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일출 [AP 연합뉴스]
이란이 레바논 휴전에 맞춰 전격 발표했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치를 하루 만에 철회하고 다시 봉쇄에 돌입하면서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중대 기로에 섰다.
이란군 통합지휘 체계인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 날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고 언급하며, 해당 해역이 다시 이란군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 아래 놓였음을 공식화했다. 이란 군부는 이번 재봉쇄의 원인으로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를 꼽았다. 이란 측이 선의를 가지고 해협을 열었음에도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선언했던 상선 항해 전면 허용 방침은 불과 24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
해협 일대에서는 민간 선박을 겨냥한 실질적인 군사 행동도 재개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고속정들이 오만 인근에서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컨테이너선 한 척도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 해운 업계에서는 이란 해군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폐쇄되었으니 통과할 수 없다'는 경고 무전을 받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강경 행보는 전날 개방 결정을 내린 외교부를 향한 이란 내부 군부 세력의 거센 비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적 해결을 기대했던 2차 종전 협상 전망 역시 급격히 얼어붙었다. 양국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오는 21일경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합의의 틀에 의견을 모으기 전까지는 협상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합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또한 '이란군의 날' 성명을 통해 해군의 용맹함을 강조하며 적들에게 패배를 안길 준비가 됐다고 언급해 사실상 군부의 해상 봉쇄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전쟁 발발 50일을 앞두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일부 유화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2월 말 공습 시작 이후 49일 동안 굳게 닫았던 자국 영공을 부분적으로 다시 열기로 했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이 날 오전 7시를 기점으로 테헤란을 포함한 6개 공항의 운영을 재개하고 동부 영공 항로를 국제 항공기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해상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조치로, 향후 미·이란 관계가 전면적 충돌과 극적인 타협 중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