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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찰] 실패한 중국의 반일선동, “시진핑은 젊은 세대가 두렵다!” - 반일선동 위해 제작한 영화 ‘731’, 흥행 대실패 - 시진핑의 반일선동, 젊은 세대의 체제 불만 잠재우려는 시도 - 실패한 중국공산당의 반일선동, 젊은이들 최고 여행지는 일본
  • 기사등록 2025-09-30 04: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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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선동 위해 제작한 영화 ‘731’, 흥행 대실패]


약 일주일 전 국내 언론들에서는 지난 18일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731’이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반일정서가 폭발할 것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오는 12월에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된다고 친절하게 홍보까지 했다. 그런데 진짜 이 ‘731’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로 말미암아 중국의 젊은이들이 반일 선동에 합류했을까?



우선 일주일여 전인 지난 19일, 우리나라의 메이저 언론을 포함한 대다수의 매체들은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 한 편이 개봉과 동시에 중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18일 일본 관동군 731부대가 저지른 생체 실험 만행을 다룬 중국 영화 ‘731’은 개봉과 동시에 중국 영화사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개봉된 영화 ‘731’은 개봉 첫날 하루 상영 횟수 26만 회를 기록해 중국 영화사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입장권 수익만 3억 위안(약 580억원)이상을 올렸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에 주둔하며 한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등 최소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잔혹한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 영화는 평범한 중국인들이 731부대로 끌려가 동상, 독가스, 생체 해부 등 각종 실험 대상이 되는 참혹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9월 18일에 개봉한 것은 그날이 중국의 국치일(國恥日)이기 때문이다. 꼭 94년 전이었던 1931년 이날, 일본 관동군은 선양(瀋陽) 인근 류탸오후(柳条湖)에서 철로를 폭파하는 자작극을 벌여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만주를 침략하고 괴뢰국가 만주국을 세웠다.


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 중국 공산당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심지어 린젠(林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날 개봉된 영화 731에 대해 “역사를 기억하고, 열사를 기리며, 평화를 사랑하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의도”라며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의 반일선동, 젊은 세대의 체제 불만 잠재우려는 시도]


이만큼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동원돼 이 영화를 홍보하는 것은 올해를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기념 행사를 이어왔는데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내에서 커지는 경기 둔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실망감이나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항일 서사를 적극 동원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사설에서 “영화 731은 원래 7월 말 개봉 예정이었지만, 당국 지시로 9월 18일에 맞춰 개봉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복수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애국심을 통치 기반으로 삼으려는 공산당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 역시 “중국 공산당이 구심력을 높이기 위해 항일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시진핑 체제 이후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중국 경제 현실과 사회 체제 불안 등으로 인한 민심이반, 특히 젊은 세대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소위 ‘국뽕’ 영화를 만들어 이들의 마음을 반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의 극장에 걸리는 모든 중국 영화는 기획·제작 단계부터 공산당 선전부 지도를 받는다. 당국이 개봉 여부와 시기까지 사실상 좌우한다. 따라서 이번 영화 ‘731’도 철저하게 중국공산당 기획 및 제작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일영화 731, 기대와는 달리 평판도, 인기도 함께 추락]


반일선동영화 ‘731’에 대해 중화권에서도 많은 관심들이 쏟아졌다. 앞서 중국 애국주의 시리즈 영화의 대표적 작품이었던 ‘전랑(戰狼)’ 시리즈는 “중국 여권이 당신을 세계 어디서든 집으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대사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의 많은 청년들이 중국 여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나가 중국 여권을 자랑하는 일들도 벌어졌다.


