낼지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글 등 외부 AI와의 유연한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하드웨어와 결합한 애플만의 독창적인 AI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리더십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