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우방 파키스탄, 미국에 희토류 수출 시작]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최우방국인 파키스탄이 돌연 미국에 희토류 원소들을 수출하고 나서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에 중국은 “우리의 최우방국인 파키스탄이 그럴 리 없다”면서 곧바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미국과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강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은 그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카드도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4일, “파키스탄이 중국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여 미국에 희토류를 수출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는 근거가 없으며 심지어 불화를 조장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면서 “이 문제가 중국과 파키스탄간의 협력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가 돌연 이러한 보도를 하고 나선 것은 여러 외신 매체들이 파키스탄이 희토류 원소를 미국으로 수출했다고 보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임스오브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지난 7일, “거의 20여년동안 위태로웠던 워싱턴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은 희토류 원소를 함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광물의 첫 번째 배송을 미국으로 수출했다”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양자 협력에 있어 역사적인 이정표’로 미주리주에 있는 민간기업인 US Strategic Metals(USSM)에 첫 번째 농축 희토류 원소와 중요 광물을 성공적으로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TOI는 이어 “USSM은 파키스탄 국영기업 중 하나와 9월 초에 5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면서 “파키스탄의 세바스 샤리프 총리도 ‘파키스탄은 미국과 우리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한 안전하고 다각화된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첫 번째 선적에서 파키스탄은 안티몬, 구리 농축물, 네오티뮴 및 프리세오디뮴을 포함한 희토류 원소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동의 알자지라도 “미국과 파키스탄간의 광물 외교로 가능성이 열렸지만, 파키스탄이 5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당혹감을 나타냈다. 알자지라의 이러한 보도 태도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이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우방국이었던 중국을 버리고 희토류라는 상상도 못한 무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쳤다고 보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알루미늄 전문지인 AL Circle도 “지난 9월, 파키스탄의 프런티어 워크 조직(FWO)은 미주리주의 USSM과 협력하여 파키스탄에 다중 금속 정유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5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면서 “USSM의 CEO인 스테이시 W. 헤이스티는 이번 선적이 미국에 필수 광물을 공급하는 첫 번째 단계이며, 양국 간 경제 관계 강화 및 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L Circle은 이어 “미국은 필수 광물에 대한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미국 정부는 구리와 은을 포함한 6개 품목을 추가하며 필수 광물 목록에 상당한 업데이트를 발표했다”면서 “이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데 있어 광물 자원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AL Circle은 또한 “파키스탄에게 있어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광물 공급망으로의 중요한 진전으로, 주요 수익 창출,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기술 이전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준다”면서 “약 6조 달러의 천연자원 가치를 지닌 파키스탄은 세계 최대 귀금속 및 희토류 광물 보유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L Circle은 “백악관에서 열린 중요한 회동에서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소개하고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할 기회를 마련했다”면서 “그들은 세륨, 란탄, 네오디뮴 등의 원소가 풍부한 바스트나사이트와 모나자이트 같은 희토류 광물 샘플을 선보였다.”고 짚었다
[미국기업, 이미 파키스탄에 7천억원 투자]
실제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의 적대국이기도 한 파키스탄과 새로운 외교 채널을 만들어 관계를 뚫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파키스탄 군부 실세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그 후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재차 미국을 찾아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과 회담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이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과 군사·외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인도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서는 희토류 무역이라는 엄청난 카드가 논의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기화로 지난 9월 25일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과 파키스탄이 새로운 차원의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하고, 그 대표적 성과로 파키스탄이 미국에 희토류를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샤리프 총리는 희토류 원소 18가지 샘플이 담긴 선물 상자를 가지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정했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의 일간 돈(Down)은 지난 9월 9일, “미국 미주리에 본사를 둔 금속 업체 '유에스 스트래티직 메탈스'(USSM)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최대 핵심광물 업체인 '프런티어 웍스 오거나이제이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면서 “MOU에는 파키스탄 내 다중금속 정제공장 설립 등 양사의 협업 계획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돈(Down)은 이어 “MOU 체결은 미국과 파키스탄이 지난 7월 무역 협정을 체결한 뒤 이뤄진 것으로, 파키스탄은 무역 협정을 통해 자국 광물 및 원유 매장지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샤리프 총리는 올해 초 “파키스탄에는 수조 달러어치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면서 “광물 부문에 대한 외국 기업 투자가 이뤄지면 파키스탄이 오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호소한 바 있다
[멘붕에 빠진 중국, “우방국 파키스탄이 그럴 리 없다!”]
이렇게 중국의 최우방국인 파키스탄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은 물론이고 다양한 광물 자원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파키스탄의 희토류 채굴 및 정제 기술이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문제는 이러한 파키스탄의 태도에도 중국이 마냥 비난할 수만 없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파키스탄에 대해 강력한 외교적 제재를 가한다든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파키스탄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면서 미국과 우방국 관계로 진입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중국은 파키스탄 때문에 속으로 열불이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껴안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타임스가 “파키스탄이 미국에 희토류를 수출했다고 하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은 그러한 사실 자체를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또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 갈등 국면에서 우방을 끌어안아 이 문제가 더욱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포석으로 보인다.
우방인 파키스탄이 미국과 희토류를 두고 손을 잡는 민감한 사안이라 속이 엄청 쓰리기는 하지만, 이를 “중국과 파키스탄은 전천후 협력 동반자”라며 애써 일축한 것이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중국과 파키스탄의 '철혈 우의'는 시련을 거듭할수록 더 굳건해진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과 파키스탄이 희토류 무역을 포함해 양국간 경제 관계가 더욱 깊어진다면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경제적인 관계로 중국에 의존해 왔던 파키스탄이 더 이상 중국보다는 당연히 미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또한 중국 견제 카드로 파키스탄에 상당한 자금 지원과 함께 지하자원 개발 등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러한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노벨 평화상 발표가 나오기 전 파키스탄은 돌연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행동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는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수도 있다는 상징적 행동이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는 동시에 인도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된다. 인도는 그동안 파키스탄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쿼드(QUAD) 군사동맹에 참여해 왔고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적극 동참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두고 미국과 충돌하면서 관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국과 파키스탄이 경제적 협력을 가속화하자 인도의 모디 총리도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곧바로 인도도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전면 중단하겠다면서 미국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미국은 파키스탄과의 희토류 무역을 통해 중국의 압박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자존심 내세우며 미국을 치받던 인도 또한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외교적 수확은 중국과 파키스탄을 떼어 놓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외교적 손실이다.
이렇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희토류 분쟁에도 자신만만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파키스탄 카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