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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교황 방북 결정됐다는 文, 교황청 "확대해석됐다"며 당혹 - 문대통령이 교황 발언 확대해석, 정작 교황청은 '교황 방북' 침묵 - 파롤린 바티칸 국무장관, '교황 방북 확정 보도'에 서둘러 진화나서 - 문 대통령, 교황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 피할 수 없어
  • 기사등록 2018-10-20 09:13:15
  • 수정 2018-10-22 0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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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방북과 관련하여 바티칸 시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바티칸 시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주교 [ VATICAN INSIDER VATICANO]


[‘교황의 방북 확정됐다’는 문재인 청와대]


문재인 청와대가 19일 프란시스코 교황의 방북이 확정되었다고 발표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관련한 논평을 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현지 시각) 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한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교황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왔던 문 대통령 표정은 '밝은 표정'이었다"며 "교황의 '파격 메시지'는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언론들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흔쾌히 방북을 수락해 준 교황께 경의를 표한다"면서 "(교황 방북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교황 방북과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연계시켰다.


[문대통령이 전한 교황의 발언, 진짜 믿을 수 있을까?]


그동안 문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후 발언한 내용들이 상대방 측의 발표와는 달라 상당한 문제들이 발생하곤 했다.


심지어 청와대의 발표 내용과 상대국의 발표 내용이 달라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로마 교황이다. 원래 교황을 알현할 때의 모든 대화는 완전 비공개다. 그렇기에 대화를 나눈 당사자와 통역만 그 진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의 양해를 구해 그 중 일부만 공개하기로 합의를 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 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진실성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외신들이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근거로 전 세계에 “교황 방북 확정”이라고 타전했지만 정작 바티칸의 움직임은 전혀 달랐다.


우선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VATICAN INSIDER VATICANO라는 매체는 사실상 로마 교황 관련 일정이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바티칸 시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주교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북한에 초청했고, 교황은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불과 몇 시간 만에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초청이 공식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초청장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 파롤린 바티칸 국무장관과의 인터뷰를 실은 바티칸 매체 `Vatican Insider Vaticano`


교황의 방북이 확정된 듯한 언론들의 뉴스 타전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이다.


[관련기사: “Il Papa in Nord Corea? Serve una seria preparazione, sarebbe un impulso a pace e denuclearizzazione”]


파롤린 국무장관은 또 "방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교황 방문이 수행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될 조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은 이어 "교황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이런 방문은 진지한 고려와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의 발언은 “지금 교황의 방북이 확정되었다”고 떠드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완전히 확정된 듯한 보도 때문에 상당히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파롤린 국무장관의 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우선 “교황의 방북은 여러 절차와 조건이 성숙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교황 방북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외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 즉, 초청장이 오면 반드시 북한에 가겠다는 보도 내용은 교황의 발언이 아닌 한국 정부의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방북과 관련하여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말한 단어는 영어로 표현하자면 ‘available’이라 전한다.


이는 ‘가능하다면’, ‘시간이 된다면’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아주 원론적인 답변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반드시 간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 버린 것이다.


▲ 교황의 방북관련, 바티칸의 동정은 다르다며 보도한 독일의 유력매체 도이체벨레(DW)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알현했다는 기사를 실은 독일의 유력매체인 도이체벨레(DW)도 ”교황이 북한 방문에 대한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맞지만, 정작 바티칸은 교황의 북한 방문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며, ”교황은 단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Der Papst würde nach Nordkorea reisen]


결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의 방북을 권유했지만 교황은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갈 수도 있다“고 대답한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교황이 북한에 가기로 했다“고 확정된 듯이 발표를 해 버렸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교황청은 오히려 당혹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이 실제 방북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전제들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논평] 문대통령의 교황 방북 '떼쓰기', 가톨릭에 대한 도전이다!]


[관련기사: [줌인] 교황 방북, 문대통령 뜻대로 순조롭게 진행될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교황의 ‘반드시 방북’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의 뜻을 왜곡한 셈이고 이를 청와대는 진실로 알고 전 세계에 ‘확대해석’한 내용을 퍼뜨린 셈이다.


그리고 청와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연합통신을 중심으로한 언론들이 이를 기정사실화해 보도한 것이다.


덩달아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2019년 5월 방북설”등의 소설을 써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대통령과 휘하의 청와대이다.


이젠 교황마저 선전도구로 써먹는 이 정권의 무례함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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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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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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