그런데 아무리 최고 인기배우 우징(吳京)이 감독·주연을 맡았다 할지라도 현실과 너무나도 차이가 나면 당연히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내를 한번 들키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러한 국뽕에 속지 않는다. 실제로 이 영화는 해외 분쟁 지역에 고립된 중국인들이 정부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알려지고,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검증하면서 영화 속 애국주의는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또한 실제 중국 여권을 들고 해외로 나간 청년들이 오히려 냉대를 당하고 한국보다도 훨씬 낮은 등급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동영상 등이 SNS를 도배하면서 ‘전랑 시리즈’ 영화는 주인공 우장의 과거 발언까지 재소환돼 비판받는 등 중국 관객들조차 과도한 애국주의 서사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아예 무시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또다시 국뽕영화 ‘731’이 개봉된 것이다. 물론 개봉 첫날의 흥행 성적은 대단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 앞장서 홍보를 했고, 이 영화의 대흥행을 선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에 당연한 실적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점과 흥행의 연속성이다.


최근 중화권에서도 이 매체의 흥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이들 중화권 매체들의 보도 내용은 이렇다. “중국 공산당의 초기 선전에 힘입어 이 영화는 23만 6천 회 이상의 선판매와 개봉 첫날 3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개봉 첫날 온라인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면서 영화에 대한 평판 또한 크게 실추되었다.”


“‘731’ 영화 리뷰 섹션에서는 일부 중국 공산당 사이버 부대와 공산당 선동부대원들이 영화를 칭찬하는 댓글을 남겼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731 영화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중국 본토 네티즌들은 ‘731’에 별점 1~2개를 주고, 형편없는 연출, 엉성한 스토리, 그리고 이 영화의 조잡함을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터무니없는 줄거리, 엉뚱한 설정,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없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어 진지한 역사 소재를 ‘탈옥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댓글들이 SNS에 쏟아지자 중국 공산당이 곧바로 대대적인 악성 댓글 지우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심지어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 평점이 낮은 리뷰들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논평 중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역사적 고통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지금 중국 인민들이 겪는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패한 중국공산당의 반일선동, 젊은이들 최고 여행지는 일본]


그런데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젊은이들의 일본에 대한 가치관이다. 중국의 ‘황금 연휴’가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데, 많은 중국인들이 이 기회를 활용하여 해외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검색 순위에 따르면, 일본이 인기 해외 여행지 1위를 차지했으며, 후쿠오카와 이즈와 같은 지방 도시들의 인기가 특히 크게 상승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또한 단체 여행에서 개별 여행으로 전환하며 이전과는 다른 여행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 언론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9월 에어비앤비(Airbnb) 설문조사 결과 국경일 골든위크 기간 동안 중국인 여행객 검색 순위 1위를 일본이 차지했으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하나, 지금 중국 젊은이들의 일본관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인기 일본 브랜드 "지카와(吉伊卡哇)"의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가 27일 상하이 난징동루에 문을 열었다. 여기에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한 번에 2,000위안 이상을 소비하며 압도적인 구매력을 과시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젊은이들의 분위기다. 지난 2023년 9월에도 중국 당국이 애플의 보안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예약 판매 시작 1분만에 아이폰15가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화웨이의 7nm칩 탑재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애국 소비 열풍을 조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통용되던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중국의 MZ세대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국가안보를 내세워 화웨이 사용을 권장했음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다.


사실 중국 공산당을 유지하는 가장 큰 무기 중의 하나가 선전선동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언론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고 심지어 SNS를 비롯한 모든 매체들까지도 철저하게 감시하면서 당국이 원하는 내용들만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청년세대, 곧 MZ세대가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지층이었으며, 중국 공산당의 중추를 이루었던 청년세대가 시진핑과 공산당으로부터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의 젊은 세대는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대로 ‘링링허우(零零後)’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철저히 무장돼 있는 이른바 국뽕 세대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무장된 이들에게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장까지 이루면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환상까지 심어주자 이들의 국뽕은 철저한 시진핑 숭배자들로 변모해 갔다.


그러나 이들에게 닥친 학교밖 현실은 그동안 꿈꿔왔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들 젊은 세대들은 차가운 현실에 눈을 뜨면서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청년세대들이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중국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문제는 이들을 다시 중국 공산당 편으로 끌어들일 묘안이 없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도 슬슬 이들 MZ세대의 움직임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공산당식 세뇌공작으로는 이들을 장악할 수가 없어서다. 오히려 시진핑 정권에 대해 불만과 분노만 이들에게서 쌓여가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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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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