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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신년기자회견의 ‘제왕적 대통령’과 ‘광화문시대 공약’ 폐기 - '김예령 기자 논란', 문재인 정부도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 '국민 곁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는 '광화문시대' 공약 폐기
  • 기사등록 2019-01-12 09:37:42
  • 수정 2019-02-17 23: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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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김예령 기자, 대톻령의 표정이 굳어있다. [채널A]


[문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제왕적 대통령’의 재림]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의 백미는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서로 질문하겠다고 손을 드는 와중에 지명을 받은 김 기자는 당황한 듯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말하는 걸 잊고 곧바로 질문을 시작했다.


요지는 이랬다.

"여론이 굉장히 냉랭하다는 걸 대통령이 알고 계실 것"이라며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고 국민이 힘들어한다. 희망을 버린 건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현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했다.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답변도 퉁명스러웠다.

문 대통령은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김 기자의 이러한 도발적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지지자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어 김 기자를 물어 뜯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싸가지 문제보다 실력 부족의 문제"라면서 "우리 기자님들도 함께 공부합시다"라고 평가했고,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언론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해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황당했다"며 "밑도 끝도 없이 국민이 힘들다, 경제 기조를 안 바꾸냐고 말하는 것은 술 한잔 먹고 푸념할 때 하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중요한 시간에 전파를 낭비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지지자들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김 기자를 향해 "무례하고 막돼먹었다"라는 등 욕설로부터 시작해서 "역대급 기레기" "공부 더해라" 같은 인신공격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에 개인 신상까지 모두 털린 김 기자는 결국 소셜 미디어 계정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김 기자의 질문이 진짜 수준이하인가?


홍익표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기자는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김 기자는 진짜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상당수의 언론이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헤드라인을 '경제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으로 뽑았다.


그 많은 기자들의 질문 가운데 유독 김 기자의 내용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한 질문에 대해 저렇게 하이에나 근성을 보이는 소위 ‘문빠’들의 행태는 자기들 스스로 문재인 대통령을 ‘황제’로 만들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촛불정신’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문파(文派) 또는 ‘문꿀오소리’(꿀먹이오소리처럼 문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사람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물어뜯는다는 뜻)라 부르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이는 대통령밖에 없으나 대통령은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다.

▲ 10일 신년기자회견과 관련한 이언주 의원의 페이스북


*황제에게 말을 공손하게 하지 않고 무례를 범한 죄?


이렇게 문파들에 의해 ‘대역죄인’으로 찍힌 김 기자에 대해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라길래 뭔가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덕담릴레이 하느냐"며 "그 와중에 김예령 기자의 날카로운 핵심 찌르기에 빵 터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김예령 기자의 태도 논란에 대해 "짧은 질문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 대신한 한마디였다"라며 "완곡하게 말했는데도 태도 논란이니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문 대통령과 관련해선 "좀 더 직설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알아들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대답이야말로 가관이었다. 대답하는 표정과 내용을 보니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서는 바보에 가까운 걸 알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제를 경제로 이해하지 않고 경제를 이념과 당위로 접근하는데, 경제 결과는 우악스럽게 의도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경제원리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기본을 모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각본 없이 한다길래 뭔가 좀 달라질까 했는데 가뭄에 콩 나듯 한 제대로 된 질문조차 얼굴빛 확 변하며 아전인수격으로 강변하는 걸 보며 참 문 대통령도 꼰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 10일 신년기자회견과 관련한 전여옥 전 의원의 페이스북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질문 논란에 휩싸인 김예령 기자에게는 “기자다운 기자”라고 호평하고, 김 기자를 비판한 이들은 “부끄럽다”면서 비꼬았다.


전 전 의원은 “김예령 기자가 진짜 기자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 묻고 싶은 것을 물은 단 한 사람의 귀한 기자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전 전 의원은 김 기자의 질문을 비판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과 최경영 KBS 기자를 겨냥한 발언도 덧붙였다.


그는 “정모라는 의원은 '새 역사를 쓴 기자회견'이고 '클래스가 다른 명품 기자회견'”이라고 했다면서 “자다가도 떼굴떼굴거리며 웃겠다. 기자회견하다 새 역사도 쓰나? 게다가 클래스? 명품? 서민 들먹이던 분들이 클래스 명품 엄청 좋아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최모 기자는 진짜 선배로서 부끄러웠다”면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오글거리는 아부는 제 평생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일인데 ‘영광’이라니. 조선시대 간신배들도 이렇게 아부는 안 떨었다”며 지적했다.


▲ 미세먼지 가득한 광화문광장. 문재인 정권의 현실을 보는 듯 하다. [뉴시스]


[광화문시대 공약 폐기, 국민곁으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미]


이러한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이 대통령 공약 1호인 ‘광화문시대’의 폐기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1주일 전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백악관이나 영국의 총리 집무실을 보라. 늘 국민과 가까이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경호 문제를 언급했고 이어 “종합청사에 있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담은 없다”면서 예산 문제도 조명했다.


그리고 2017년 대선 한 달 여전 토론회에서도 “난 국정운영에 오랫동안 참여했다. 그 성공과 실패를 통해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안희정 후보가 “광화문 대통령, 잘 들었다. 근데 청와대 경호실과 관련법들은 어떻게 하려 하나?”라면서 “청와대 경호실법도 바뀌어야 할 텐데.”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2012년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경찰로 이관해 경찰청 경호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4일 유홍준 ‘광화문 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 대통령도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의 전면 폐기를 선언했다.


청와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공약 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대통령이 하도 강조해서 뭔가 대단한 결단이라도 내릴 줄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유홍준을 내세워 그 공약을 파기했다.

여기에 대해 대통령은 유감 표명도 없었다.


대통령의 광화문 시대 공약은 청와대를 광화문 청사로 옮긴다는 그 내용 자체보다 대통령이 국민 곁으로 내려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언반구없이 그 공약을 폐기했다. ‘국민 곁으로’ 내려 올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미이다. 이미 황제의 자리에 등극했는데 왜 국민 곁으로 가느냐는 것이다.


누가 광화문으로 청와대를 옮기라고 했나? 광화문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만들고 일주일에 두세번이라도 그 곳에서 일을 보면 안되나? 그 광화문에서 국민들과 함께 숨쉬는 대통령, 얼마나 좋은가?

그나마도 수용못하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김예령 기자 논란과 광화문 시대 공약 폐기를 보면서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부시 장례식장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사를 통해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달라도 괜찮다는 사실만큼은 동의했다’는 멋진 발언을 했다.


그러한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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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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