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 사는 레바논 피란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 발표 이후 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으로 향하는 피란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나, 고향에서 마주한 참혹한 현실과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전쟁 공포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해안 고속도로는 휴전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피란민들의 차량으로 가득 찼다. 레바논군과 이스라엘군 모두 접경 지역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귀가를 만류했으나, 44일간 타지를 떠돌던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폐허가 된 집으로 향했다. 차량 정체로 인해 평소 2시간 거리인 도로가 10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붕괴한 다리와 잔해를 피해 흙길을 달리거나 강을 건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샤크라 지역 주민 모하메드 아슈어 씨는 집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새벽부터 차를 몰았다. 그는 "여기는 우리 땅"이라며 "휴전이 단 한 시간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피란민들을 맞이한 마을의 분위기는 환희와 고통이 교차했다. 도로변에서 국기를 흔들며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응원 인파가 있었던 반면, 마을에 도착한 이들이 마주한 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삶의 터전이었다. 전기공학자 하산 나즈디 씨는 10여 차례 공습을 당한 스리파 마을의 참상을 목격하고 "이곳이 원래 내가 알던 마을인지 인식조차 할 수 없었다"며 망연자실했다. 그의 동네는 집의 75%가량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다.
인근 정부 병원에서 근무하던 외과전문의 와디 누즈데 씨 역시 동료들의 부상과 마을의 광범위한 피해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돌아와서 기쁘면서도 가슴이 찢어진다"며 젊은 인재들의 희생과 무너진 기반 시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이번 휴전이 항구적 평화가 아닌 일시적인 '싸움의 중단'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즉각 적대 행위를 재개하겠다고 경고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7일 "한 손에는 무기를, 다른 손에는 평화를 들고 있다"며 언제든 공격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접경 지역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주둔하며 접근을 통제하고 있어 자신의 집을 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레바논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을을 완전히 철거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은 고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나즈디 씨는 "레바논 남부에는 '집이 없더라도 텐트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전하며, 비록 폐허가 된 땅일지라도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Whytimes의 시선: 44일 만에 돌아온 집이 잿더미라면 어떤 기분일까요. "기쁘면서도 고통스럽다"는 주민의 말에 전쟁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휴전이 불완전한 미봉책을 넘어, 텐트 생활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안식을 줄 수 있는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와 희망이 공존하는 시점입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