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5일 아부다비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우) 이란 의회의장이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통령을 만났던 모습. [ICANA/EPA 연합뉴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공식 접촉을 가지며 경색되었던 양국 관계에 변화의 신호를 보냈다.
현지시간 15일 UAE 국영 WAM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 측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통령 겸 부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졌다. 양측은 이번 통화에서 최근 중동 지역 정세를 점검하고 무력 충돌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접촉은 그간 단절되었던 양국 외교 채널이 재가동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UAE는 지난달 1일,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공습 과정에서 자국 내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경제적 피해가 커지자 이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한 바 있다. 당시 UAE 정부는 이란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전 세계와 100여 차례 통화하는 동안에도 UAE 외무장관과는 단 한 차례의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냉기류 속에서 외무장관급이 아닌 의회 의장과 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당장 전면적인 관계 복원보다는 실무적인 위기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이 대미 협상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은 이번 통화가 단순히 의례적인 인사를 넘어 종전 협상과 연계된 지역 안보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가 양국 간 군사적 오판을 막기 위한 '핫라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란의 공습으로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UAE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경제 타격을 막아야 하고, 이란 역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걸프 지역 우방이었던 UAE와의 관계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첫 접촉을 계기로 향후 양국이 대사관 재개관 등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