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상무위원회, 공보 통해 대대적 숙청 단행]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4중전회를 앞두고 베이징에서는 이미 칼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로인한 정치적 혼돈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부 권력 이양 가능성이 베이징 정가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시진핑은 이미지 회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이었던 후시진마저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설파하고 나서 그 배경이 더욱 주목된다.
대만의 자유시보(自由時報)는 15일, “대만 국가안전국 차이밍옌(蔡明彥) 국장이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의 질의에 답변하며 ‘중국 공산당에는 35명의 장군이 있으며, 그중 32명은 현역이고 3명은 중장 대행인데, 이 32명의 현역 장군 중 16명은 작년 12월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일은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이들이 대규모 숙청 및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이어 “따라서 다가오는 중국공산당(CPC)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四中全會)에서 당연히 핵심 주제인 중국 공산당의 경제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지만,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당과 군 내부의 권력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도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보 제5호'를 공개했는데,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장린(张林), 가오다광(高大光), 왕즈빈(汪志斌), 왕춘닝(王春宁) 등 4명의 군 대표가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에서 해임되었다”고 밝혔다.
공보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과 중국 인민무장경찰부대가 선출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인 장린(张林) 전 중앙군사위원회 후근부 주임과 가오다광(高大光) 전 연합후근지원부 정치위원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21일, 중앙군사위원회 후근부는 군 대표자 회의를 열고 장린과 가오다광을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부대가 선출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전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로켓군 감찰위원회 주임인 왕즈빈(汪志斌)은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군은 지난 7월 18일, 군사대표자 회의를 열고 왕즈빈을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부대가 선출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전 무장경찰부대 사령관인 왕춘닝(王春宁)은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무장경찰부는 지난 7월 25일 군 대표자 회의를 열고 왕춘닝을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왕리샤(王莉霞), 왕빈(王斌), 왕치룽(王启荣), 뉴차오(牛超), 니창(倪强), 장린(张林), 가오다광(高大光), 왕지빈(汪志斌), 왕춘닝(王春宁)의 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숙청을 단행한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시진핑파 핵심 인물이었던 왕춘닝 등 4명의 해임이 4중전회 기간 중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벌어질 심각한 갈등의 서막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왕춘닝은 지난해 말 직위에서 해임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제야 해임과 형사 기소가 확정되었다.
이와 함께 이미 몇 달 동안 실종 상태인 중앙군사위원회 허웨이둥(何衛東) 부주석과 먀오화(苗華)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되어야 하나 시진핑과 장유샤간에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과연 어떻게 처리되는가의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 두 사람의 처결 문제는 시진핑의 군권 장악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관심을 끈다.
여기서 허웨이둥과 먀오화 처결 문제를 만약 장유샤가 꺼내게 된다면 이는 시진핑 주석에 대해 정면으로 들이받는 것이어서 시진핑은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시진핑이 이 둘에 대한 처결을 하려 하지 않을 경우 군내의 반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이번 4중전회에서는 우선적으로 최소 9명 이상의 중앙위원을 교체해야만 하고, 동시에 최대 규모의 군부 인사들을 새로 임명해야만 한다. 특히 중앙군사위원회는 이미 권력 구조가 마비되어 있는 상태라 무조건 이번 4중전회에서 처리해야만 한다. 이를 원만하게 처리하려면 시진핑이 군사위원회 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하나 과연 시진핑이 이를 수용할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위기의식한 시진핑, 당 매체 통해 또다시 경제위기 돌파 시도]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 돌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지금 시진핑의 앞길을 가로막는 최대의 문제가 바로 경제위기라는 점을 감안해 관영매체들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중국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의 주요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가 9월에 전년 대비 0.3% 하락했는데, 이는 블룸버그 조사에서 예상했던 0.2% 하락을 넘어선 수치를 보여 경제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희토류 문제로 미중간의 충돌을 야기한 시진핑은 중국내 민족주의 세력 결집이라는 긍정적 희망을 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한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진핑은 지난 9월 30일부터 6일 연속으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통해 중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15일에는 중국공산당 이론지인 치우스(求是)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쓴 글을 통해 “일부 기업들이 중국의 발전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있지만, 중국의 미래는 얼마든지 밝기 때문에 우리(당원)들이 앞장서서 중국의 미래를 밝게 선창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중국 공산당 당원들이 반드시 봐야 하는 이론지 치우스에 시진핑 이름으로 된 글을 게재했다는 것은 시진핑이 지금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 심정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
[환구시보 전 편집장 후시진, 돌연 시진핑에 불만 표출]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불리우는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이었던 후시진(胡锡进)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돌연 시진핑 정권을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그는 그동안 철저하게 시진핑 입장에서 시진핑을 대변하는 글들을 환구시보 재직 때부터 올려 왔는데 태도를 갑자기 바꿔 “중국의 언론 통제가 너무 엄격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후시진은 이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점점 더 신중해지거나,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면서 “심지어 유명인들까지도 (중국공산당의 강경한 언론 통제 때문에) 침묵하고 소셜미디어 피드를 황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후시진은 이와 관련해 시진핑의 언론 통제정책 때문이라는 말은 직설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그저 시진핑 편을 들던 그가 돌연 시진핑의 언론 통제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모든 중국인들이 볼 수 있는 웨이보에 올렸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도 4중전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런 글을 올린 것 자체가 시진핑의 권력 약화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시진핑의 충견(忠犬)이었던 후시진마저 시진핑을 정면 비판하는 모습을 볼 때 4중전회를 앞두고 이미 권력 내부에 상당한 균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짐작하게 만든다.
[공산당 지도부 내분, 과연 공청단파가 부상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화교권 매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번 4중전회를 거치면서 공청단파가 다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화교권 매체들이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차피 이번 4중전회에서 이미 숙청된 이들이나 징계 대상에 올라가 있는 이들에 대한 처결이 불가피하다보니 이들의 후속 인사도 당연히 이번 4중전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중국의 실권을 누가 쥐고 있는가도 이번 4중전화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최근들어 실각하거나 숙청된 인사들 대부분이 시진핑 직계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군부는 확실하게 장유샤가 중심에 있고, 또한 공청단파가 주축인 당 원로들이 호시탐탐 복권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4중전회를 통해 당연히 공청단파 인사와 반시진핑파 인사들이 전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정국의 키를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지금 시진핑이 겸직하고 있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시진핑이 그대로 고수할지, 아니면 장유샤에게 넘어갈지의 여부다. 중국 공산당은 항상 ‘총은 당의 것’이라는 개념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단순히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인 지도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군사위원회(CMC) 주석직의 변화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인 총서기의 선출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여러 중국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시진핑이 국가주석직을 계속 맡는 조건으로 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장유샤가, 그리고 총서기는 왕양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상황을 암시하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행사장을 떠나자 많은 간부들이 당연히 일어서서 배웅을 하는데 장유샤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앉아서 아예 시진핑을 무시했다. 이는 지금 시진핑과 장유샤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유샤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9월 3일의 열병식에서도 있었다.
이러한 권력 갈등이 이번 4중전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결국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모든 권력을 강력하게 쥐고 갈지, 아니면 권력을 분점할지, 최악의 경우 모든 권력을 놓게 될지 다가오는 4중전회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