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 [AFP 연합뉴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국가적 멸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란 및 미국의 개입과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20일 현재 레바논이 마주한 가혹한 현실을 언급하며 전쟁 지속과 평화 협상이라는 두 갈래 길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아운 대통령은 레바논이 직면한 인도적, 사회적, 경제적 붕괴와 더불어 계속되는 주권 침해를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직접 마주 앉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이 선택이 레바논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국가의 생존을 위한 '구국의 결단'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협상은 기존의 복잡한 중동 정세와는 궤를 달리하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아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회담이 미국이나 이란 사이에서 오가는 휴전 논의와는 완전히 분리된 레바논만의 독자적인 프로세스임을 강조했다. 이는 레바논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외부 세력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평화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협상의 구체적인 목표로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즉각 중단과 레바논 영토 내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그리고 국경 지대에 레바논 정부군을 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이스라엘 측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아운 대통령은 협상을 주도할 대표로 사이먼 카람 전 주미대사를 임명했으며, 내각과 정계의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단장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레바논이 설정한 협상 목표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이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이 같은 전격적인 행보는 수년간 쌓여온 경제적 재앙과 전쟁의 여파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사고 이후 레바논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글로벌 분쟁의 여파로 전례 없는 경제적 고통을 겪어왔다. 특히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의 참전으로 전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국가 시스템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다시금 포화에 휩싸인 상황에서, 아운 대통령의 이번 협상 선언은 벼랑 끝에 선 레바논이 선택한 마지막 생존 전략으로 평가된다.
[Why Times 시선]
외부 세력의 대리전장이 되어 폐허가 된 국가를 살리기 위해, 아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화라는 금기를 깨고 레바논의 주권을 스스로 되찾으려는 위험하면서도 절박한 도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